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까지 협상” 탈레반, 시한 제시
-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 가운데 두번째 희생자가 나왔지만 사태 해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배형규 목사(25일)에 이어 심성민씨(30일)를 살해한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Ahmadi) 대변인은 31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시한을 8월1일 정오(한국시각 오후 4시30분)로 정하고 “그때까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우리 요구에 아프가니스탄과 한국 정부가 긍정적인 답을 주지 않을 경우, 나머지 인질들을 죽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 ▲ 꽃다운 청년이 무슨 죄인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있다가 30일 살해된 심성민씨의 시신을 아프가니스탄 경찰들이 담요에 싸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31일 수도 카불 남서쪽의 가즈니주 아리조 칼레이 마을에서 발견된 심씨의 시신은 푸른 색 줄무늬 셔츠와 흰색 바지, 슬리퍼 차림이었다. /AP연합뉴스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의 석방 조건으로 아프가니스탄 감옥에 있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줄곧 요구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난색을 표해 협상은 지난 29일부터 교착상태다. 이런 가운데 하미드 카르자이(Karzai)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31일 대변인을 통해 “원칙적으로, 그들(탈레반)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납치를 조장해선 안 된다고 본다. 테러범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응한다면 더 많은 문제가 닥칠 것”이라고 말해 탈레반의 요구를 재차 묵살했다.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생각이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태 장기화 ▲희생자 추가 발생 ▲인질들의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아마디 대변인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질 17~18명이 날씨에 적응을 못하고 잘 먹지 못해 아프다”면서도 “우리는 병원이 아니다. 그들을 치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날 오전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공개했다. 매우 어두운 곳에서 촬영된 1분 길이의 이 동영상에서 인질 12명은 매우 지친 모습으로 등장한다. 4일 전쯤 이 영상이 촬영된 뒤 인질들은 몇개 그룹으로 나뉜 것으로 보인다고 알자지라는 덧붙였다.
한편 심성민씨의 시신은 31일 아침 납치사건이 발생한 가즈니주의 아리조 칼레이 마을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심씨는 흰색 바지와 푸른색 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며, 머리와 몸에 4~5군데 총상을 입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01/2007080101099.html
“특사까지 파견해놓고… 정부 협상력 못믿어”
“외교문제 복잡… 냉정한 대처를” 호소도
이슬람기구·아세안 외무장관도 석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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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배형규(42) 목사가 희생된 데 이어 31일 심성민(29)씨가 살해되자, 많은 국민들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신문과 TV 등을 통해 심씨 살해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봉사활동을 하러 온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잔혹한 행위”라고 탈레반을 성토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무력을 사용해서 탈레반을 공격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슬람회의기구(OIC) 등 해외에서도 탈레반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비판하며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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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시민들
31일 오후 2시쯤, 휴가객들로 붐비는 서울역의 대형 TV 앞에는 수십 명이 긴급속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살해된 심씨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거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저런 나쁜 놈들!”, “이를 어째”라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박정규(50·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앞으로 여성들까지 살해하겠다는데, 어떻게 사람 목숨을 담보로 저런 몰상식하고 잔혹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람GFS 본부장 조선구(41)씨는 “위험한 이슬람 국가에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에 잘못이 있겠지만,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리 국민을 인질로 삼아서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탈레반의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김연주(21·고려대 법학과 3년)씨는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지 생각하면 이런 상황이 무척 화가 나고 답답하다”며 “제발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 31일 오후 서울 용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고(故) 심성민씨의 희생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아예 탈레반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강경책으로 탈레반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국대 대학원생 황모(23)씨는 “이미 2명이나 살해한 마당에 추가살해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우리도 군사작전을 통해 탈레반으로부터 국민을 구해내든지, 아니면 수감된 탈레반 세력을 사형하겠다고 협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탈레반은 회교 원리주의자도 아니고 그냥 살인자일 뿐이다. 작은 희생이 있어도 구출작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정부는 뭐하나”
우리 국민이 탈레반에 피랍된 지 13일이 지나도록 협상에 진전 없고 희생자들이 늘어나자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34)씨는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된 마당에 인질을 추가 살해한 걸 보면 정부의 협상력이 미미한 것 아니냐”며 “아프가니스탄이나 미국이 우리나라 얘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만큼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성윤(21·서울대 경영학과 3년)씨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대통령 특사도 파견하고 협상이 잘 될 것처럼 보도가 돼서 믿고 있었는데, 이제 정부의 발언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도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경자씨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약소국이었나’라는 제목으로 “벌써 수일이 지났지만, 고귀한 2명의 생명이 날아가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하루하루 숨죽이며 애타게 구조요청을 기다리는 그들이 하루빨리 조국땅을 밟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썼다.
◆“침착하게 대응해야”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바른사회시민회의 현진권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복잡한 외교적인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실제로 아프가니스탄과 맞교환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상태”라며 “감정을 앞세우거나 정치적으로 대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인질협상 전문가인 경찰대 이종화 교수는 “탈레반 석방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국제적인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협상”이라며 “탈레반의 속셈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민 모두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반응
57개 이슬람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이슬람 회의기구(OIC)는 30일(현지시각) 탈레반에 대해 한국인 인질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OIC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본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무고한 시민을 납치하고 인질로 잡은 것은 인도주의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며 이는 이슬람의 교의와 숭고한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외무장관들도 이날 한국인 인질 2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남은 한국인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전 세계 수니파 무슬림들의 최고 종교기관이자 교육기관인 이집트 ‘알-아즈하르’의 셰이크(종교 지도자) 압달라 무가위르 후세인(65)도 “이슬람은 평화와 관용의 종교”라며 한국인 인질들을 조속히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01/20070801011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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