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강원 태백

鶴山 徐 仁 2006. 8. 27. 18:43


태백은 좀 더 대접받아야 한다 [한겨레21 2006-07-25]




국립공원급 태백산과 한강남녘 물줄기의 시원을 간직한 하늘 아래 첫동네… 해발800m에서 시작되는 부담없는 생태계 산행, 탄광촌 철로에서 맛보는 비경 [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국장 ]

여름이 오는 걸 무서워하는 이들이 있다. 체질적으로 더위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의 피서지로 제격인 곳이 바로 태백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둘러싸인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태백은 한여름에도 더위 걱정 없이 지낸다. 강원도 태백시 일대의 지역은 고도 800m 내외라는 입지조건과 함께 민족의 영산 태백산을 중심으로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다.

7·8월 평균기온 20도, 난방하는 여름밤 .
태백의 여름 평균기온은 7월과 8월 모두 20도 안팎이다. 최고기온도 25도 정도로 다른 지방에서 며칠씩은 겪는 열대야가 거의 없다. 아무리 더운 때라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는 일은 드문 이유다. 특히 밤에는 서늘해서 한여름에도 난방을 하는 곳이 많다. 정말 더위를 피해 쉬려거든 태백으로 가면 틀림없다. 그래서 태백엔 2000년 이후 꾸준히 여름 휴가를 즐기려는 피서객들이 잇따르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태백에 뭐 볼 게 있냐”고 하지만 구석구석 둘러보면 자연이 빼어나고 산과 물이 푸름 그 자체다.


태백을 둘러싼 지역이 모두 자연의 보고나 두메산골의 대명사이다. 태백시를 중심으로 위로 정선이 있고 아래로 봉화가 있으며 양옆에 영월과 삼척이 있다. 이것만으로 태백이란 동네가 얼마나 청정하고 속 깊은 곳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 즉 자연 경관은 생태계가 어떻게 펼쳐졌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생태계가 풍부한 곳치고 경치가 별로인 곳은 없다. 태백은 예로부터 태백산을 중심으로 생태·문화·역사가 서로 어우러져왔다. 문화와 역사는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생태는 덜 알려졌다. 태백산은 사실 지리산·오대산·설악산과 같은 반열의 산이다. 엄밀히 말하면 영주~단양의 소백산은 태백산의 일부다. 지금도 소백산의 유명한 사찰인 부석사의 현판에는 ‘태백산 부석사’라 쓰여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어야 마땅한 태백산이 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은 석탄산업과 공군폭격장이라고 하는 국가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태백산의 생태적 가치는 어느 국립공원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태백산을 5시간 내외의 등산 코스로 여기고 들어가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부의 주목 군락부터 사스래·거제수·분비나무 등 온갖 희귀 수목과 풀꽃들까지 태백산은 그저 눈앞에 펼쳐진 식물원이다. 지금까지 주로 태백산을 찾는 이들은 겨울철 적설기 눈꽃을 즐기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름은 깊은 태백산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천제단과 장군단을 비롯해 문수봉 등 1500m가 넘는 봉우리에 서면 천하의 중심이라는 태백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태백산 산행의 들머리인 당골은 ‘한국 샤머니즘의 메카’라 불리는 곳으로 지금도 골짜기 곳곳에서 무당들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이 워낙 높은 곳이라 해발 1500m가 넘는 주능선을 다른 산에 비해 쉽게 올라볼 수 있다. 그래서 죽어라 땅만 보고 오르기보다는 여유 있게 숲의 모습과 소리, 냄새를 즐기며 자연으로 빨려가는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해발 800m에서 1500m까지 산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자연기행이 된다.

함백산 정상에선 울릉도가 한눈에
숲이 울창하면 물이 풍성하다 했다. 태백산을 중심으로 태백시는 한반도 남녘 물줄기의 시원이 된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모두 태백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강의 발원지는 태백시 창죽동의 검용소다.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 시내 한가운데인 황지연못이다. 한강 발원지인 검용소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산촌마을과 밭이 펼쳐지며 가도 가도 어디가 한강 발원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최근 설치된 간이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있는 곳부터는 큰 강의 발원지다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한여름에도 수온이 15도 안팎인 계곡이 서늘한 기운과 함께 사람들을 반긴다. 정말 시원하다. 그 끝으로 들어가면 2천만에 가까운 사람들의 젖줄인 한강이 시작되는 물줄기가 큰 바위 가운데서 솟아난다. 검용소를 처음 방문하면 다들 신기해한다. 웬만한 실개천을 능가하는 큰 물줄기가 파란 빛을 뿜어내며 바위 밑에서 용솟음치기 때문이다.

태백에는 태백산과 함께 함백산이 있다. 정상 일대에서는 태백산은 물론이고 날씨가 맑은 날이면 울릉도가 한눈에 보인다. 동해바다 한가운데 솟은 울릉도를 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울릉도와 가까운 위도 중 제일 높은 봉우리가 함백산이다. 북쪽의 주목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을 비롯해 정선군 고한읍 쪽으로 올라오는 초입에 있는 적멸보궁 정암사도 들를 만한 곳이다. 태백과 영월의 경계 근처인 만항재도 쉬어가기에는 손색이 없다. 고개 주변 도로가에서 보는 풀꽃들이 그냥 보면 농촌 어귀의 풀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반 이상이 고산식물이거나 희귀식물이다.

