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대학순위 ‘세계 22위’ 싱가포르 국립大 시춘펑 총장

鶴山 徐 仁 2006. 3. 31. 16:21
“內申만으론 학생 잠재력 몰라… 학생들은 국제 마인드 가져라”

▲ 시춘펑 총장
“학생선발을 비롯한 대학운영이 간섭받고 제약받으면 세계무대에서 유수 대학들과 경쟁하기 힘들며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춘펑(施春風) 싱가포르 국립대 총장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나라건 간에 인적자원의 경쟁우위가 있으며 한국도 경쟁우위가 있는 분야를 찾아 각 대학들이 특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 평가에서 22위에 올랐다. 중국 베이징대(12위), 일본 도쿄대(16위)에 이어 아시아 3위권이다. 시춘펑 총장은 29일부터 3일간 고려대에서 열리는 아·태 국제교육협회(APAIE) 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다음은 시춘펑 총장과의 인터뷰.

예술·창업 재능있는 학생 10% 특별모집 교수 60%가 외국인

국립대 법인화 필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국만의 특성화를

―싱가포르 국립대가 세계적 수준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우수학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비결이다. 특히 교수진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일류로 구성해 왔다. 세계 유수대학 출신의 외국인 교수가 교수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교수 연봉이나 인센티브는 세계 어느 대학에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근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몰려드는 인재들을 선발하고 있다. 학생 대부분은 미국 하버드·스탠퍼드·듀크대 등 해외 유명대학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국제적 마인드를 키우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만의 학생 선발 방법의 특징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과거에는 한국처럼 대입시험만으로 학생을 뽑았지만 지금은 정원 외로 10%를 특별 모집한다. 음악이나 스포츠, 창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 등 특별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을 뽑고 있다. 외국 유학생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학부생 21%, 대학원생의 50%가 외국인 학생이다. 앞으로는 한국·일본은 물론 미국·유럽 등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데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학생선발은 자유로운가. 한국에선 고교 등급화가 금지돼 있는 등 일부 제약이 있다.

“우리 대학은 자체 평가기준을 갖고 자율적으로 선발한다. 고교 등급을 어떻게 매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대학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고교 때 성적이나 대입 시험만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이 얼굴만 보고 자라나서 어떤 사람이 될지 예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내신이나 대입시험 이외의 여러 요소가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주어진 평가자료를 골고루 활용해 우수한 학생을 뽑아낼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학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나?

“잘 모르지만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 5~6개 대학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대학들의 성공 요건을 꼽는다면.

“싱가포르는 인적자원이 많지 않다. 그래서 특성화에 초점을 맞춰 몇 개 분야라도 일류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싱가포르보다 인적자원이 많다. 물론 인적자원이 풍부해 어느 분야고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분명히 인적자원의 경쟁우위가 어딘가 있을 것이며 각 대학들이 나름대로 우위가 있는 분야를 찾아 특성화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대(4월 법인화)처럼 한국에서도 국립대 법인화가 논의되고 있는데.

“국립대 법인화는 세계 대학과의 경쟁에서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 자율성은 완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학생선발이나 교수, 교직원 채용 등 대학 운영이 간섭받는다면 세계무대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대도 법인화를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정부 지원 속에 자율성을 확보하고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면 세계 대학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청사진은?

“경영마인드를 접목시켜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시키려 한다. 이를 위해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국제적으로 폭넓게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춘펑(施春風) 싱가포르 국립대 총장은 1945년 12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싱가포르 폴리테크닉(공대)을 나왔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학(응용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 브라운대에서 교수직을 맡았다. 2000년부터 싱가포르 국립대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영진기자 hellojin@chosun.com
입력 : 2006.03.31 01:1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