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박상언] 서해안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갯벌은 생명의 보고다. 얼핏 보기에 쓸모없는 듯한 검은 흙 속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 생명체들은 자체적으로 먹이사슬 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도움을 준다. 또 갯벌은 바다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 기능도 한다. 강화도 남부 동막해수욕장을 에두른 해안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 갯벌이다.
■'조너선리빙스턴'의 꿈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강화도 인근 갯벌은 생명의 다양성으로 인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물이 빠진 오전. 경기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해안은 검은 개흙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간조로 인해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갯벌 면적만도 무려 1800만여 평. 어디가 수평선이고, 어디가 지평선인지 구별이 잘되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다. 여기저기 흩어진 고깃배도 개흙 위에 누워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풍경은 새 만금 간척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새 만금 간척지와 동막해안의 갯벌은 다르다. 하나는 점점 죽어 가며 먼지만 날리는 삭막한 땅이고, 다른 하나는 왕성한 생명력으로 인간에게 무한한 혜택을 주는 보물이다.
물이 빠진 갯벌 위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숨을 쉬고 있다. 5월 시작되는 산란철을 앞두고 짝짓기에 여념이 없는 칠게들의 보금자리다.
그런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눈치가 빠른 놈들이라도 이 정도의 인기척에 도망가지 않는다. 순간 "끼룩끼룩"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갈매기가 하늘 위를 날면서 갯벌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의지한 채 정지 비행하는 놈, 느린 속도로 저공 비행하는 놈 등 20여 마리의 갈매기가 먹잇감을 찾아 갯벌 위를 순회 비행하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바크가 1970년 출간한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 조너선 리빙스턴과 같은 화려한 비행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코앞에서 펼치는 우아한 날갯짓은 새 만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벅찬 감동이다.
■초지대교와 동막해수욕장
동막해수욕장과 갯벌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8월 강화 남부와 김포를 잇는 초지대교가 개통되면서부터이다. 이 무렵 동막리를 관통하는 길이 포장됐고, 그만큼 접근이 쉬워진 것이다.
물이 차면 동막리 갯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대신 아담하면서도 예쁜 해수욕장을 내놓는다. 개흙을 감춘 바닷물은 찰랑찰랑 파도를 치고, 좁으면서도 길게 뻗은 백사장은 어느새 사람들의 놀이터가 된다.
놀이의 동반자는 역시 갈매기다. 길 건너 가게에서 구입한 새우맛 스낵을 하늘로 던지자 갈매기들이 경쟁적으로 날아들어 주둥이로 채 간다. 때때로 갈매기가 채 가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난간 기둥에 이 스낵을 꽃아 놓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는 길
역사의 섬 강화도는 곳곳에 유적지가 산재해 볼거리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특성상 풍부한 해산물이 입맛을 당긴다.
강화도는 2002년 김포와 섬 남부를 잇는 초지대교가 개통되면서 훨씬 가까워졌다. 특히 지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마니산 주변은 최근 관광객 증가로 인해 개발 붐을 타면서 과열 양상까지 보여 투기 과열 지구로 지정됐을 정도다.
상습 정체 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던 김포 관통도로 대신 우회도로가 개통되면서 가는 길도 편리해졌다. 올림픽대로에서 강화행 이정표를 따라 제방도로로 진입, 다시 48번 국도를 이용한다. 김포 우회도로를 지나 대곶·강화 방향 이정표를 따라 달리면 대명리에 이어 초지대교를 만난다. 다리 끝에서 좌회전, 장흥저수지·함허동천·정수사·분오리 저수지를 지나면 동막해수욕장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