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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좀 이상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박, 대통령과 386 참모들의 전작권 도박 등 폭염 속에서도 소름 돋는 상황을 쉬이 겪어 무뎌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온 나라에서 매일 밤 무감각한 올인이 벌어지고 있다. 활어횟집을 연상케 하는 '바다 이야기'의 대형 간판이 동네방네 들어설 때 '저렇게 많아서야 어디 장사가 될까'라고 내심 의아했었다. 하지만 투자 안목 없는 소시민의 주제넘은 염려에 불과했다. 세탁소나 당구장보다 많아진 점포마다 사람들로 넘쳐났다. 대체 무슨 꿀단지가 있기에 그럴까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들어가 봤다. 과연 한국은 정보기술(IT) 선진국이었다. 단순한 슬롯머신 게임을 대폭 업그레이드시켰다. 대형 화면의 바다 속에 갑자기 어둠이 깃든다. 뭔가 터진다는 예고다. 상어가 꼬리지느러미를 힘차게 흔들며 나타나면 화면 아래쪽에서 돌아가던 물고기 그림들의 짝이 맞기 시작한다. 몇 배, 몇십 배 상금이 터진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은 고래다. 고래가 느린 속도로 지나가는 동안 잭팟이 터지기 때문이다. 보진 못했지만 250배까지 나온단다. 문제는 투입한 돈이 바닥날 때쯤에야 화면이 밤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만두려다가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지폐를 밀어넣게 된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잖은가. 피곤한 손님을 위해 기계는 단추 위에 일회용 라이터만 올려놔도 돌아가도록 친절하게 만들어졌다. 덕분에 손님들의 무표정한 얼굴 앞에서 140대의 기계가 잠시도 쉬지 않고 돌고 있다. 이처럼 명백한 도박기계가 허가됐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구린내가 난다. 이 대목에서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 압력에 항거하다 '짤린' 것으로 알려져 스타가 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다시 등장한다. 허가권자인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여러 번 불허 요청을 했지만 "참견 말라"는 소리만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바다 이야기'는 전국에 뿌려졌고 단박에 성인오락시장을 휩쓸었다. 진짜 코미디는 상금이 문화상품권으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도박해 딴 상품권으로 책을 사고 연극을 본다고? 300장은 족히 돼 보이는 상품권 다발을 들고 나가던 사람의 미소는 앞으로 10년은 공짜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기쁨 때문이었던가. 동기야 어쨌든 상품권 제공을 허용한 문화부의 순진한 발상은 불법 환전을 쉽게 만들어 성인오락실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의 상품권 발행가액만 22조원이 넘는단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과 맞먹는 수치다. 당국이 뒤늦게 금지다 단속이다 수선을 떨고 있지만 골목까지 파고든 도박 열풍을 잠재우기는 힘겨워 보인다. 꿀단지를 깬다고 이미 꿀맛을 본 사람이 그 달콤함을 잊겠느냔 말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게 도박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자 로마 병사들은 주사위를 던져 예수의 옷을 나눠 가졌다. 아예 없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양지로 끌어내는 게 상책이다. 일본의 빠찡꼬가 좋은 예가 될 법하다. 빠찡꼬는 더 이상 야쿠자와 연계된 '검은돈'을 상징하지 않는다. 업계 선두주자인 마루한의 경우 모든 기계에 특수칩을 넣어 베팅 액수가 실시간으로 전산처리된다. 세무 당국이 감탄할 정도다. 승률 조작이 불가함은 물론이다. 이 같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눈먼 돈'의 여지가 없다 보니 암흑세계에서도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지난 10년간 일본 빠찡꼬 업계는 매상과 점포 수, 내장객 수 모두 꾸준히 줄고 있다. 배워봄 직하지 않은가. 음습한 도박도 햇볕을 쬐어 말리면 오락이 된다. 이훈범 논설위원 2006.08.14 20:33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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