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학에는 ‘세제로 쓰인 오줌’이나 ‘우물물을 거르는 숯’처럼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엉뚱한 과학’도 있다. 하지만 “옛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말처럼 우리 선조들의 생활 속에서는 놀랍고도 신기한 과학적 원리를 찾을 수 있다.
냉동실에 사용되는 ‘냄새 먹는 하마’는 숯의 일종인 활성탄(숯에 비해 구멍이 훨씬 작음)을 이용한 것이다. 냄새 분자가 활성탄의 구멍에 흡착되는 일종의 숯 탈취제다. 단 냄새 분자가 활성탄의 구멍에 모두 흡착되면 더 이상 흡착을 못하므로 효과가 없다. 냄새 탈취제로 쓰인 활성탄을 정기적으로 바꿔줘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숯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면 가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고 햇볕에 말렸다가 써야 한다. 그러면 숯을 다시 냉장고 탈취제로 쓸 수 있다. 숯을 냉장고 밖에 내놓아 온도가 올라가면 냄새 분자의 운동성이 증가하여 냄새 분자는 기공을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간장독에 둥둥 띄운 숯 덩어리에도 이미 나노 과학기술의 지혜가 활용되어 있다. 탄소덩어리인 숯은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환원제 노릇을 한다. 즉 탄소가 주변의 산소 공급을 차단시켜 된장과 같은 음식물의 부패를 막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곰팡이같이 덩치가 큰 미생물은 숯에 기생을 못하고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은 숯의 구멍에 서식한다는 사실이다. 숯에 자리잡은 미생물은 된장을 잘 발효시킨다. 유익한 미생물의 서식지를 숯이 제공하는 셈이다. 숯은 어떤 물질보다 환원성이 강하다. 며칠 전부터 준비한 잔치음식이나 제사음식이 냉장고가 아닌 광에서 신선하게 보관될 수 있는 이유다. 일본 도쿄대학의 노보루 박사는 ‘이온-체내혁명’이라는 책에서 숯의 음이온은 생체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공기를 맑게 하고, 산화의 원인인 양이온을 흡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밝히고 있다. 요즘 많이 등장하는 ‘은 나노’ 세탁기의 원리 또한 수십~수백㎚ 크기의 은 금속 입자 표면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숯 대신 은을 사용한 것뿐이다. 이처럼 숯이 여러 방면에 좋다고 하니 요즘은 웰빙 바람과 함께 ‘몸 속의 독성 물질을 솎아낸다’고 하는 디톡스 건강법에도 사용되고 있다. 숯가루 입자에 무수히 뚫린 작은 구멍에 장(腸) 속의 단백질과 지방 찌꺼기, 중금속이 붙어 내장이 청소된다는 것. 독극물을 삼킨 사람의 응급조치 때 흡착력이 뛰어난 활성탄을 먹게 하는 원리와 같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습관적인 숯가루 복용이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몸 속으로 들어온 독소를 없애는 데 효과적인지는 검증된 바 없다. 간을 청소하고 대장 벽에 엉겨 붙은 숙변을 없앤다고 변비약을 계속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듯 숯의 남용도 금물이다. 넘치는 건 모자란 것만 못하다 하지 않은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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