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FT "시장에 파국이 다가온다!"

鶴山 徐 仁 2006. 5. 24. 15:40
'물가안정과 값싼 돈이 거품을 조장`

‘미스터 마켓(Mr. Market).’ 이는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험이 1934년 ‘증권분석’에서 처음으로 시장을 의인화해서 부른 이름이다. 바로 이 ‘미스터 마켓’이 요즘 심한 히스테리를 보이고 있다.

최근 1주일 사이에 ‘미스터 마켓’은 급락과 급반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원자재와 금이 매매되는 상품시장도 요동하고 있다. 인도의 증권시장은 22일 폭락해 한때 매매가 중단되었지만, 23일에는 급격히 반등했다. 23일 뉴욕의 증시는 오전 상당한 오름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급락하는 등 하루사이에도 급격히 요동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채권이나 주식 등 위험 자산을 내던지고, 국채 등 조금이나마 안전해 보이는 자산으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양상이다.

‘미스터 마켓’의 히스테리는 그 뒤에 감춰진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화이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상당 기간 호황을 누린 금융시장과 꾸준한 흐름을 보인 실물경제가 급반전해 파국에 이를 수 있다고 23일(현지시각)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울프는 유럽중앙은행 등이 채택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로는 다가오는 파국을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안정이 과잉을 낳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을 제어하는 수단으로 선제적 금융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기준 금리를 변경해서 경제성장률 등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사실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이자율 등을 조절해 상당히 성공했다.

게다가 기름 값이 상당 기간 안정세를 보였고, 정보통신 기술의 혁명적인 변화와 중국과 동구권의 저렴한 공산품이 수입되는 덕분에 선진 경제권의 전반적인 물가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낮은 인플레이션은 규제의 사슬에서 풀려난 금융 시스템과 맞물려 1980년대에는 일본에서, 1990년대에는 이머징 마켓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자산가격의 거품을 일으켰다.

특히 ‘미스터 마켓’이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 직전 상황을 곱씹어 보자. 세계 중요 경제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자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서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가계 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자산가격 거품과 파열 메커니즘은 19세기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예크가, 1980년대에는 MIT의 찰스 킨들버거 교수가, 최근에는 BIS의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화이트가 천착한 화두이다. 특히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한때 외면당했던 하이예크와 킨들버거의 논리가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물가안정과 조달비용이 낮은 자금(값싼 돈)이 거품과 파국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즉, 신기술의 개발 등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기 시작하고, 값싼 돈이 시장에 공급되면 각종 자산가격이 급등한다. 더불어 담보자산의 값도 상승해 시장의 유동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거품은 더욱 비대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버블의 이런 순환 구조는 추락의 나선 운동으로 역전된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이 같은 급작스런 반전이 벌어진 후에도 물가안정목표제와 선제적 금융정책이라는 패러다임에 젖어 정책 금리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방법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피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막대한 자산이 부실화돼 이를 털어내는 과정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 무엇을 할 것인가(What to be done)?

BIS의 화이트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폭이 좁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시장 참여자의 과잉심리를 제어하지 못한다. 게다가 경기하강 국면에 금융정책 완화는 특정 부문의 과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일본의 값싼 돈이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고 돌아다니며 불안을 야기하는 ‘엔 캐리’현상과 같은 일이 빈번해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물가안정목표제로는 총공급과 총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했다.

FT의 칼럼리스트 울프는 중앙 은행가들이 물가안정목표제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정책 시스템을 바꾸려하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이제 자산가격 거품 등이 야기한 불균형과 파국의 가능성을 대비할 때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미스터 마켓’이 그동안 안락감에 빠져 외면했던 위험을 자각하고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며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입력 : 2006.05.24 13:41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