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하늘길’ 탄 中華대장정] (중) 시닝에서 라싸까지

鶴山 徐 仁 2006. 9. 20. 19:15

“가벼운 감기 몸살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기자단 일행과 라싸까지 동행할 중국 외교부 직원이 깜짝 놀란다.“그거 아주 위험한데….” 얼굴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굳이 뭐하러 비행기를 타려느냐.’는 식이다. 주변에서도 혀를 끌끌 찬다. 공연히 심란해진다. 감기와 가벼운 두통은 고산지대에서 가장 위험한 증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산소가 적기 때문에 폐수종, 뇌수종으로 대단히 빠르게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칭짱철도 개통 이후 탑승자 가운데 첫 사망자도 감기로 시작된 폐수종이 원인이었다.

“차창밖 사람들 어떻게 살아왔을까”

지난 11일 낮 그렇게 베이징 공항에서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시닝역을 출발한 건 저녁 8시,10시간 남짓 달려 어스름한 아침이 되어서야 거얼무(格爾木)역에 도착했다. 기관차를 고원지대용으로 바꾸는 것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세계의 지붕’을 달리는 칭짱철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동이 터오면서 차창에는 온갖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초원과 늪, 툰드라 지대의 야릇한 풀들과 설산(雪山), 저마다 빛깔이 다른 크고 작은 강과 호수들. 곳곳에 뛰노는 양과 들소, 노루…. 하다못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5072m의 탕구라산역 표지판 자체도 구경거리다.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거얼무 통과 후 열 몇시간 이어지는 그림들이 지겨울만 해지면 고원의 날씨가 확 달라진다. 순간 눈보라가 치더니, 얼마 안돼 무지개가 뜬다.

그러나 이따금 눈에 띄는 철로가의 목동, 민가, 유목민의 모습은 목가적이지만은 않은 현실로 다가온다.‘어떻게 살아 왔을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다행히 밤새 감기는 나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아프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는 호소를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고산병약 ‘홍경천’의 효험이 없다고 투덜대는 이도 있다. 경험자들은 홍경천을 2∼3일 전부터 복용해야 한다고 하고,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좋다고도 소개한다.

백발 성성한 일본 관광객이 몰려 있는 ‘딱딱한 좌석(硬座)’칸으로 향했다. 열차 곳곳에 마련된 산소 호스를 꽂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돈 1만∼2만원을 아끼려고 26시간 넘게 불편한 좌석을 감수하는 것은 아닌 듯 보였다. 그만큼 아직은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동승한 관광객들에게 물어보니 일주일 가량의 여행 요금은 대략 130만∼140만원 남짓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열차 여행에 넌더리를 낼 즈음인 밤 10시30분, 기차는 긴 경적을 울리며 해발 고도 3600m의 라싸(拉薩)역에 멈춰섰다.

부다라궁 하루 2000명 제한

가을 초입의 햇살이지만 라싸의 빛깔을 시시각각 바꿔놓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부다라(布達拉)궁은 그 변화가 가장 분명한 곳 가운데 하나다.

도심의 아파트 색이라면 촌스러울 법도 한 총천연색은 고원의 태양 아래 오히려 멋을 더한다. 조그만 창문에까지 꾸며진 단청은 꽃들과 어울려 화려하기만 하다. 이른 아침 비를 내린 우중충한 하늘 아래에서도 바래지 않는 색감이다.

외교부 산하 외사판공실의 배려가 없었다면 부다라궁 관람은 어림도 없었다. 아침 7시부터 나와 줄을 서고 있다는 한 외국인 투어 책임자는 사흘 뒤에나 표를 살 수 있다고 투덜댔다. 외국 관광객을 많이 수용하는 편이지만 하루 2000명을 넘기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 티베트 농목(農牧)민은 특별한 제한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신앙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손에 든 비닐봉지에는 야크 버터가 들어 있다. 부처상 앞에 놓인 촛대에 쓸 기름이다. 대부분 1쟈오(角)짜리지만 수십장 지폐를 손에 꼭 쥔 신도들의 정성은 지극함마저 느껴진다. 만나는 불상마다 봉헌하다 보면 입장료 1위안(120원)의 몇배를 내는 일도 예삿일이다.

어떤 이들은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몸의 다섯 군데를 땅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 끝에 이곳을 찾기도 한다. 한 티베트인은 “신발을 몇 켤레나 바꿔 신었다.”고 했다.

이처럼 빛과 색과 신앙이 어우러진 라싸로의 여정은 이때부터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라싸의 그것은 너무 달랐다. 경쟁과 상혼과 매연….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던 열차 차창과는 달리, 열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휩쓸려온 것들은 이 척박한 땅에서 3000년을 견뎌온 이 민족에게 결코 간단치 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었다.

글 사진 라싸(拉薩)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 “철로 부설공사때 많은 군인들 희생”

티베트 속담에 ‘우물 물을 마실 때 우물 판 이를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각별한 노력없이 그저 차창 밖으로 원시(原始)의 풍광을 볼 수 있는 것은 침목 하나하나에 깃든 중국인, 특히 티베트인들의 피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960㎞ 구간의 동토구역과 4500m 고지에 철로를 부설하는 대공사에 얼마만큼의 희생자가 발생했는지는 공식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50년 전 인민해방군 18군이 지금의 칭짱철도 옆으로 도로를 낼 때 많은 군인들이 희생됐다.”는 현지 주민들의 전언을 통해 상당한 인명 피해를 짐작할 따름이다.

jj@seoul.co.kr

기사일자 : 200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