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10년째 선생님도 평가받는 서울 한가람高

鶴山 徐 仁 2006. 4. 14. 13:09
학생들이 ‘성적표’ 매겨… “수업분위기 좋아요”
학기말 ‘수업만족도’ 조사… 교장도 대상 평가하는 학생들 진지
“어른이 된 기분” 학력우수자 전국평균 3~5배 높게 나와

▲ 한 교사가 받은 수업만족도 성적표.
교사들이 차례로 불려나가 ‘성적표’를 받는다. 직접 수업을 하는 교장·교감도 예외는 아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봉투를 찢어 살며시 점수를 열어본다. 평점 5.0점 만점에 4.0 이상이면 ‘우수생’, 3.0 이하면 교장 면담을 각오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다음 학기 임용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가람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매 학기말 벌어지는 풍경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이 매긴 성적표를 받는 것이다. 전교조·교원총연합회 등 교원단체의 반발로 교원평가제가 시범실시 단계에서 머뭇대고 있지만 한가람고는 1997년부터 10년째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사의 수업태도와 강의의 질을 평가하는 ‘수업 만족도 조사’를 연 2회 실시하고 있다.

▲ "선생님들 긴장되시죠"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한가람고등학교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수업만족도조사’ 설문지를 작성하고있다. /한가람고 제공
기말고사 직전 학년별로 대강당에 모이면 설문지와 OMR 카드가 앞에 놓인다. 한 학기 동안 자신을 가르친 전 과목(17~20개) 교사들의 이름과 ‘코드’를 기입하고, 각 교사에 대한 평가 항목 10문항에 대해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교장이 나와 “지금 하는 평가의 결과는 여러분에게 그대로 되돌아간다. 선생님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장난은 금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교장의 이런 ‘경고’가 웬 말이냐는 표정이다.

“장난이라뇨, 시험 때보다 진지한 분위기예요.”(3학년 이홍준)

“선생님들이 긴장하던데요? 어른이 된 기분이었어요.”(2학년 손수빈)

“그래서 그런가, 보통 학교마다 ‘변태’나 ‘엽기,’ ‘폭력’ 교사 있잖아요, 여긴 그런 선생님이 없어요.”(2학년 이모양)

수업만족도 조사는 10년의 실험을 거쳐 완성됐다. 동료교사의 평가는 ‘이해당사자의 개입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학부모의 참여는 ‘담임 외에는 제대로 못 본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설문 내용과 형태도 교사들의 합의를 거쳐 끊임없이 수정해 왔다. 이옥식(李玉植) 교장은 “수요자인 학생들의 눈이 가장 정확하고 믿을 만하더라”고 말했다.

2년 전 신규 기간제 교사로 들어왔다가 최근 ‘우수한 성적’으로 정식 임용된 서문혜영(26·국사과)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첫해 평균 3.0점 정도 받았어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을 어린 학생들이 그대로 지적하니 투덜댈 수도 없고…. 학생 때처럼 성적표를 보며 심기일전했더니 성적이 확 오르더군요.(웃음)”

서문 교사와 함께 기간제 교사로 들어왔던 다른 명문대 출신 교사 네 명은 이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2년 만에 탈락했다. 백성호 교감(사회·문화과)은 “나는 수업의 수준에 대해선 4.0점 넘게 받았는데, 생각지 않게 ‘수업 시작 시간을 잘 지키느냐’는 항목에서 확 깎였다. 학생들에겐 사소한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평가는 인사(人事)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평균이 너무 낮으면 이를 만회할 기회가 한 학기 더 주어지지만 ‘퇴출’도 감수해야 한다. 실제 지난 10년간 서너 명이 정식 교사생활 도중 “교직보다는 다른 일이 적성에 맞지 않겠느냐”는 교장의 이직(離職) 권유를 받고 학교를 떠났다.


반면 우수한 교사는 제2외국어·예체능 등 선택과목이라도 자기 입지를 굳혀 확고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가람고 학생들은 수업시수(주당 강의시간)가 낮은 과목이라도 자유롭게 선택해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평가 받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낸 한가람고의 성적은 주목할 만하다. 2004년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 9개 등급 체제에서 1·2등급을 차지하는 학생이 전체학생 중 언어 26%, 수리 ‘가’형 39%, 수리 ‘나’형 30%, 외국어 41%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보다 3~5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대학진학 성적은 3학년 280명 중 서울대 6명, 연세대 10명, 고려대 10명, 각 대학 의예과 10여명 등이었다.

이옥식 교장은 “앞으로 수업만족도 점수를 반영해 수당(인센티브)을 좀 더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평가제가 모두의 합의를 통해 자리를 잡아온 덕에 ‘인센티브’에 대한 반발은 없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정시행기자 polygon@chosun.com
입력 : 2006.04.14 00:58 30' / 수정 : 2006.04.14 01:08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