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바캉스 대작전] 그곳엔 자유가 숨쉰다
여름휴가는 1년 중 가장 행복한 시기다. 직장생활에 지친 직장인이나 자녀 뒷바라지에 바쁜 주부, 취업준비에 짬을 못낸 대학생 할것없이 모처럼 일상의 짐을 훌 훌 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황 모(44)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고유가에 경기불황, 치솟는 물가 등으로 마음편하게 휴가를 떠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큰 맘먹고 휴가길에 오른다 해도 악몽 같았던 지난해 휴가가 떠 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해 황 씨 가족은 7월말에 서해 바다의 어느 해수욕장을 찾았다. 더위를 피해 모처럼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던 당초 계획은 교통체증과 엄청난 인파, 바가지 요금으로 무참하게 깨져버렸다.
황 씨는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악몽을 재현하고 싶지 않다. 그가 고생없이 즐거움 여름휴가를 잘 보낼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휴가지를 찾으면 된다. '우리나라에 아직 안 알려진 곳이 어디 있냐'고 반박할 수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소위 여행을 좀 한다는 사람들이 사진에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인터넷사이트에 올리는 통에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운 경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은 있다.
모두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휴가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일부지역은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올 여름휴가는 덜 알려진 한적한 휴가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국내에서 가볼만한 강, 바다, 계곡, 캠핑지 등으로 모아봤다.
◇산 ▲이색 섬 산행 1번지 통영 사량도
섬여행과 더불어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산꾼들이 손꼽는 '섬 산행 1번지'가 사량도(蛇梁島)다.
바다가 지척이고 동서로 뻗은 등줄기가 70리에 이른다. 그 능선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풍광이 아찔하다. 해질녘 금빛으로 물드는 바다풍경 또한 장관이다.
사량도는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에 속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중간 지점에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 등 3개의 섬이 1.5㎞ 거리로 솟아올랐다. 평지가 많지 않아 섬이 산이고 산이 곧 섬이다.
사량도는 통영항과 삼천포항에서 각각 20여㎞ 거리다. 하지만 고성 상족암선착장에서 가는 뱃길이 가장 빠르다. 고성은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출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곳이 제법 많아 가족을 동반한 여행길이라면 고성 쪽을 택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가는길=경부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통영방향)→고성IC→고성 상족암 선착장.(통영항과 삼천포항에서 각각 20여㎞ 거리)
◇바다 ▲강원도 고성 아야진, 공현진의 특별한 잠수
휴가철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 동해안 해수욕장들이다. 가는길도 힘들지만 도착해서도 넘쳐나는 인파들로 온 몸에 힘이 다 빠질 정도다. 하지만 조용하면서도 아담한 매력만점의 '특별한 해수욕장'도 많다.
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20여분 올라가면 차례 차례 나타나는 아야진과 공현진이 그 곳. 얼핏 들으면 무슨 탤런트 이름 같기도 한 이 바다마을은 물놀이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데 딱이다.
물이 맑은 까닭에 바닷속 시야가 좋아 동해안 스킨스쿠버를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다. 가족단위의 여행객이라면 삼포해수욕장과 화진포 해수욕장이 제격이다. 에머랄드 빛 바닷색과 깊지 않은 수심으로 고즈넉한 분위기에 여유로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화진포에는 김일성과 이승만, 이기붕별장이 있어 이색 구경거리로 좋다. 또 밤에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검은 바다 저편에 신도시처럼 밝은 오징어잡이배의 어화가 장관을 이룬다.
△가는길=서울→양평→홍천→인제-미시령터널→속초에서 7번국도 타고 고성방향으로 20여분(아야진, 공현진)
◇강 ▲ 충북의 동강 삼탄강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구경할 수 없는 내륙지방인 충청북도에는 남한강과 금강이라는 큰 하천이 흐른다. 이중 남한강 상류쪽에 삼탄강(三灘江)이 있다.
자태가 수려해 '충북의 동강'이라 불리는 삼탄강은 '세 개의 여울'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위쪽의 광청소여울, 소나무여울, 그리고 아래쪽 따개비소여울 등을 뭉뚱그려 삼탄이라 부른다.
