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속리·지리산 이달 말 ''색깔잔치'' 절정

鶴山 徐 仁 2006. 11. 11. 17:06

단풍의 남하가 한 박자 늦춰지며 속리산, 주왕산, 지리산 등 중·남부 지방의 단풍 명소는 이제야 발동이 걸려

이달 하순부터 정점에 이른다. 강원도에서도 설악산 대청봉 마등령 등 고지대는 이달 초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했지만,

오색약수터·한계령 일대에서는 27일 무렵까지 단풍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나들이객은 산악인과 달리 산 끝자락 단풍을 찾게 된다. 붉은 물이 산을 타고 내려오는 시간 차만큼 더 여유가 생긴다.

올해 단풍놀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가뭄과 고온의 영향을 덜 받은 계곡 주변을 들르는 것이 현명하다. 산 입구 부근만 둘러보는 것보다 도시락을 준비해 산속으로 적당히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이달 하순부터 최고조에 달하는 단풍 명소를 소개한다.

◆충청

# 월악산=충주호의 푸른 물과 단풍이 합작한 풍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거대한 암석 봉우리인 영봉(1094m)에서 내려다보면 월악산 그림자를 머금은 충주호가 한눈에 보인다.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진 알록달록 가을 단풍이 이색적이다. 용하계곡, 송계계곡은 넓은 소와 폭포가 많아 가뭄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려한 빛깔을 내뿜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아 당일 코스로 단풍놀이 가기에 좋다.

# 속리산=충북의 ‘알프스’란 별칭이 붙은 속리산은 대찰 법주사(사적 명승지 4호)와 정2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로 익숙하다. 한국 팔경 중 하나로, 예로부터 풍류와 산행에 매혹된 이의 발걸음이 잦았다. 가을엔 만산홍엽이 천황봉, 비로봉, 문장대 등 우뚝 솟은 봉우리를 수놓는 선경을 선보인다. 평탄한 등산로 덕분에 가벼운 채비로 단풍놀이를 할 수 있다. 문장대(1033m)에 오르면 빨갛게 달아오른 속리산이 한눈에 굽어 보인다.

◆영남

# 주왕산=경북 청송에 있는 주왕산은 협곡을 장식하는 단풍이 일품이다. 제1폭포 앞 학소대와 주방계곡이 단풍의 백미로 꼽힌다. 신비로운 기암괴석과 붉은 단풍이 한 폭의 산수화다. 주변 시루바위와 급수대 등 기암은 속세를 잊게 할 정도로 웅장하다. 대전사에서 제3폭포에 이르는 주방천 주변은 폭포, 소, 솟아오른 봉우리,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우러져 넋을 빼놓는다. 주왕산에서 영덕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주산지의 단풍도 놓칠 수 없다. 물속에 뿌리를 박은 왕버드나무의 단풍은 사진작가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 가야산=남북으로 경북 성주군과 경남 합천군을 가로지른다. 매표소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홍류동 계곡은 단풍과 노송의 궁합으로 절경을 탄생시킨다. 가을 단풍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와 더불어 가야산의 자랑거리다. ‘홍류’란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계곡물까지 빨갛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지 않던가. 28일부터 단풍 절정기가 시작되고,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호남

# 지리산=모든 곳이 아름답지만 지리10경인 피아골 직전단풍이 단연 으뜸이다. 예부터 ‘산도 붉고(山紅), 물도 붉게 비치며(水紅), 사람도 붉게 물든다(人紅)’고 일컬어진 곳이다. 직전부락∼삼홍소 구간은 다음달 첫째 주까지 단풍관광이 가능하다. 28∼29일 구례군 토지면 외곡리 일대에서 열리는 ‘피아골 단풍제’도 참여해볼 만하다. 뱀사골 단풍도 피아골에 버금간다. 9㎞가량 되는 긴 계곡을 따라 붉은색과 노란색 잎사귀가 ‘색깔 잔치’를 벌인다.

# 강천산=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군에 걸친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이란 별명을 지녔다.

산은 583m로 낮지만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은 ‘알짜배기’ 단풍 명소다. 깊은 골짜기와 깎아지른 절벽에 분포한 아기단풍이 화려하다. 아담한 규모 덕분에 등산로가 평이한 것도 장점. 병풍바위, 용바위 비룡폭포, 금강문 등이 빼어난 경관을 뽐내고, 금성산성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강천사 부근 50m 높이에 걸린 구름다리가 ‘포토제닉’감이다. 이달 말경부터 다음달 초까지 단풍이 흐드러진다.

# 내장산=전북 정읍, 전남 장성에 걸친 내장산엔 단풍나무 종이 풍부하다. 국내 15종의 단풍 중 11종이 자생하고 있다. 내장사 주위엔 당단풍이 많고, 8부 능선 위쪽은 갈색 굴참나무, 빨간 단풍나무, 노란 느티나무가 모여 있어 ‘만화경’이 따로 없다. 내장산 단풍은 잎사귀가 오밀조밀하고 색깔이 진하다. 백양사, 내장사 등 유명 사찰이 자리 잡고 있어 화려한 가운데 단아한 멋을 낸다. 내장사 앞을 장식하는 50∼200년생 나무 숲은 내장산 단풍의 최고봉을 이룬다. 중부 이북의 단풍이 지는 다음달 초순부터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강원·경기

# 오대산=강원 평창군 오대산은 물감을 쏟은 듯 한꺼번에 붉어지는 게 특징이다. 뚜렷하고 진한 단풍은 장쾌한 산세와 썩 잘 어울린다.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주계곡(7㎞)과 비로봉 산행이 주요 단풍 코스로 꼽힌다. 특히 상원사 부근 계곡길은 운치 가득한 단풍으로 이름이 높다. 오대산은 사찰이 많다. 월정사를 비롯해 상원사, 적멸보궁 등 불교 유적지가 울긋불긋한 주변 배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예년의 경우 오대산은 10월 중순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거의 동시에 단풍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올해 단풍 시기가 다소 늦춰진 덕분에 밑동 부분은 이달 하순까지 볼 만할 것으로 보인다. 단풍뿐 아니라 불교 건축물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산의 관문 격인 월정사는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을 보존하고 있고, 상원사엔 국보 제36호 동종이 있다.

# 소요산=경기 동두천에 있어 수도권에서 가깝다. 서화담, 양봉래와 매월당이 자주 거닐며 돌아다녀 소요(逍遙)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산 규모는 아담해도 산세가 특이해 만물상처럼 뾰족한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사계절 경관이 모두 빼어나지만 가을단풍이 유독 아름다워서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상백운대∼하백운대∼중백운대로 이어진 등산로가 가을 산책길로 제격이다. 단풍을 보면서 나한대∼의상대∼공주봉까지 능선을 따라 트레킹하는 것도 소요산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의상대에 오르면 동두천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쪽으로는 친근한 도봉산과 북한산, 수락산이 의연히 솟아 있다. 가을철 단풍은 산의 명소인 원효폭포, 청량폭포, 선녀탕 절벽과 함께 소요산을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들게 한 일등공신이다. 전철을 타고 의정부역에서 내려 버스 한 번만 타면 도착한다. 멀리 단풍놀이를 갈 여건이 안 되는 가족에게 적합한 산이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도움말:구의산악회 강영일 회장,

그린마운틴 박상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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