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영대도 교수임용때 저서가 제일 중요
안유림 인턴기자(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
입력 : 2007.08.2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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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욕대(NYU) 저널리즘학과(언론학과)는 이번 가을 학기를 앞두고 3명의 전임교수를 새로 뽑았다. 이들의 학력을 살펴보면 1명만 박사학위 소지자이고 나머지 둘은 대학 졸업이다. 새로 임용된 학사 출신 교수들은 ‘가방끈’은 짧지만 실력과 명성만은 대단하다. 수케투 메타(Mehta) 교수는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쓴 ‘맥시멈 시티’라는 책으로 2005년 퓰리처상 최종 심사에 오른 저널리스트 겸 작가. 함께 임용된 모하마드 바지(Bazzi) 교수는 미국의 신문사 ‘뉴스데이’의 중동지국장으로 일한 중동 전문 기자 출신이다.
◆예능계 교수들 대부분 박사학위 없어
미국, 일본, 유럽의 주요 선진국 대학들도 교수를 뽑을 때 박사 학위를 높이 평가하지만, 학위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선 ‘능력’을 더 우대한다. 연극, 미술, 의학처럼 경력과 실력, 전문성이 좌우하는 분야에서도 석·박사 간판을 원하는 우리나라 대학들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 교수 채용은 ‘학위 순’이 아니다.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의 바이올린 전공 교수는 모두 12명이다. 이 중 박사는 1명 뿐이고 석사나 석사에 준하는 학위를 받은 사람이 7명, 학사 3명 등이다.
미국에서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잡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꼽는 미술대학 랭킹에 늘 1~2위를 차지하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의 산업디자인 전공 교수의 경우 8명 중 석사는 5명, 학사는 3명이고 박사는 1명도 없다.
◆의학·저널리즘 분야도 실력 중시
선진국들에선 의학, 저널리즘 분야도 박사 학위 없이 정식 교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의과대학원에서는 세포학, 유전학, 생리학 등 의학 연구 분야에서 교수가 되려면 대부분 박사 학위가 필요하지만 신경외과학, 안과학 등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부문에 있어서는 의과대학원 졸업학위(MD)만으로 교수가 될 수 있다. 박사 학위보다는 경험과 의술 등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원 피부과 전임교수는 총 27명. 이들의 학력을 보면 의사(MD) 18명, 의사 겸 박사 8명, 박사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MD는 의과대학원만 졸업하면 따로 석·박사 과정을 밟지 않아도 나오는 학위다. 저널리즘 분야의 교수 역시 미국에서는 학위가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다.
캐나다의 명문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저널리즘학과는 정식 교수 4명 중 2명만 박사 학위 소지지다. 미국 시라큐스대 방송저널리즘학과는 8명의 전임교수 대부분이 박사 학위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박사 학위 없이 실무 경험만으론 겸임교수나 강사는 가능하지만 정식 교수는 되기 힘들다.
일본도 학위 보다는 실력 위주로 교수를 임용하는 추세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의 ‘교수임용·업적평가·승진 및 보수제도 국제비교연구’ 논문에 따르면 일본 E대학 경영학과에서는 점수로 환산해서 교수를 채용한다. 이때 박사학위에는 10점, 박사 수료 5점, 석사 학위에 3점을 주고, 전문저서 15점(이하 편당), 일반저서 10점, 학회 학술지 7.5점, 연구소 학술지 5점 등 연구실적에 더 많은 점수를 배정한다. 좋은 책 1~~2권을 쓰는 것이 박사학위를 따는 것보다 교수가 되는데 유리한 셈이다.
정영재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과 4년)
입력 : 2007.08.20 01:04
- 우리나라 예능 분야에서도 석사학위나, 석사에 준한 외국학교 졸업 이상이면 교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형식에 그치는 경우 많고 대개는 교수를 뽑을 때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성악 박사학위를 따고 대학 강사로 활동 중인 A씨는 “사실 조수미 같은 실력자는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는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학위까지 따려고 애쓰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석사 학위만 갖고 있는 미대 교수 B씨는 “일부 미대 교수들이 임용된 다음에 대충 국내 대학의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석사 교수’들에게 학력이 낮다며 손가락질하기도 한다”며 “신정아, 김옥랑씨 허위 학력사건도 예술계에 만연한 학위 타령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쪽에서도 의과대학원 졸업만으로도 교수가 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의학박사 학위가 거의 필수다. 따라서 의대 교수 지망자들은 레지던트, 인턴의 고된 수련과정과 동시에 어떻게 해서든 석·박사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의학 석·박사 과정이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전공의 박모씨는 “석사는 3000만원, 박사는 6000만원의 수업료만 부담하면 대충 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수업에 자주 빠지고 논문을 부실하게 써도 학위를 주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내과 레지던트가 해부학으로 학위를 받는 엉터리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뉴욕주립대 교수를 지낸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미국의 경영학 분야에서는 학·석사만 가지고도 교수로 임용돼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긴 원로교수들이 많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업적이나 실력보다는 학위라는 간판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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