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란 물고기 앞에는 꼭 가을이란 단어가 붙는다. ‘가을전어 대가리에 참깨가 서말’이란 속담만 봐도 그렇다. 모든 생선이 가을에 맛이 오르지만 전어는 가을이 아니면 참맛을 느낄 수 없다.
전어철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가 여기저기서 많이 잡힌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엔 충청도와 경상도, 함경도 바다에서 전어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어의 산지는 주로 서남해안. 요즘은 사천과 광양, 보성, 서천 등이 전어 산지로 유명하다. 남해안에서는 8월 중순부터 전어가 나오기 시작하며 서해안에선 8월말부터 전어철이 시작된다. 10월말까지는 전어 맛이 좋다. 오죽했으면 돈생각 안 한다고 해서 전어(錢魚)라고 했을까. 전어는 몸통은 날씬하고 푸른 빛을 띠며 등에는 갈색 반점이 있다. 보통 15~25㎝ 정도. 전어는 100g중 수분 71g, 단백질 25g, 지방 2g. 열량도 많지 않아 다이어트에 좋다고 한다. 전어회는 숙취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먹는 방법도 회, 무침, 구이 등 다양하다. 무침이나 회는 한 접시에 2만~3만원. 다른 횟감에 비해 싼 편이다.
#광양 망덕포구
광양 망덕포구 일대는 국내 최대의 전어 산지 중 하나이다. 망덕포구는 섬진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마지막 포구. 전어잡이 노래도 내려온다. 노 젓는 소리, 그물 당기는 소리, 자진가래소리(전어 푸는 소리)…. 구전가요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광양 앞바다에 전어가 많았다는 증거다.
망덕포구엔 횟집만 50여곳. 대부분 전어회를 내놓는데 회와 무침 등 한 그릇에 2만5천원 정도 한다. 광양 전어는 어떻게 먹는 게 맛있을까? 박춘식 전어축제 부위원장은 “무침이 독특하다”고 했다. 집집마다 막걸리식초, 감식초 등 식초를 직접 만들어 쓰는데 공장 식초와는 맛이 다르다는 것. 여기에 대물림을 해온 손맛이 맛을 좌우한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9월 중순 축제를 열었고 올해에는 10월15~16일 열기로 하고 준비하고 있다. 길놀이, 전어잡이 노래공연, 청소년페스티벌, 어울한마당, 스포츠댄스, 국악페스티벌, 관현악공연, 시민노래자랑, 각설이 공연, 축하불꽃놀이, 영·호남 사진교류전 등이 준비된다. 광양 진월면사무소(061)797-2606
#보성 득량만
득량만도 전어가 유명하다. 박형오 전어축제 위원장에게 물었더니 “부산에서 전어 실으러 온 차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자신있게 득량만 전어의 장점을 술술 풀어냈다. 득량만은 국내에서 가장 드넓은 개펄 중 하나. 전어가 개펄속의 개흙을 먹고 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생산량이 많다고 했다. 전어잡이 배만 40척에 달한다. 군청의 설명은 보다 구체적. 조수 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물살이 세서 살이 쫄깃쫄깃하다는 것. 해수 영양분이 풍부해 서해 전어보다 조금 크단다. 득량만은 전어의 산란처이기도 하다. 여기서 전어가 알을 낳고 겨울이면 동해로 빠져나간다고. 동해에선 전어란 이름 대신 ‘어설키’라고 불린단다.
득량만 전어 역시 구이나 무침 모두 유명하다. 광주 등 호남 일부에서는 칼집을 낸 뒤 양념간장을 해서 구워 먹기도 하지만 득량만 전어구이는 굵은 소금만 뿌려서 먹는 것이 특징. 전어 특유의 향이 고소하다고.
회천면 상인들이 주축이 돼 전어축제를 여는데 올해 축제기간은 25일부터 27일까지. 행사는 전어잡기대회, 풍어제, 전어요리해보기, 전어뱃노래 시연 등이 있다. 보성 회천면사무소(061)852-8535
#서천 홍원항
서천은 몇 해 전 전어축제를 열면서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찾는 전어 산지. 24일부터 10월9일까지가 전어축제 기간이다. 축제기간에는 전어를 잡는 상인들이 주축이 돼 20여개의 부스를 마련한다. 여기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전어회, 전어무침, 전어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다만 다른 지역보다 조금 독특한 것은 전어젓갈과 전어 회덮밥. 전어젓은 내장으로 젓을 담가 삭히는데 단골식당이 아니면 잘 안 내놓는다. 전어 회덮밥은 내장과 두부를 제거하고 뼈를 발라낸 뒤, 가늘게 썬 회에 야채와 초고추장을 곁들여 만든다. 서천 서면사무소(041)951-8104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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