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의 판과 판이 부딪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 활화산만 129개 | |||||||
지진의 공포가 다시 지구촌을 엄습했다. 이번엔 인도네시아의 중부 자바의 인구 밀집지역인 족자카르타가 제물이 됐다. 지난 5월 27일 오전 5시54분(현지시각), 이 지역은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에 강타당했다. 진도 자체는 초강력이 아니었지만 피해는 초대형이었다. 사망자가 5000명 이상 발생했고 부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는 지질학적으로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는 지역에 놓여 있어 지진과 화산 폭발이 자주 일어난다. ‘불의 고리’ 지역은 환태평양 지진대(화산대, 조산대와 같은 의미로 쓰임)와 대체로 일치하지만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약간 서쪽으로 치우쳐 인도네시아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지진활동과 화산활동이 자주 일어나는 장소를 세계지도에 표시하면 주로 육지와 바다의 경계 부분에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지진대 또는 화산대라고 한다. 지진대와 화산대는 거의 일치한다. 태평양 주변은 특히 지진과 화산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따라 둥근 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 환태평양 지진대 또는 환태평양 화산대라고 부른다. 환태평양 화산대에는 세계 화산의 약 60%가 모여 있다. ‘불의 고리’는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지역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환태평양 화산대에 존재하는 동시에 ‘판 구조론’에서 말하는 지각을 덮는 여러 판들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의 가장자리에 있다. ‘불’과 ‘꿈틀대는 땅’이 만나 서로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를 축적시키며 대폭발을 준비하는 지구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지진을 떠올리면 항상 지각판이 등장한다. 지구의 껍데기(지각)는 축구공의 표면처럼 판이라 불리는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판 두께는 수십 ㎞에서부터 200㎞에 이른다. 이 판들은 우리가 느낄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처럼 지각 하부 맨틀의 대류에 의해 끊임없이 그리고 천천히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옆의 지각 판에 힘을 가하여 지진이나 화산폭발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은 판과 판의 경계에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땅속에 축적된 에너지가 각각의 판이 급격히 어긋나면서 방출되어 대지의 진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태평양 밑바닥에서는 지구 내부의 물질이 솟아올라 새로운 지각 판이 만들어진다. 지하에서 솟아오른 고온의 물질이 식어 굳어지고, 판에 새로운 부분이 덧붙여진다. 이 해양 지각 판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지각 판과 부딪치며 그 밑으로 파고들어간다. 판과 판의 충돌은 엄청나게 센 마찰력을 만들고 그럼으로써 뜨거운 열이 생겨 판의 일부가 부서지면서 지진이 일어난다. 뜨거운 열은 주변의 암석을 녹여 마그마로 만든다. 이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땅 위로 터져 나옴으로써 화산이 만들어진다. 태평양을 둘러싼 지진대나 화산대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칠레 앞 해안에서 미국 알래스카에 이르는 남미와 북미 해안, 태평양 건너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이 하나의 고리(총 길이 4만여㎞)로 연결되어 있는, 지각이 가장 불안정하고 약한 지대다. 세계의 지진과 화산폭발의 80%가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육지와 해저를 가리지 않고 거의 끊임없이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진·화산 다발지역’이다. 세계 강진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집중 인도네시아의 지진은 주로 질량이 무거운 인도·호주판(해양지각)이 가벼운 유라시아판(대륙지각)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두 판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지난 5월 27일의 자바 지진도 2004년 지진해일(쓰나미) 참사를 일으킨 수마트라 아체 지진과 마찬가지로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환태평양 지진대의 인도네시아 안다만 단층에 균열을 일으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파키스탄 동북부 무자파라바드에서 발생해 8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진도 인도·호주판의 서북쪽 끝이 유라시아판과 만나는 경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세계의 지진대는 크게 ‘환태평양 지진대’와 ‘알프스·히말라야 지진대’로 구분된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남미와 북미의 서해안을 따라 알래스카, 알류산 열도, 캄차카 반도, 일본,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로 연결되는데 해양 지각이 대륙 지각 밑으로 침강하는 해구 주변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알프스·히말라야 지진대’는 인도네시아에서 히말라야를 거쳐 지중해에 이르는 지역에 나타나는 지진대로, 대륙끼리 충돌이 일어나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환태평양 지진대 다음으로 지진이 많이 일어난다. 이 외의 주요한 지진대는 대서양의 중앙지역을 따라오다가 다른 대양으로 갈라지며 기다랗게 이어지는 중앙해령 지진대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최근 50년간(1941~1990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강진은 약 500회에 이른다. 연평균 10여차례 지진이 발생해 인류에 피해를 준 셈이다. 환태평양 지진대의 대표적인 재앙으로는 1883년 핵폭발급의 위력으로, 인도네시아 해안을 날려버린 크라카토아 화산폭발을 들 수 있다. 또한 1906년에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7.8로 미국 사상 최대의 지진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23년 만에 다시 폭발한 1980년의 미국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도 일본의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의 위력보다 무려 500배나 센 것이었다.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이 강타하여 일본은 물론 세계를 충격과 경악에 몰아넣은 1995년의 일본 고베(神戶) 대지진도 모두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일어났다. 2004년 말 인도양을 강타한 쓰나미도 전설적인 파괴력을 보였다.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가장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역 중 한 곳은 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섬 괌 주변의 마리아나 해구로 꼽힌다. 메라피 화산의 폭발 가능성까지 제기돼 이 밖에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하는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는 지난 1월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난 것을 비롯해 올 들어 10여차례 지진과 화산폭발이 일어났다. 5월 28일에도 통가와 파푸아뉴기니 인근에서 각각 리히터 규모 6.7과 6.2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처럼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일어난 지진만 무려 33 차례에 이른다. 미국 지질조사원(USGS)은 “이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매년 19.4회 일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의 지진활동과 관련, 인도네시아 정부가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번 지진 발생 지역인 중부 자바의 메라피 화산 폭발 가능성이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경계로 만나는 두 지각 판이 부딪치면서 부쩍 화산 활동이 활발해져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근 메라피 화산(해발 2914m)의 메가톤급 재해 발전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활화산인 메라피 화산은 ‘3단계’ 화산으로 남아 있다. 3단계는 화산활동 4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단계다. 지난 5월 15일 용암과 파편 섞인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산 아래 4㎞ 지점까지 뜨거운 재가 흘러내려 폭발 전조를 보인 메라피 화산은 인도네시아에 퍼져 있는 129개의 활화산 가운데 가장 강력한 화산 중 하나다. 메라피 화산이 마지막으로 폭발한 것은 1994년으로 당시 가스구름 등으로 인해 60명이 사망했다. 1930년 폭발 당시에는 무려 1300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메라피 화산은 이번 진앙지로부터 불과 80㎞ 떨어져 있어 지진과 상호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자주 일어나고 있다. 피해 규모 면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어 어쩌면 인류의 최대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갖게 한다. 현재 ‘불의 고리’ 지역에서 판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곳은 하와이제도다. 하와이 섬에서 500㎞ 북서쪽에 있는 카우아이 섬은 지금의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약 500만년 전에 생성된 이후 1년에 약 10㎝씩 북서진하는 태평양판을 타고 지금의 위치로 이동해 간 것이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하와이 사람들은 동시에 ‘태평양판 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의 자바 지진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다음은 하와이에서 더 큰 지진이 손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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