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안정적이길 바라고 여유로워지길 원하지만,
자신의 마음만으로,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음악을 들으며,
조용한 시간을 가져 보지만,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으로서는 대학을 정리하는 단계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자
짜놓은 일정계획을 시작하는 주간이 다가오고 있는 데,
어쩐지 마음이 답답하고 가볍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보낸 세월이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여정에서 많은 의미를 주었지만,
마지막 작별의 아쉬움은
결코 모든 걸 허탈하게 만들려는듯이
자신의 가슴을 죄어오는 것 같습니다.
한 때는 군대생활에서처럼
모든 정열을 학생들과 학교에 쏟았었는 데
막상 떠나는 마당에 이르고 보니,
속 빈 강정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새벽녘에 집을 떠나서
밤 늦게 연구실을 나서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뭔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대학강단을 지키고 자 노력은 하였는 데
돌아보면, 한 이년 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여
점차 마음이 학생들의 곁을 떠나고
학교를 떠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정열을 가지고
강단을 지켰다고 여겨지는 마지막 제자들이
지난 봄에 졸업을 하면서
모든 게 일단락 정해진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자신의 새로운 진로를 준비해 왔었지만,
금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새로운 도전에 초점을 맞추고 총력을 집중하게 되었고,
드디어 마지막 학기를 장식하는
끝자락에 점차 다다르고 보니,
겨우 1 주간 동안에 이틀만 학교 연구실에 머물다 보니,
남은 제자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그리면서
대학강단을 지켜 왔는 데
어쩌다 보니 학교의 여러 가지 여건이
자신이 가졌던 작은 소망마져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가 봅니다.
대학생활 가운데
지난 2년 간의 기간은 그 어느 때 못지 않게
자신에게 마음 고생을 많이 만들었던
시기였다고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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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학교는 자신에게 수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어도,
사랑하는 제자들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 그들은 자신의 곁을 떠났어도
마음 깊은 곳에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기에,
대학강단에서 보낸 지난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여깁니다.
의미있는 세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한 번 나의 제자는, 영원한 나의 제자!'라는
초심을 간직한 채,
당당하게,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장식하기 위해
누가 뭐라고 하던 간에 교수로서의 양심을 져버리지 않고
모든 일을 매듭 짓고자 준비해 오고 있습니다.
원칙을 고수하다가 보면, 일부의 학생들과 교수분들 가운데는
약간의 어려움도 당할수가 있으리라 여기지만...
마지막 모습에서까지 결코, 비겁하거나 우유부단하게
정당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갑작스럽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아니기에,
추호의 꺼리낌도 없이 끝맺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융통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오해를 하거나
유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도 지금까지 한 동안은
학교의 잘못된 운영에 공범자였던 것 같습니다.
강단을 떠나면서 까지 비굴하게
자신을 더 이상 비하시킬 순 없습니다.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순수한 입장에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족한 자신을
여러모로 도와 주셨던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설사 이제 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대학에서 보낸 세월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좋았던 세월이던 어려웠던 세월이던
한 세월을 지난 터전이었기에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서서히 제 인생에서 또 하나의 장막을 닫으려 합니다.
저와 관련하여, 좋은 기억들만 남겨 두시고
나쁜 일들은 지워주셧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끝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았던 자신을 도와 주셨던
우리 대학의 식구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간직한 채,
새로운 도전을 위해
그 동안 정들었던 봉산리 도덕산 언저리를
조용히 떠나려 합니다.
모두들 강건하게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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