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1 (월) 0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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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들어 4년간 새로 발생한 국가채무가 정부수립 이후 김대중 정부까지 54년간 쌓인 국가채무보다 많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3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6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국회예산정책처(NABO) 등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말 133조6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283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말 국가채무는 당초 280조원 규모로 예상됐으나 최근 수해복구 지원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 때문에 3조8000억원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주 당정 협의에서 드러난 200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내년 말 306조원 규모로 커지고 국민 1인당 부담은 629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 4년 동안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150조2000억원. 이 돈이 모두 노무현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 등에서 쓴 공적자금을 2003년부터 국채로 전환한 금액이 54조원에 이른다. 또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투입한 돈이 58조원에 이른다. 노무현 정부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느라 늘어난 국가채무, 즉 순수 재정사업으로 인한 국가채무는 17조원뿐이라는 게 예산처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무현 정부 들어 정치적 배려로 인한 대형 국책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라고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지적했다. 현재 국가채무가 노무현 정부의 책임은 아니라 하더라도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 절약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정치적 사업이 늘어나 국가채무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재정사업은 초기엔 큰돈이 들어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예산을 잡아먹는다. 새만금이나 경부고속철도가 그런 예다. 그런데도 2017년까지 10조5417억원이 들어가야 하는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이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배려로 결정됐다. 연간 가계소득 1700만원 미만인 소득계층에 현금을 보조하는 근로장려금(EITC)도 초기인 2008년엔 1500억원의 예산이면 되지만 2010~2013년엔 연간 4000억~1조원, 이후 전면 시행되면 매년 2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갈수록 예산이 늘어나는 사업이 즐비하다. 국가균형발전의 총사업비 66조6000억원, 농업농촌대책 119조원, 신행정수도 건설 45조6000억원, 국방개혁 67조원….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자치경찰교육.주한미군 재배치.용산기지 이전.육아지원대책.빈곤아동대책.문화중심도시 등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사업 중 1조원 이상 예산이 필요한 국책사업만 따져도 2004년 10월 현재 972조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현 시점에선 10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경부와 예산처 관계자들도 "국별로 담당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이 너무 많다. 또 선진국 수준의 복지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비전 2030'의 필요예산은 1100조(세금만으로 조달할 때)~1600조원(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때)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이들 사업에 필요한 예산 전부가 빚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 상당 규모가 국가채무로 이어져 후손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 예산을 쉽게 끌어쓰려는 정부 부처의 행태도 국가채무 증가의 한 원인이다. 헌법재판소는 당초 200억원으로 잡혔던 도서관 신축 예산을 세 배 규모인 613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해 결국 155억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또 부산 광역도로(화명~양산)는 당초 예산(1000억원)의 세 배에 이르는 2950억원을 요구했다가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예산처가 최근 밝힌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현황'을 보면 '나랏돈은 먼저 보는 게 임자'라고 여기는 공직 사회의 방만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2007~2010년 각 부처의 지출 요구액(사회보험 제외)은 1004조원으로 4년간 총수입 전망(915조원)보다 89조원 많았다. 이 때문에 예산처는 방만한 예산 요구 및 운용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예산낭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예산의 타당성을 더욱 강하게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정부 지출이 국민의 소득 증가 속도나 조세 부담 능력 이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나라 살림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 지출이 정부 수입을 초과하면서 모자라는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적자보전용 국채발행 잔액은 올해 국회 승인한도 9조3000억원(추경 기준)을 모두 소진하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선다. 2002년 말 27조5000억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경기 침체로 세금을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낭비성 분배정책이 확대되면 국민이 천문학적인 국가채무를 떠안게 된다"며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져들지 않도록 국가채무를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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