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궁예의 恨이런가…‘山’이 되지못한‘峰’

鶴山 徐 仁 2008. 8. 3. 11:18

포천시 이동면과 가평군 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국망봉(國望峰·1168.1m)은 경기도 내에서 화악산(1468m) 명지산(1267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또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도계를 이루는 평강군의 추가령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내려오며 한강과 임진강의 분수령을 이루다가 그 합류지점에서 멈추는 한북정맥의 임진강 이남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국망봉은 왜 산(山)이라고 하지 않고 봉(峰)이라 했을까. 보통 한 개 봉우리를 가리키는 '봉'은 아무개 산에 속해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계룡산 천황봉이라 하며, 이 경우 가장 높은 천황봉을 계룡산이라고도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포천 내 한북정맥에서 가장 높은 국망봉이 포함된 산줄기와 계곡을 '국망산' 또는 '○○산'이라 하진 않는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신경준의 '산경표'(최성우장본, 59쪽)의 '한북정맥'에 보면, 백운산(白雲山)과 운악산(雲岳山) 사이에 망국산(望國山)이란 이름이 별다른 설명 없이 끼어 있다. 그 사이의 산이라면 지금의 국망봉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조선 후기에는 지금의 국망봉이 망국산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언제부터 이름이 바뀌었을까. 포천 시지(市誌) 등 그런 기록이 있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 추측컨대, '망국'이 불경스러운 의미의 '망국(亡國)'과 발음이 같아, 어느 때인가 이름을 바꾸면서 심급도 낮춰 '봉'으로 부른 것은 아닐까.

널리 알려진 전설대로, '국망(國望)'은 후고구려(태봉)의 왕 궁예의 전설이 어린 이름이다. 호족집단인 왕건 일파에 쫓긴 궁예가 이 봉우리에 올라 도읍인 철원을 회한에 젖어 바라보았다 해서 '국망'이라 지었다고도 하고, 궁예가 자신의 폭정을 말리던 부인 강씨를 현재 일동면 강씨봉(830.2m) 아래로 귀향 보낸 뒤 나중에 왕건에 패해 쫓기며 강씨를 찾았으나 이미 죽어, 그 부인을 그리워하며 올랐다 해서 '국망'이라 지었다고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사료에 없는 전설일 뿐이지만, 포천에는 울음산(鳴聲山), 패주(敗走)골, 항서(降書)받골 등 궁예와 왕건에 얽힌 지명이 아주 많다. 왕건과 궁예가 포천지역을 둘러싸고 얼마나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했는가를 짐작할 순 있다.

사실 왕건은 토지와 무력을 갖춘 호족을 기반으로 했고, 그에 반해 궁예는 호족을 배제하고 기층민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은 역사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궁예의 미륵신앙이야말로 민중의 사상이 아닌가. 그렇다면 '난폭한 궁예'라는 등의 남아있는 승자의 기록들은 상당부분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포천에 전해지는 민중들의 전설은 승자인 왕건보다 패자인 궁예에 대해 더욱 애뜻한 마음과 친근감을 담고 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사통팔달로 전망이 좋아 수도 한양을 감싸고 있는 도봉~삼각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해서 '국망'이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국망봉 하나를 놓고 보면, 1000m대 높이를 빼자면 아주 매력있다 하긴 어렵다. 골이 여러갈래 깊고 길게 이어진다든지, 기암괴석의 절경이 곳곳에 있는 산은 아닌 것이다. 한북정맥과 연계해 보았을 때 국망봉은 살아난다. 그 연계산행이 역시 백미다. 광덕고개에서 백운산(948.9m) ~ 신로봉(999m) ~ 국망봉 ~ 견치봉(개이빨봉·1110m) ~ 민둥산(민드기봉·1023m) ~ 도성고개(630m) ~ 강씨봉 ~ 청계산(849m)의 코스가 한북정맥 종주구간에 들어있다. 이 코스만 해도 대략 25㎞ 남짓 될 텐데, 이를 지리산 종주에 견주는 이들도 있다.

포천시에 문의해보니, 늦어도 내년까지 이 코스를 정비해서 수도권 등반객들에게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강원 화천
복주산에서 경기 파주 장명산까지 한북정맥을 보통 12구간으로 나누어 종주하는 등반객들이 있지만, 포천 내의 경우만해도 일부구간을 제외하곤 이정표나 등반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진 못하다. 포천시는 일차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백운산 ~ 국망봉 코스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22일 찾았을 때는 이동면의 장암저수지를 들입목으로 했다. 가평 쪽 등산로도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 많은 사람들이 장암저수지를 들머리로 한다.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여기서 들입목까지는 걸어서 20분 남짓. 기본요금 밖에 안나온다기에 택시를 탔는데, 만원권을 내니 5000원 밖에 거슬러주질 않는다.

이번엔 다시 무슨 휴양림이라며 들입목 입구를 막아놓고 2000원의 입산료를 받는다. 국망봉이 8분능선까지 사유지라서 입장료를 받는단다. 뒤에 포천시에 물어보니 이곳의 입장료 때문에 등반객들의 항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휴양림 입구에 못미쳐서 등산안내판 옆에 입장료를 안내고 오르는 길이 있다.

여기서 오르는 길은 세 갈래인데, 생수공장 직전 등산안내판에서 갈림길로 국망봉과 견치봉 사이 1130고지로 오르는 코스와, 휴양림 입구로 북서릉을 지나 급경사로로 국망봉에 바로 닿는 코스, 장암저수지 방향으로 들어가 삼형제폭포가 있는 광산골로 해서 신노령이나 신노령 고개로 바로 오르는 코스가 그것이다.

이날은 북서릉으로 해서 국망봉을 거쳐 견치봉 방면으로 방향을 잡았다. 코스는 가파르고 그다지 볼거리는 없다. 국망봉에 오르니 아직 철이 아닌 듯한데 잠자리들이 떼지어 날아다닌다. 안개가 끼어 전망이 좋지는 않았지만 가평 방향으로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부터 탁 터진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국망봉과 이어진 능선은 암반이 거의 없는 육산이다. 특히 겨울엔 눈이 많아 설화와 상고대가 장관이어서 찾는 이들이 많다. 몇년 전에 겨울에 조난사고로 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특히 겨울엔 빤히 올려다 보인다고 쉽게 보고 장비를 갖추지 않았다가 낭패를 당한다. 여름에도 능선 깊이 들어갈수록 탈출로가 간단치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날도 견치봉 방면 코스는 역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억센 수풀이 좌우에서 길을 막고 있었다. 아래에서 갈아입은 반바지를 다시 긴바지로 바꿔입어야 할 정도다. 견치봉을 지나 민둥산에 이르는 길은 거의 길인지 수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민둥산에서 도성고개에 이르는 길에는 군부대가 조성한 방화선이 있다. 인근에 포사격장이 있는데 훈련이 자주있진 않지만 화재발생에 대비해 도로 2차선 정도의 폭으로 수㎞ 능선의 나무를 베어놓았다. 나무가 빼곡히 이어지다 이같은 길을 만나니 전망도 좋고, 키 높이로 자란 풀과 그 속의 꽃들이 보기에 나쁘지 않다. 가을이면 더 장관을 이룰 것 같다. 다만 나무그늘이 없어 따가운 햇빛을 참으며 땀을 흘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어떤 코스로 갈까

◆등산코스
▲장암저수지~국망봉~견치봉~민둥산~도성고개~구담사~군부대(총 6시간 이상)
◆가는 길
동서울터미널에서 이동, 사창리 방면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