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중소 무역업체 올들어 2200여개 사라졌다

鶴山 徐 仁 2006. 5. 20. 13:09
환(換)태풍에 알몸으로 선 기업들
“원高로 매달 수천만원씩 날리는데 어떻게 버팁니까”

‘속수무책이다’(중소기업) ‘매출급감에 이익감소로 미래기반이 무너진다’(대기업)….

수출기업들마다 연간 영업이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원화 절상속도에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일각에선 “우리 경제의 강해진 체력을 반영한 것”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낙관론을 펴지만, 수출기업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원화 절상’의 태풍 속에 놓인 기업들의 실태를 점검하고,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해 본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반월공단. 휴대전화 부품수출업체 A사 한정호(가명) 사장은 신용장(L/C)·선하증권(B/L) 등 달러표시 숫자가 빼곡한 수출입 서류들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매출이 6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00억원이나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수출대금을 ‘달러화’로 받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달러화 가치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통에 수입이 줄었고, 올 들어서는 신규 수주조차 뚝 떨어졌다는 하소연이다.

신규 수주가 끊기자 고민 끝에 4개 생산라인을 2개로 줄이고, 250여 직원 중 150여 명을 내보냈다. 한 사장은 “제품 수출단가가 매년 15~20%씩 떨어지고, 올 들어서는 원화까지 크게 올랐다”면서 “6개월 만에 달러화 표시 판매수입이 30% 이상 줄었으니 무슨 재간으로 버티겠느냐”고 했다.

◆‘아차’ 방심하면 회사가 흔들

매출의 90%를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이·미용 제품업체 ‘비투’ 염모 사장은 작년 말 수출대금을 달러로 은행에 예치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그는 “수개월 만에 환차손을 1000만원가량 입었다”면서 “아차 하는 순간에 직원 5명분 한 달 월급을 그냥 날려버렸다”고 기막혀 했다.

올 1월 2일 원화 환율은 달러당 1008원. 5월 19일은 946.30원으로 연초대비 6.12% 절상됐다. 연간 15%선의 절상률이다.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15% 이상 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한계상황에 봉착한 수출전선의 중소기업들은 속속 나가떨어지고 있다.

작년 국내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선. 산업은행 윤만호 트레이딩센터장은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최고 10%선, 중소기업은 3~4%의 영업이익률에 그쳤다”면서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은 최저점 대비 8% 가까이 절상돼 환율절상분만으로 영업이익을 다 까먹은 셈”이라고 우려했다. 원화 환율은 지난 8일 927.90원으로 8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대비 7.9% 절상폭이다.


◆중소기업들, 엔저(円低) 이중고

경기도 남양주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성동테크. 이 회사는 수출의 대부분을 일본에 한다. 일본 바이어(수입업체)의 요구로 결제통화를 엔화로 정했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작년 이후 일본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올라 손해가 이만저만 아닌 것. 도진희 전무는 “작년 초 1010원(100엔당)하던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져 있다”며 “작년 12월 이후 환차손만 월 20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종업원 10~15명 한 달 인건비가 원화 절상으로 허공에 붕 뜨고 있다는 뜻이다.

원·엔 환율은 작년 초 1000원대 초반에서 올 들어선 804.3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최근 850원대로 올라섰고 연말에는 900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원·달러 환율에 시달리는 국내기업들로서는 상대적으로 위안을 얻을 전망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과거 1000원을 웃돌던 시대에 비하면 여전히 고통이 크다.

경기도 광주 소재 특수합금업체인 B사. 이 회사는 생산제품 전량을 대기업 H사 등에 납품해 왔는데 최근에는 문을 닫을 판이다. 매출이 70% 이상 줄었기 때문. H사가 거래선을 일본으로 돌렸기 때문. 박모 사장은 “일본 경쟁사들이 자국(엔화) 환율이 절하되자 국내 대기업에 단가를 10~20% 내려 오퍼한다”면서 “이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사라진 중소 무역업체가 2200여 개. 무역협회 윤재만 팀장은 “환율 급등, 원자재가 상승으로 수출을 포기하는 업체가 무섭게 늘었고, 창업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환관리 사각지대, 중소기업들

원화 절상에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세계 10대 교역국인 한국 중소기업들의 환관리 지식은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산업은행 이영제 스왑금융팀장은 “환율 변화에 대응하는 선진 금융 상품들이 많은데도, 중소기업들은 태풍에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이리저리 떠다닐 뿐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조차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거래 협력업체들의 환율변동 손실을 막아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광주 소재 한 중소가구 업체 이모 사장은 “중소가구업계는 달러당 1050원 선이 무너진 이후 사실상 적자수출, 적자경영에 처한 상황”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조직·인력을 활용, 원자재를 일괄 구매하는 등 협력중소업체들의 환율변동 손실을 최소화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이광회팀장 santafe@chosun.com
방성수기자 ssbang@chosun.com
김기홍기자 darma90@chosun.com
김승범기자 sbkim@chosun.com
입력 : 2006.05.20 00:43 22' / 수정 : 2006.05.20 08:12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