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 영상대담
"다른 문화권 음악·영상물 이해하는 계기"
"콘텐츠만 좋으면 누구든 글로벌 스타 가능"
"전세계 대중문화 트렌드 확인하는 데 도움"
김종호 기자(정리) tellme@chosun.com
미국에서 활동중인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씨는 최근 미국 음악가들을 만날 때마다 깜짝 놀란다고 하다. 난생 처음 만난 미국인들이 "유튜브에서 너를 봤다", "춤이 인상적이더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오기 때문. 박씨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세계 최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에 30여편의 동영상을 올린 다음부터다.
앞서 유튜브는 올 1월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박씨가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를 동영상 공급채널로 선정했다. 유튜브와 동영상 공급채널 계약을 맺은 전세계 제작사는 1000개가 넘는다. 이 중 JYP엔터테인먼트는 2월 한달동안 유튜브 이용자들이 많이 본 채널 랭킹 7위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이 1분당 10시간 분량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고, 방문자들의 동영상 재생회수가 하루 1억 회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JYP엔터테인먼트의 뮤직비디오는 경쟁력을 검증 받은 셈이다. 박씨는 "우리가 한국이나 아시아의 장벽을 넘어 세계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와 손을 잡았는데, 예상보다 시너지(상승)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 창업자인 스티브 첸(Chen·30) CTO(최고 기술 책임자)가 한국의 콘텐츠 공급채널 확대를 위해 방한, 미국 뉴욕의 박진영(36)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웹 2.0 시대의 콘텐츠 제작과 소비'를 주제로 영상대담을 개최했다. 대담은 지난 10일 서울의 구글코리아 사무실과 뉴욕의 JYP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를 화면으로 연결해 이뤄졌다. 지난해 '텔미' 노래로 스타가 된 '원더걸스'도 뉴욕 스튜디오 화면에 등장했다.
- 10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영상회의실에서 스티브 첸 유튜브 창업자가 화면에 등장한 뉴욕의 박진영씨와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연출하고 있다. 박진영씨 주변에 원더걸스의 모습도 보인다. 첸은“미국인인 나는 한국에서, 한국사람인 박씨와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영상으로 만난 상황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박진영(이하 박)=당신은 정말 대단한 발명을 했다. 유튜브는 세계인들이 인종·종교의 벽을 넘어 만나고 공유하는 놀이터로 성장했다.
스티브 첸(이하 첸)=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현장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쟁 등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자신들의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감정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유튜브는 다른 문화권의 음악·영상물을 더 빨리 보고 이해하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
첸=콘텐츠 제작자들이 전세계 수 많은 소비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할리우드에 최첨단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다.
박=그런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언어장벽을 극복해주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본다.
첸=유튜브의 현지화 전략은 두 가지다. 우선 현지 언어로 된 사이트를 개설해 각국 이용자들이 쉽게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 시청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서로 다른 언어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박=동영상 검색의 우선순위를 지정할 때 유튜브 운영자들의 가치관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정치적 종교적 측면에서 중립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첸=처음 애완동물 비디오를 공유할 때에는 정치적인 문제가 없었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예를 들어 유럽에서 올린 동영상에 대해 아시아 이용자가 불쾌하게 반응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이런 영상물을 내려야 할지, 내린다면 특정 지역에서만 내려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 우리는 각국의 법을 어기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개방적으로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효과를 봤는가.
박=우리의 콘텐츠는 춤과 노래다. 적은 비용으로 전세계에 공연실황을 전달하는 수단으론 유튜브가 최고다. 훌륭한 마케팅, 광고 수단이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TV나 라디오에 의존할 것이다. 하지만 수백 명의 신인 가수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방송국 전파를 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과거엔 몇몇 미디어가 권한을 쥐고 있었지만 유튜브가 나오면서 돈을 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전세계 다른 지역의 대중문화 트렌드를 확인하는 데에도 유튜브가 편리하다.
첸=이용자가 집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촬영해 올리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프로듀서가 보고 연락해 공연계약을 할 수도 있다. 동영상을 통해 영화·음악 분야에서 과거보다 많은 인재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박=한국은 인구가 적은 편이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좁다. 가수·영화인 등이 해외로 진출하려면 유튜브 같이 값싸고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첸=유튜브의 가장 큰 역할이 '교량역할'이다. 콘텐츠 제작자와 시청자를 연결해 준다. 이제 TV로는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됐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원더걸스=유튜브에서 영어로 'Wonder Girls'라고 검색해도 우리가 공연하는 동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 무대가 세계 전체라는 것을 실감했다. 유튜브에서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첸=나도 원더걸스 공연 동영상을 봤다. 유튜브 본사에서 금요일마다 직원파티를 하는데 한 번 와서 공연해달라.(웃음)
◆스티브 첸(Steve Chen·30)과 유튜브(YouTube)
스티브 첸은 1978년 대만에서 태어나 1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다. 일리노이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을 마치고,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의 초기 멤버로 입사했다. 직장 동료였던 채드 헐리(Chad Hurley·31), 조드 카림(Jawed Karim·29)과 함께 2005년 동영상 비디오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창업했다. 이들은 2006년 11월 유튜브를 구글에 16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스티브첸은 유튜브의 CTO(최고 기술 책임자), 채드 헐리는 CEO(최고 경영자)이다. 조드 카림은 회사를 떠나 자문역만 맡고 있다. 유튜브는 참여·공유·개방을 모토로 하는 '웹 2.0' 시대의 상징물로 불린다.
◆박진영(36)
가수·작곡가·프로듀서.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날 떠나지 마'가 수록된 앨범으로 데뷔했다. 1999년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사업가로 변신했다. 미국에 진출, 윌 스미스 등 흑인 래퍼를 위한 곡을 제작해 빌보드 차트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가수 비의 미국 공연을 기획, 국내 가수의 세계시장 진출을 주도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원더걸스의 '텔미' 노래와 댄스도 직접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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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의 창립자 스티브첸과 가수이자 제작자인 박진영씨가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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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의 창립자 스티브첸과 가수이자 제작자인 박진영씨가 화상 대담을 하던 중, 박씨가 음반시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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