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급률이 83%에 이를 정도로 포화 상태가 됐고, 좁은 국내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의 경쟁은 점점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폰과 프랑스텔레콤, 텔레포니카 등 해외 업체들은 매출의 50% 이상을 국외에서 올린다. 반면 한국 이동통신 업체들의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의 1%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가 필연적이라는 것이 이동통신 3사의 판단. 한국 이동통신 업계의 리더들은 ‘제2의 도약’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 SK텔레콤 베트남 ‘S-폰’ 서비스 호평
“정체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돌파구는 IT 산업에서 찾아야 합니다. 글로벌 사업에 대한 의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것은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해외 진출에 대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다. 김 사장은 2004년 취임 직후부터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보고 글로벌 사업에 정성을 기울여 왔다.
현재 SK텔레콤의 해외 사업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상태다. 중국 시장에는 현지 업계 2위인 차이나유니콤과의 협력을 통해 이미 2000년에 진출했으며, 중국의 3세대(3G) 이동통신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중국 정부와 공동 기술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트남에서는 이동통신 서비스 ‘S-폰’이 지난해 말까지 15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으며, 미국에서는 회선임대이동통신(MVNO) ‘힐리오’를 통해 가입자 7만 명을 확보했다.
SK텔레콤에는 해외 사업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만큼 글로벌 전문가도 많다. 서성원 신규사업전략본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전략 및 인수합병 전략가다. 이석환 중국사업부문장과 김성봉 베트남지역본부장은 현지 사정에 정통한 지역 전문가. 설원희 힐리오 사장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원 생활을 했다.
○ KTF 합작법인 설립-통신기술 수출 주력
KTF는 지난해부터 3G 이동통신과 관련해 해외 기업과의 협력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조영주 사장은 지난해 11월 유럽형이동통신(GSM)협회의 이사회 멤버에 재선임돼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GSM협회는 전 세계 699개 이동통신사와 187개 장비 및 기기 제조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단체다.
조 사장의 노력으로 KTF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세계회의’에서 세계 14개 이동통신 업체가 공동 추진하는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를 이끌게 됐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세계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신용카드 대신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KTF는 앞으로 합작법인 설립과 통신기술·콘텐츠 수출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해외관련 사업은 안태효 글로벌사업실장의 지휘 아래 진행 중이다.
KTF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기술과 콘텐츠는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며 “국내 유망 중소벤처와 글로벌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LG텔레콤 “동남亞에 무선인터넷 서비스”
한편 LG텔레콤도 무선통신망에 대한 컨설팅과 콘텐츠 수출을 통해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예멘의 이동통신사업자 ‘예멘 모바일’의 이동통신 서비스 현황을 분석하고 무선망 기술을 전수하는 컨설팅 사업을 진행했다.
콘텐츠 수출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이 대상이다. LG텔레콤 측은 “현재 캄보디아의 카사콤 등에 문자메시지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도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서진우 SKT 신규사업부문장 “연내 중국에 지주회사 설립 집중육성”▼
서진우(사진) SK텔레콤 신규사업부문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신규사업과 해외 사업을 함께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이 곧 해외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은 국내 시장이 SK텔레콤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은 해외 사업이 성장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서 부문장은 2004년부터 중국 차이나유니콤과의 전략적 제휴, 미국 힐리오 출범 등 SK텔레콤의 주요 해외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그는 “SK텔레콤은 지난 2년간 꾸준히 해외사업의 초석을 다져 왔다”며 “향후 몇 년 동안은 이미 진출한 중국과 미국, 베트남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실질적 성장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인 중국에서의 사업을 더욱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중국에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2월에는 베이징에 중국식 3세대 이동통신인 TD-SCDMA 방식 기술개발 협력을 위한 ‘연합서비스개발센터’를 만들었으며, 국내에서도 조만간 경기 성남시 분당지역에 TD-SCDMA 시험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서 본부장은 “베트남과 미국에서는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입자 확대에 총력을 다해 사업 기반을 더욱 굳건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안태효 KTF 글로벌사업실장 “亞太 7개 사업자 제휴 경쟁력 강화”▼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은 항공업계처럼 연합체를 강화하며 급속히 ‘블록화’하고 있습니다. 연합체를 만들면 글로벌 로밍 지역이 늘어나고 기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싸게 공동구매할 수 있어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KTF는 지난해 12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7개 이동통신 사업자와 함께 ‘커넥서스(Conexus)’ 연합체의 결성을 발표했다.
커넥서스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협력(cooperation)’ ‘연결(nexus)’의 합성어다.
안태효(사진) KTF 글로벌사업실장은 가입자 1억3000만 명 규모의 연합체 결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004년 이후 3년간 조영주 사장을 보좌해 일본 NTT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와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 등 중요 글로벌 사업의 실무를 챙겨 왔다. 당연히 KTF 내부에서 최고의 글로벌 전문가로 불린다.
특히 안 실장은 KTF가 글로벌 제휴를 통해 국내 및 해외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세계 이동통신 산업이 3세대로 넘어가면서 글로벌 제휴가 더 중요해졌다”며 “음성통화와 데이터통신, 모바일 결제 등 모든 측면에서 KTF가 글로벌 표준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기병철 LGT 데이터사업부장 “한류 콘텐츠 중소벤처와 함께 수출 추진”▼
“현재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컨설팅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본의 KDDI와 미국의 스프린트넥스텔 등 해외의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LG텔레콤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기병철(사진) LG텔레콤 데이터사업부장은 “특히 무선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의 모바일 콘텐츠는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국내의 중소벤처와 함께 수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은 캄보디아(카사콤)와 태국(AIS)에 ‘이모티콘 문자메시지서비스(SMS)’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이것은 문자의 조합으로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문자메시지와 함께 보내 주는 서비스다.
태국에는 사진이나 음악을 휴대전화 메지시로 보내는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도 함께 제공 중이다.
기 부장은 “LG텔레콤의 콘텐츠 해외 진출은 단순한 일회성 수출이 아닌 장기간의 수익 배분 형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LG텔레콤과 캄보디아 카사콤은 이모티콘 SMS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양사가 절반씩 나눠 갖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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