충주시민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이 산자락 사이에 꼭꼭 숨겨두고는 곶감 빼먹듯, 여름이면 찾아가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다. 덜 알려진 덕에 물색이 맑을뿐더러 절정의 휴가철에도 텐트 칠 자리가 넉넉하다.
한 여름에도 그 너른 강을 독차지한 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여유롭다. 서울 근교 '물 반 사람 반'인 계곡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삼탄교에 서서 강이 연출하는 풍경의 파노라마를 관람하는 맛도 각별하다. 특히 삼탄역과 공전역 사이 애련리 진소마을에 박하사탕 촬영지가 있다. 영화속 주인공 영호(설경구 분)가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던 명장면의 촬영지다.
△가는길=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나들목→제천방면(38번국도)→하영교차로→충주방면(19번국도)→동량면삼거리(좌회전)→삼탄유원지.
◇계곡 ▲기암괴석과 절벽이 이뤄낸 보석, 불영계곡
경북 울진은 서울서의 시간적 거리가 전국에서 가장 먼 곳 중 하나다. 이런 울진에 보석 같은 계곡이 있으니 바로 불영계곡이다. 그 자체가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명승 제6호)로 지정된 곳인 만큼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계곡과 절벽의 기암괴석들은 그 자체가 한 폭의 동양화다. 별명이 '한국의 그랜드 캐년'일 만큼 경치로는 어느 곳 못지않지만, 서울서 멀다는 이유로 피서철에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편이다.
15㎞ 길이의 불영천이 깊게 파인 절벽 사이로 흐르는 불영계곡은 상당 지역이 보호 구역이라 접근이 제한된다. 그러나 2곳의 야영장이 있으며 절벽 위를 지나는 도로 상에 전망대가 있어서 절경을 구경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계곡 근처 산 속에 있는 절 불영사도 유명하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절로 요즘은 비구니들이 수행하고 있다.
△가는길=영동고속도로→동해안고속도로→삼척→울진→봉화 현리방면 18㎞→불영계곡. 영동고속도로 원주 만종분기점→중앙도로 영주IC→풍기→봉화 방면.
◇섬 ▲낭만 품은 아담한 바다학습장 승봉도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한 4개의 유인도 중 하나인 승봉도는 '봉황이 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느린 걸음으로 2~3시간이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아담하지만 섬이 갖춰야할 최적의 조건은 다 갖췄다.
기암괴석과 고깃배관광, 바다낚시, 해수욕장은 기본. 소라따기, 낙지잡기, 골뱅이ㆍ바지락 캐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체험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섬 남쪽 이일레해수욕장은 승봉도의 대표 해변. 폭 40m, 길이 1.3㎞의 아담한 백사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썰물 때도 갯벌이 드러나지 않는다.
해수욕장 뒤편 해송숲은 트래킹코스. 아름드리 소나무로 짙고 푸르게 우거진 산길 산책로는 솔바람을 맞으며 걷기에 좋고, 대ㆍ소이작도와 무인도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가는길=경인고속도로→인천연안부두여객터미널→카페리→승봉도(1시20여분 소요ㆍ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선 50분)
◇캠핑 ▲여유롭고 편안한 가족의 공간, 춘천 중도
중도는 춘천 의암호 한가운데에 위치한 섬으로 캠핑과 수상레포츠의 천국이다. 춘천 주민선착장에서 차량에 캠핑장비를 싣고 5분여 가면 중도에 닿는다. 34만평 더 넓은 대지에 온통 잔디밭과 나무들로 꾸며져 있다. 잣나무 가로수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산책로 사이로 야영장이 자리잡고 있다. 야영장들은 한적하면서도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다.
섬 한 쪽 강변에는 통나무로 만들어진 22채의 호수마을 펜션이 자리잡고 있어 이 곳에서 묵는 것 만으로도 낭만을 찾을 수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한 중도는 자전거 천국이다. 자전거를 타고 노을지는 강변길을 달려보자.
겨울연가에서 늘 티격태격하던 유진과 준상이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곳인 만큼, 중도는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이 내뿜는 행복한 기운으로 향기롭다.
△가는길=서울→46번 경춘국도→청평ㆍ가평→춘천역 방향→근화동 주민 선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