태백의 또 다른 맛은 80년대 중반까지 나라의 에너지 대동맥이었던 석탄산업의 흔적들을 훑어보는 일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흔적은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철암동 등지에는 과거 탄광촌의 원형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철암역 앞의 거대한 저탄장과 선탄장은 수백억 들인 석탄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철암의 이런 모습은 현대적 미적 감각의 선수들인 사진쟁이들 사이에서 꼭 가볼 만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직접 보면 사진가들에게 매력적인 촬영지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탄광의 흔적 가운데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철도다. 과거 탄광산업의 영향으로 태백은 강원도 도시 중 유난히 철도가 발달돼 있다. 태백으로 들어오는 철길은 크게 세 갈래다. 이 중 손꼽히는 철도 구간은 태백 동점역에서 봉화 임기역까지다. 낙동강 최상류의 두메지역을 그대로 굽이굽이 이어가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절경이 고스란히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철길이 아닌 발품으로 가는 것도 손꼽히는 길이다. 이 철길의 유일한 부족함이라면 열차가 하루 세 번 정도 다닌다는 점이다.



탄광 특유의 정비되지 않은 때깔
이 노선에서 현동은 역사가 남다른 곳이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위치한 현동역에서 내려 1km가량 떨어진 현동삼거리 일대까지 걸어가봐도 좋다. 현동은 과거 춘양과 함께 남한 으뜸의 목재 반출지로 금강소나무의 산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태백이 석탄으로 개가 지폐를 물고 다녔다면 현동은 산판으로 개가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한다. 이제는 현동의 옛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도로 뒷골목 쪽의 거리는 옛 시절의 마지막 언저리를 조금 간직하고 있다. 이곳 중에 과거의 번화함을 그나마 간직하고 있는 곳이 한 곳 있는데, 바로 현동이 흥했던 시절을 가장 바빴던 소천양조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옥수수 막걸리를 양조장에서 생산해 일반 소매점에 시판하는 곳이다. 맛이 제법이다. 양조장을 직접 방문해보는 것은 또 다른 문화체험으로, 현동에서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면 알려준다. 현동천은 낙동강의 맑은 지천 중 맨 위에 해당하는 곳으로 열목어가 산다.

태백선의 낙동강 두메 철길과 함께 태백에는 빼놓을 수 없는 철도 명소는 추전역이다. 태백시 화전동 자락에 위치한 추전역은 백두대간 은대봉(1442m)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이다. 최근 들어 찾는 이들이 많다. 추천할 만한 또 한 곳은 태백에서 태백선을 타고 정선군 남면의 증산역에서 정선읍내로 가는 철도 노선이다. 이 철길과 이어진 하천이 그 유명한 동강의 상류지역인 동남천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태백에는 아직도 탄광 특유의 정비되지 않은 때깔이 남아 있다. 주변의 자연 생태계는 생태문화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웅변한다. 이 점에서 태백은 새로운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태백시청이 그렇다. 스키장이나 리조트 등 대규모 레저시설을 유치해야 지역이 커진다는 착각과 환상이 아직도 태백의 공무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태백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과 문화, 역사를 있는 그대로 살려내 조금만 다듬는다면 국내 어디에도 손색이 없는 지속 가능한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올여름에 느껴보시라.

[교통 및 숙박 안내] 인기 상승,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서울·대구~태백 기차와 시외버스 하루 10회
서울과 대구에는 태백으로 가는 시외버스와 기차가 하루 10회 정도 있다. 태백선과 정선선 철도는 철도공사 홈페이지에 상세한 시간이 나와 있다.
숙박시설은 태백시를 중심으로 시내의 여관이나 태백산도립공원 시설지구 내 민박을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그래도 여름 성수기는 붐빈다. 태백시청에서는 태백산 민박촌과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을 운영한다. 민박촌도 무난하며 자연휴양림은 지난해 6월 개장했다. 여름 성수기에는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숙소는 미리 확인하고 찾는 게 낭패를 피하는 길이다. 태백에 관련된 기본 정보는 태백시청 관광안내 홈페이지에 전반적으로 나와 있다.

태백시 관광안내소: 033-550-2828, 033-552-8363
태백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033)550-2514
태백산 민박촌: 033-553-7440
태백산고원자연휴양림: 033-582-7440
봉화 소천면(현동)사무소: 054-673-5800

----------------------------------------------------------------------------------------------------------------------------
대중교통 이용 지도는 필수

자연에 가까이 다가서는 일곱 가지 방법

1_ 걸어다녀야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걸어서 둘러보는 게 최고다. 그래야 차 속에 갇혀 있을 때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눈을 비롯한 오감을 통해 바로 앞에 펼쳐진다.
2_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승용차는 편리함은 있어도 여행의 운치가 반감된다. 차창 밖의 풍경을 놓치지 말자.
3_ 지역의 풍물과 음식을 즐기자. 대형마트에서 산 음식재료를 차 트렁크에 가득 채워 다니는 여행은 그저 놀고 먹는 여행이다. 일상에서 맛보지 못한 지역의 음식을 먹는 것도 풍부한 문화체험임을 잊지 말자
4_ 지도는 꼭 준비하자. 여행 갈 때 지도 없이 가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지도에는 그 지역의 기본적인 정보가 다 담겨 있다. 도로교통 지도부터 인터넷 지도까지 뒤져보면 대상지에 맞는 지도를 구할 수 있다. 필요하면 복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5_ 미리 여행 계획을 짜자. 가기 전에 더 설레는 법이다. 인터넷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대상지의 웬만한 정보는 뒤져보면 찾을 수 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현지의 관공서를 이용하자. 114를 이용하면 의외로 다 통한다.
6_ 붐빌 때는 피하자. 되도록 7월20일에서 8월15일은 피해서 가는 게 좋다. 직장의 사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여지가 있다면 이때를 피하는 것이 멋과 운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7_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대한민국은 속도전의 사회다. 휴가나 여가 때는 욕심 내지 말고 둘러보는 게 최고다. 일정부터 방문 코스까지 최대한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 낮잠도 한숨 잘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