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데어 윌 비 블러드'
탐욕적인 석유 개발업자 일대기에
자본주의·광신적 기독교 비판 담아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결과적으로 아카데미와 칸 영화제 진출작에 대한 편애가 되어버린 최근 한 달간 조선일보 영화팀의 추천도 이번 주가 그 정점이다. 3월 첫째 주의 선택은 어제(6일) 개봉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스크린에 피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2시간4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은 보이지 않는 피를 뒤집어 쓰고 있다는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그 피는 때로 혈연(血緣)이라는 허울 좋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구세주의 보혈(寶血)로 위장하고, 마침내 낭자한 유혈(流血) 사태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모든 피의 시작과 끝에는 스스로 알파요 오메가인 이름이 있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주인공 다니엘 데이 루이스(Lewis·51). 누구나 가슴 조이는 수상자 발표 순간, 본인은커녕 객석의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던 이유를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전대미문 킬러 연기로 올해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하비에르 바르뎀의 경우, 극단적으로 설정된 캐릭터 덕을 봤다는 일부 질투도 있다. 그러나 열정과 욕망으로 시작했다가 탐욕으로 파국을 맞는 이 비극적 캐릭터에게 자신의 영혼을 100% 포개버린 이 아일랜드 배우의 놀라운 연기 앞에서는, 일말의 질투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충격적이지 않은 장면을 골라내기가 더 어려운 이 영화의 시퀀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가짜 자본주의와 가짜 기독교의 충돌로 상징되는 마지막 대결일 것이다. '탐욕은 나의 힘'이라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내와 '맹신은 나의 힘'이라는 자기 기만으로 남들까지 속여온 이단(異端) 전도사의 장렬한 파국. 이를 위해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온 만큼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이 마지막 대결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참으로 강렬하다.
미리 유념해야 할 전제가 있다. 80년대 이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들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명쾌한 권선징악 혹은 장쾌한 카타르시스로 대표되는 기존의 할리우드식 엔딩은 여기에 없다. 이 해답 없는 삶의 아이러니를 기꺼이 감당할 관객에게만 추천한다. 메가박스 코엑스, CGV 압구정 등 6개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다.
줄거리
1920년대 캘리포니아. 다리가 부러지면 배로 땅을 기어서라도 기어이 채굴권을 확보하는 은광(銀鑛) 광부가 있다. 이 탐욕스런 사내의 이름은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 이번에는 석유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흙먼지 날리는 리틀 보스턴으로 향한다. 모든 것을 제 맘대로 거머쥐려는 찰나, 라이벌이 나타난다. 어리다고 무시했던 제3 계시교의 청년 전도사 엘라이 선데이(폴 다노). 다니엘은 자식과 형제까지 버린 채 돈에 집착하고, 광기 어린 엘라이는 신앙으로 위장한 채 그에게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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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오일광 시대의 탐욕과 광기를 둘러싼 옛날옛적 미국에서 펼쳐진 인간 드라마.
(★★★★)
(이상용·영화평론가)
―영화가 고전소설의 성찰과 여운을 뛰어넘는 순간.
(★★★☆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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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데이 루이스야 당연 압도적이지만, 젊은 폴 다노의 연기 역시 놀랍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말을 거부하던 아들 드웨인이 이번에는 광신적인 전도사가 됐다. 디즈니 제공. /어수웅
http://spn.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3/06/20080306016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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