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창업자 가문, 경영 안해도 감시는 한다

鶴山 徐 仁 2006. 5. 25. 10:18
경영권 승계 세계 기업들은? <上> 美國
지분 줄어 ‘가족감시 경영’ 새 형태 발전
35%정도 해당… 위기땐 전면 나서기도

신세계의 ‘1조원 증여세 납부’ 발표 이후 대기업 오너의 경영권 상속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전경련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 진영은 소유·경영의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선 창업주 가문이 어떻게 경영권 승계를 하고 있을까.

미국의 가족기업(창업자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2대, 3대에 걸친 상속과 증자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소액으로 줄어 들고, 대부분의 창업주 가문은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는 과정을 겪었다.

대신 창업자 후손이 소수 지분을 가지고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가족감시 경영’이라는 새로운 기업지배 형태를 발전시켜 왔다. 창업자 가문이 직접 경영하지는 않지만,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개인주주 대표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월마트와 모토롤라, 듀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포드나 코닝처럼 평상시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위임했다가,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면 창업주 후손들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독특한 ‘가족 경영’ 기업도 있다. 시사 주간지 비즈니스위크(2003년 11월 10월호)는 “미국의 500대 상장 기업 중 창업자 가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35%쯤 된다”고 추정했다.


◆월마트형 ‘가족감시 경영’=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창업자 가문의 지분이 40%가 넘지만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이사회를 통해 전문경영인에 대한 감시자 역할만 하고 있다. 현재 창업자의 장남(롭 월튼)이 이사회 회장, 3남(짐 월튼)이 이사를 맡고 있다.

휴대폰 메이커 모토롤라도 3대에 걸쳐 창업자 직계 가족이 직접 경영을 하다가 가족 감시 경영으로 바꾸었다. 창업자(폴 갤빈) 손자인 크리스토퍼 갤빈이 1997년부터 CEO 겸 이사회 회장으로 일하다가 2003년 물러나면서 갤빈 가문의 직접 경영은 끝났다. 대신 크리스토퍼 갤빈은 910만주(1%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전문 경영인을 견제하고 있다.

화학기업 듀폰 역시,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창업자 후손 한 명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HP형 ‘가족간섭 경영’= HP(휴렛 패커드)는 창업주 후손들이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에 반대하면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케이스다. HP 공동 창업자의 아들인 월터 휴렛은 이사회 이사로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해왔다. 2002년엔 전문경영인인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컴팩과의 합병을 추진하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지만, 주총 표대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월터는 경영진 감시를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지난해 2월 결국 약속한 실적을 못 올린 피오리나 회장을 내쫓는데 일익을 담당한다.

◆포드형 ‘가족 경영’=포드자동차는 창업자 가족이 4대에 걸쳐 100년 동안 소유와 경영권을 성공적으로 상속한 대표적 ‘가족경영’ 기업이다. 하지만 포드형 가족 경영은 회사가 어려울 때만 창업자 후손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분 5.9%(차등의결권 40%)를 소유한 포드 가문은 1960년 이후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이사회에서 감독역할만 해왔다. 그러나 2001년 회사 사정이 악화되자 창업자의 증손자인 윌리엄 포드 주니어는 전문경영인을 해고하고 CEO를 겸직하면서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섰다.

코닝(1851년 설립)도 20세기 후반부터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았으나, 회사가 어려워질 때마다 창업주인 호튼 가문의 가족이 경영에 복귀했다. 코닝 직원들은 호튼 패밀리가 있는 한 코닝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김재호기자 jaeho@chosun.com
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