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협상 타결시한이 임박한 30일 밤 기자들과 만나 “한·미 협상단이 ‘선 타결 후 조문화’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한·미 FTA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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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막판까지 협상의 발목을 잡아온 쇠고기 검역문제는 5월말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최정 판정이 나온 뒤 논의하는 이른바 ‘빌트 인’ 방식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우리측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문제 역시 ‘빌트 인’ 방식으로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협상단의 마지노선인 쌀 문제는 거론하지 않아 개방품목에서 제외됐다.하지만 국민의 건강 문제와 직결된 쇠고기 검역 문제를 미국측의 압력에 밀려 추후 논의하기로 일단 덮고 넘어가 앞으로 비준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한·미 양국은 협상시한에 쫓기면서 ‘선 타결 후 조문화’라는 일종의 ‘편법’을 선택했다.그만큼 양측 모두 13개월동안 계속해온 협상을 막판에 결렬시킬 수 없다는 절박감을 반영한다.
초민감품목인 쇠고기는 40%인 관세를 최장 10년에 걸쳐,50%인 오렌지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자는 우리측 주장과 상당한 의견 접근은 본 것으로 전해졌다.돼지고기·탈지분유·치즈·천연꿀·대두 등 민감품목의 관세철폐 기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접근했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승용차(관세 2.5%)는 3년내에,픽업트럭(25%)은 10년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대신 우리는 자동차세제 개편과 환경·표준기준 완화에 동의했다.
양측 협상단은 의약품과 방송·통신 등 서비스,금융,투자,무역구제 등에 대한 이견을 대부분 해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최종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면 협상 시한인 31일 오전 7시 이전에 협상 타결을 우선 발표하고,추후 세부 쟁점 사안에 대한 조문화 작업 형식의 협의는 다음달 2일까지 추가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협상 시한까지 타결 합의에 이를 경우 총론적 합의 사실을 발표하고,약간의 사소한 쟁점들은 빠른 시일내에 해소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추가 협의가 추가 협상은 아니며 일종의 조문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협상시한 연장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1일로 예정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2일쯤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균미·구혜영기자 km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