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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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도의 개펄입니다. 개펄 자체가 흑진주 빛 그대로였습니다. 저 멀리에선 젊은 남녀가 개펄 팩을 하고 있었고, 어린 아이들은 벌러덩 드러눕고 있었어요. 참 보기 좋고 아늑한 풍경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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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권성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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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엔 시간을 내 대부도(大阜島)에 다녀왔다. 대부도는 말 그대로 낙타 등처럼 작은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높지 않는 조그마한 산과 언덕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곳이었다. 물론 바다도 보였다. 바다야 산보다 크고 하늘보다 훨씬 더 넓었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마치 하늘과 나란히 경쟁하는 듯 보였다.
바다를 품었다 내보내는 개펄도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쭉 뻗어 있는 개펄 속에는 그만큼의 생명들이 잉태될 것이다. 흡사 어머니의 자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과 어린 아이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로지 한줌 손에 그것을 담아 얼굴에 바르고 또 드러눕기에 바쁠 뿐이었다. 어찌됐건 가을 태양빛을 내리 받은 개펄이 어찌나 곱고 아름답던지 그야말로 검은 진주 빛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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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 한 분이 고무통을 든 채 멀리 바다에서 이쪽 뭍으로 걸어 오고 있습니다. 저 속에는 우리 일행들이 먹을 것이 잔뜩 들어 있을 것입니다. 어르신이 힘들겠다는 생각은 안하고 벌써부터 입에 군침이 도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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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권성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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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온다. 고무로 된 큰 통이었다. 저기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 아마도 우리 일행들이 먹을 것이 들어 있지 않겠나 싶었다. 포를 떠서 회로 먹을 수 있는 생선 종류 몇 마리를 비롯해서
키조개와 대합, 그리고 가리비가 잔뜩 들어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니 벌써부터 입에 군침이 돈다. 그 낌새를 알아차렸던지 아저씨는 금방 그 고무 통을 나무 받침대 위에 한 아름 쏟아 놓는다. 그리곤 곧장 포를 떠서 우리 일행들에게 건넨다. 초장에 찍어 먹어 보니 그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키조개와 대합, 가리비 맛도 결코 빼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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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앞에 있는 큰 것이 바로 '키조개'라고 한답니다. 한 꺼풀 껍질을 벗겨 낸 것이고, 지금 익고 있는 것은 먹어서는 안 될 부위를 도려낸 것입니다. 이것만 한 입에 쏙 넣어 먹으면 된답니다. 맛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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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권성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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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들은 모두 16명이었다. 네 개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야금야금 한 입에 쏙 넣었다. 물론 어느 테이블이든 숯불에 그것을 굽는 사람이 따로 있었고, 그것을 굽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나르는 사람도, 초고추장에 버무리는 사람도, 그리고 아무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오직 먹기에만 바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입맛의 끝마무리로 손칼국수 한 접시가 나왔다. 물론 그것은 대부도에서 살고 있는 아는 분이 대접한 것이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나는 후루룩 후루룩 두 접시나 가볍게 비웠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옆에 있던 분들도 모두 한 접시 이상씩은 먹은 것 같았다. 그만큼 모두들 눈치 없이 나 홀로 먹기에 바빴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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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손이 누구 손인가? 지금 보이는 게 말로만 듣던 '가리비'라고 합니다. 속살처럼 부드럽고, 그 맛도 일품이었죠? 저것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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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권성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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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을 맛있게 먹고 난 뒤 우리 일행들은 족구도 했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재미난 이야기도 나눴다. 나는 오랜만에 고향 생각이 나서 바닷가를 거닐었다. 개펄에 박혀 있는 배가 태양빛을 받아서 그런지 마치 바다 물결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빛은 그렇듯 뭐든지 아름답게 꾸미는 마술사 같다.
어디 그뿐인가? 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 사이로 펼쳐진 바다 모습도 정말 정겨웠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늘 보았던 그 소나무요, 그 바다였다. 뒷동산에 올라가면 그보다 더 큰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는데, 항상 그 사이로 멀리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그 아련한 기억들이 대부도 앞바다에서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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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대부도 앞 바다가 보입니다. 어린 시절 이렇듯 소나무 앞에 펼쳐진 멋진 바다를 늘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 아련한 기억들이 대부도 앞 바다에서 떠 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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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권성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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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를 돌아 대부도 논둑길을 걸었다. 논둑 사이엔 갈대가 쑥쑥 자라고 있었다.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든 것이라 그 뚝 방 아래로 흐르는 물은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되었다. 벼들은 이미 추수가 끝난 뒤였고, 저 멀리 누런 논두렁 사이로 빨간 수수 같은 것들이 피어 올라 있었다.
너무나 신기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수수가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해초류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와 아주머니 몇 분이 그것들을 뜯고 있었다. 그 분들이 내게 이름 하나를 알려 줬지만 나는 금방 까먹어 버렸다. 굳이 기억한다면 그것이 만병통치약에 좋다는 그 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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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보기엔 마치 누런 논두렁 사이로 펼쳐진 빨간 수수밭 같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다다가보니 수수밭이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해초류 같은 것이었어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만병통치약에 좋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 분들 모습을 보노라 하니, 꼭 밀레의 만종 같았습니다. 참 보기좋고 또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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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권성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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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분들 뒤를 졸망졸망 따라다니며 그것들을 뜯어서 봉지에 담아볼까 했지만, 그것까지 욕심을 낸다면 오늘 먹은 키조개와 대합, 가리비, 그리고 드넓은 바다가 욕할 듯싶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그때서야 우리 일행은 대부도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대부도를 떠나는 발길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대부도의 푸른 바다, 붉은 들녘, 그리고 흑진주 개펄이 우리 일행의 발을 놔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듯 대부도는 누구나 마음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낙타등 같은 포근한 언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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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도 앞 바다 개펄에 파묻혀 있는 작은 배입니다. 저 멀리에 또 다른 고기잡이 어선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도 개펄에 파묻혀 있었지만, 가을 태양빛 때문인지 배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아늑하고 평화로운 대부도 바다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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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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