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쏘가리와 블루길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윤창현
"미국 믿지 말고,소련 속지 마라.일본 일어난다."
불과 60년 전 이 땅에 유행하기 시작해 한동안 인구에 회자된 동요 같은 경구다.
우리가 외국을 보는 시각은 이처럼 조심스럽고 불안했다. 왜 그런지는 자명하다.
외세에 의해 너무나도 당했기 때문이다.
불과 100여년 전 구한말 우리나라는 외세에 의해 시달리다가 일본의 식민지(植民地)로 편입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 역사는 '끗발'없는 힘없는 나라가 어디까지 어떻게 전락할 수 있으며 그러한 나라에 살고 있는 백성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처절한 것이다.
100년을 훌쩍 건너뛰었지만 구한말 이씨조선의 모습과 비슷한 나라가 한반도에 있다.
바로 북한,곧 김씨조선이다.
이씨조선이 정리되고 일제 식민지를 거쳐 한반도의 북쪽에는 김씨조선이 들어섰다.
이씨가 김씨로 바뀌었을 뿐 왕정과 다름없는,아니 오히려 왕정보다도 더 심한 폭정이 감행되고 있는 이 나라는 1대를 거쳐 2대까지 세습(世襲)이 이뤄지고 있지만 성적표는 영 말이 아니다.
2004년 기준 북한의 총 GDP 규모는 불과 200억여달러이고 1인당 소득은 914달러다.
석유수입은 400만여배럴이다.
그러나 필리핀의 1인당 소득이 불과 1000여달러인 사실과 북한사정이 필리핀보다 훨씬 나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마저 부풀려진 것이 아닌가 의심케 된다.
총국민소득 8000억달러에 1인당 소득 1만6000달러,그리고 1년에 8억여배럴의 석유를 쓰는 대한민국과는 비교할 의미조차 없는 수준이다.
이씨조선과 김씨조선이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쇄국과 자립을 외친 부분이다.
이씨 조선의 쇄국(鎖國)정책은 당시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시행돼 이씨조선의 몰락을 가져오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 북한이 외친 자립은 어떠한가.
북한경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하강선을 긋기 시작해 1980년대 말부터 급속히 추락했다.
재정 무역 전기 철도운수 에너지 식량 등 국민경제 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지게 됐는데 이는 바로 김일성이 내세운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의 역사적 종말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수출주도형 불균형 성장전략을 추진한 대한민국은 정말 제대로 된 전략을 택한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였던 시절,내수시장보다는 세계시장에 주목한 것은 정말로 옳은 결정이었다.
요새 말로 하면 블루오션전략이었던 셈이다.
완제품에 대한 일부 보후무역이 있기는 했으나 원자재와 자본재 부문은 상당 부분 개방해 가공무역부터 시작한 수출주도형 전략이 지금에 와서 이러한 엄청난 성과를 낸 것이다.
얼마 있으면 한·미 FTA 2차 협상이 시작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옛날의 그 힘없는 나라가 아니다.
GDP 8000억달러의 세계 10위 국가로서 GDP 12조달러의 세계 1위 국가와 1 대 1로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경제에는 힘 있고 실력 있는 기업들이 등장해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제 개방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들을 앞세우되 교육 의료 금융 등 경쟁력이 뒤처진 분야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를 만든다면 한·미 FTA는 축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 토종(土種) 어류인 황쏘가리가 외래어종인 블루길을 한입에 집어삼키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블루길이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황쏘가리를 키우고 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만 되면 오히려 블루길이 황쏘가리의 훌륭한 먹이가 되는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외자의 배격이 아니라 바로 우리 기업들을 키우고 역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을 아껴주고 힘을 길러주고 배려해주는 풍토가 제대로 마련된다면 개방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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