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경남 거제는 지금…꽃 피는 동백섬

鶴山 徐 仁 2006. 3. 30. 20:02


‘환상의 섬’ 거제에 봄이 무르익고 있다.

부산 밑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자리 잡은 경남 거제는 지형이 빼어나지만

거리가 먼 탓인지 의외로 관광지로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뚫려 서울∼거제가 4시간30분대로 단축되면서

그 진면목이 빠른 속도로 외부에 알려지고 있다. 한 사업가의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해 유럽풍으로 조성된 외도(外島)만 해도

‘외도 폐인’이 생겼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또 장승포항에서 가까운 지심도는 거제시 지도에서조차 이름이 누락돼 있지만,

수백년생 동백꽃이 군락을 이뤄 외경심마저 자아내는 섬이다.

거제시에서 마지막 비경지로 숨겨놓은 홍포는 남해바다 최상의 전망대로 부족함이 없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

이 지역 출신 수군 장수 원균이 임진왜란 때 대패했다는 칠천도가 바로 그곳이다.

현재는 뼈아픈 유적지로 기억될 뿐이지만, 연륙교 한가운데서 바라보면 이 섬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과 너무도 흡사하다.

동백꽃을 시화(市花)로 한 거제 전역을 돌아보노라면 약동하는 봄 내음에 희망이 절로 부푼다.

# ‘한국의 보스포루스 해협’ 칠천도

거제는 닭이 목을 길게 늘인 채 날개를 펴고 있는 형국이다. 닭 목에 해당하는 장목리에 인접한 칠천도는 아직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다. 그러나 섬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둥치 끝과 거제 본섬 장목리 사이의 지형이 터키 이스탄불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쏙 빼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로마 신화에도 나오는 로마보다 더 화려한 로마 문명의 무대다. 칠천도가 유럽에 속한다면 장목리는 아시아 지역에 속한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본 사람이라면 동의하기 어렵지 않으리라. 인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자리한 외포리가 있다.



거제가 ‘환상의 섬’으로 불리게 된 연유를 알아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제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그런데 섬 지형이 제주도처럼 둥글지 않고, 문어발 형국으로 포구가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 포구가 이순신 장군이 옥포대첩을 거둔 옥포항이다. 포구가 많다 보니 정박한 배도 많아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거제는 물 반 육지 반이요, 배 반 자동차 반이다. 산과 포구,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천혜의 별장지가 바로 거제가 아닌가 싶다. ‘한국의 보스포루스 해협’인 칠천도는 지금은 지형만 갖추고 있지만, 실제 보스포루스 해협에 착안해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관광 잠재력이 엄청날 것이다.

# ‘동백나무 정글’ 지심도

대우조선이 있는 옥포항 인근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나가면 지심도에 닿는다. 소문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은 3년 전부터 외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청정지역에 자리 잡은 데다 섬에서 자라는 수종의 70%가 동백나무다. 그것도 수백년생 고목이 주종을 이루고 800년생도 있다. 섬을 돌아보노라면 동백이 어찌나 굵고 괴이한 형태를 하고 있는지, 정글을 누비는 느낌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모두가 자연산인 홑동백나무다. 올해는 날씨가 다소 쌀쌀한 탓에 빨갛고 소담한 동백꽃이 만개하려면 이달 말쯤이나 돼야 한다고 한다. 동백꽃은 피어 있는 자태보다 땅에 떨어진 모습이 더 아름답다. 그때가 되면 지심도 산책길은 동백꽃 천지가 된다.



섬에는 15가구가 살고 있는데, 모두 민박을 한다. 이 가운데 3년 전 낚시를 하러 왔다가 이 섬에 반해 한국인 아내와 눌러 살고 있는 일본인 하나시마 쓰토무(花嶋勉·54)씨도 있다. 그가 전통차를 팔며 민박을 꾸리는 ‘전망 좋은 집’에는 장난감처럼 생긴 정자 2채가 바다 쪽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하나시마씨가 손수 지었다고 하는데 여간 멋스럽지 않다. 커피 맛이 절로 난다. 섬이 일제 때 일본군 주둔지였던 까닭에 곳곳에 일본식 집, 탐조등 지지대, 창고 등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직선 거리로 70㎞쯤 떨어진 곳에 일본 대마도가 있다. 지심도는 낚시꾼도 심심찮게 들른다. 숭어 떼가 많아 미끼 없이 훑어 잡기도 한다. 핫꽁치, 자리돔도 입질이 왕성하다. 배는 장승포항에서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5차례 있다. 장승포항 횟집에는 요즘 숭어와 도다리가 한창 입맛을 돋운다.

# ‘유럽풍의 대정원’ 외도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바다에 떠 있는 금강산인 해금강을 지나 외도에 닿는다. 외도의 본 이름은 ‘외도해상농원’. 섬에는 동백나무, 선인장, 병솔나무(병꽃나무), 코코아야자 등 3000여종의 수목과 대리석 조각상, 온갖 야생화가 즐비하다. 섬 전체가 거대한 유럽풍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설립자 고 이창호(1937∼2003)씨가 30여년 전 찾기까지 이 섬은 아무도 찾지 않는 불모지였다. 이씨와 부인 최호숙(70)씨가 섬을 매입해 ‘한국의 파라다이스’로 바꾸어 놓았다. 풀 한 포기며 돌 한 조각, 조경 구상과 수목 배치 어느 것 하나 이들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육지에서 배로 20여분 떨어진 이곳을 지상낙원으로 바꾸어 놓기까지 이들 부부가 쏟은 노고가 얼마나 컸으랴. 섬 입장료로 5000원을 받아 구설에 오른 적도 있지만, 그만큼 돈과 공을 들여 꾸며놔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섬 경관이며 ‘인간 승리’를 음미해볼 만한 경건한 곳이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온종일 이곳저곳 쏘다니며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 석양에 물들고 싶은 홍포



거제 끄트머리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홍포’라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까지는 산자락을 제법 걸어 올라가야 한다. 거제시는 마지막 비경지라는 의미를 살려 홍포 가는 길에 아스팔트를 깔지 않았다. 현재는 일방통행으로 차가 다니지만, 도보 전용 도로로 유지할 계획이다. 시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마차 등을 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단 홍포에 도착하면 남해바다에 떠 있는 병대도, 가왕도, 매물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저 바라만 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어쩌다 운무라도 피어오르거나 저녁에 석양이라도 물들면 이 일대는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환상의 세계로 변한다. 거제시가 홍포에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 밖에도 거제에는 바람의 언덕, 옥포대첩 기념공원, 몽돌해수욕장,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해금강 테마박물관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이 봄, 희망과 행운을 찾아 환상의 섬 거제로 떠나보면 어떨까. 거제시 관광진흥과 (055)639-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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