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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 LNG선(船) 설계기술 해냈다

鶴山 徐 仁 2008. 5. 12. 12:10

조호진 기자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하는 국내 조선업체의 뼈아픈 약점은 LNG(Liquefied Natural Gas·액화천연가스)선이었다. 전 세계 LNG선의 80%를 국내에서 건조하지만, 자체 설계 기술이 없어 선가의 5% 가량을 로열티로 지불해 온 것이다. 배 한 척당 60억~100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LNG선은 섭씨 영하 162도의 액체 메탄을 거친 바다 환경 속에 장기간에 걸쳐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액체 메탄은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급격히 팽창해 폭발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선박과 저장탱크에 대한 정교한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모든 LNG선은 프랑스 GTT사의 설계로 건조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주도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이 참여해 숙원이었던 LNG선 설계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기술을 검증받는 일만 남았다.

◆길이 270m의 대형 보온병

천연가스는 메탄이 주성분이다. 메탄은 상온에서는 기체 상태이지만 섭씨 영하 162도로 냉각하면 액체 메탄이 된다. 수증기가 차가워지면 물이 되는 것과 같다.

천연가스를 운송할 때에는 메탄 가스를 액체로 만든다. 운송의 경제성 때문이다.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든다. 한 번 운송으로 더 많은 천연가스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액체 메탄은 기체로 바뀌어 수요처로 공급되게 된다.

LNG선은 보통 길이 270m에 폭·높이가 각각 40m나 되는 거대한 액체 메탄 저장탱크를 갖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 탱크를 화물창(倉)이라고 부른다. 화물창은 외부 온도에 관계없이 액체 메탄을 영하 162도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온도가 영상 20도라고 가정하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180도의 온도 차이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LNG선은 지상 최대의 보온병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물질은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되고 온도를 높이면 팽창한다. LNG선 금속 선체에 틈이라도 생기면 LNG가 새어나가 폭발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폭발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잖은 가스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 200도의 온도 차이를 금속 선체가 소화하기 위해 프랑스 GTT사는 격자무늬로 주름을 만들었다(오른쪽). 이에 반해 한국가스공사가 주도 한 국내 독자 기술은 긴 타원형의 주름을 만들었다./한국가스공사 제공

◆주름으로 팽창·수축에 유연하게 대처

이를 막기 위해 LNG선은 온도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LNG선 설계의 핵심은 숱하게 반복되는 팽창과 수축을 어떻게 선체가 견딜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금속에서 팽창과 수축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랑스 GTT사는 팽창과 수축이 불가피하다는 전제하에 이를 선체가 소화해 낼 수 있는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LNG를 저장하는 화물창의 표면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름이 나 있는 곳이 있다. 이 주름 사이의 간격은 34㎝이다. 온도가 올라가 화물창이 팽창을 하면 주름이 펴진다. 온도가 내려가 수축을 하면 주름은 다시 굴곡이 깊어진다. 마치 스프링을 어느 정도 늘렸다 놓으면 다시 제 위치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개발한 국내 조선업계는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길이 140㎝의 타원형 주름을 화물창 곳곳에 배치해 LNG의 팽창과 수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가스공사 양영명(49) 박사는 "국내 업계가 개발한 방식으로 하면 화물창의 철판 두께가 줄어들어 제작 비용이 덜 들고 공정도 단순해질 수 있다"며 "생산단가의 하락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세계 LNG선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는 가스를 잡아라

LNG는 영하 162도를 일정하게 유지해도 일부는 가스로 기화하게 된다. 하루 증발하는 LNG의 양은 전체의 0.13% 가량이다. 7만t의 LNG를 실어 나르는 배라면 하루 90t이 새나가는 것이다. t당 60만원이라고 하면, 하루에 5400만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절약하기 위해서 화물창 위쪽에는 기화된 LNG를 모으는 집진장치가 설치돼 있다. 고깃집에서 연기를 모으는 후드와 비슷한 장치이다. 이 가스는 항해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LNG선은 천연가스를 태워 물을 데우는 스팀 엔진을 사용한다. 스팀 엔진은 여러 종류의 엔진 중에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에너지 효율도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 선박인 LNG선에서 스팀 엔진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렇게 기화되는 천연가스를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최근에는 LNG선 내에서 간편하게 천연가스를 다시 액체로 만드는 재액화 기술도 개발됐다. 이 기술이 있으면 항해 중 기화된 천연가스를 반드시 연료로 활용할 필요가 없어 효율이 좋은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재액화 기술이 아직 국산화되지 않아 국내 조선업계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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