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명물 중 하나가 도심 트래펄가광장의 넬슨 동상이다.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격멸시켜 바다 패권을 확립한 넬슨 제독을 기리는 입상(立像)이다. 키 5.5m의 동상이 46m나 되는 화강암 석주(石柱) 위에 얹혀 있어 까마득히 올려다보인다. 동상의 대좌(臺座)는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노획한 프랑스 총을 녹여 만들었다. 석주 아래 사방을 네 마리 사자상(像)이 지키고 있다.
▶워싱턴 한복판 직사각형 녹지대인 내셔널몰 왼쪽 끝 링컨기념관에는 높이 6m, 너비 6m의 링컨 좌상(坐像)이 있다. 조각가 대니얼 프렌치가 1922년 제작한 이 대리석 석상은 남북전쟁을 치른 링컨의 고뇌 어린 모습을 잘 표현해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뒷벽에 새겨진 '이 신전 안에서 링컨의 기억은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라는 구절과 어울려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울의 심장 세종로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다. 1968년 "일본 사람이 가장 무서워할 인물의 동상을 세우라"는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졌다. 천주교 종교조각과 애국상징 조각에 이름 높은 조각가 김세중의 작품이다. "충무공이 왼손잡이였나" "동상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로(大路) 복판에 있어 접근할 수가 없다" 같은 비판 속에서도 40년 동안 서울의 상징으로 서 있다.
▶2006년 서울시는 세종로에 폭 27m, 길이 500m의 광화문광장을 만드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덕수궁 안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광장으로 옮겨 오겠다고 했었다. 역시 1968년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은 대표적 조각가 김경승의 작품이다. 세종대왕과 별 인연이 없는 덕수궁에 놓인 게 어색하니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진작부터 높았다.
▶그러자 두 동상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과제가 생겼다. 세종대왕 동상이 6.7m(좌대 4.2m, 좌상 2.5m), 이순신장군 동상이 18.5m(좌대 11.5m, 입상 7m)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다. 결국 서울시는 이순신 장군 동상만 놓는 방안, 세종대왕 동상만 놓는 방안, 둘 다 놓는 방안 등 네 가지 안을 마련해 9월까지 시민 여론조사에 부치기로 했다. 그간 비공식 인터넷 조사에선 둘 다 놓는 방안이 절반 넘는 지지를 받았다. 보통 사람의 감각으로도 그게 맞는 것 같다. 다만 두 동상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위치와 조경에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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