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에서 마시는 정갈한 녹차 한 잔은 또 어떠한가. 찻잔속에 내려 앉은 분위기까지 마셔서일까? 그 감동은 과연 색다르다. 녹차의 고장 전남 보성을 찾으면 한겨울 자연이 빚어낸 초록과 순백의 낭만을 맛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일몰이 압권인 여자만 갯벌로 나서면 쫄깃, 짭짤한 겨울 별미 '꼬막'을 채취해오는 '뻘배'의 장관도 목도할 수 있다. ▶ 겨울 녹차밭의 낭만 이즈음 35개의 크고 작은 다원이 들어선 보성에는 이색 설국이 펼쳐진다. 하얀 눈꽃이 소담스럽게 내려 앉은 차밭의 설경은 마치 흰색 융단을 깔아 놓기라도 한듯 유려한 곡선을 그려내고, 산밑에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등고선은 하얀 포말을 이고 달리는 파도가 되어 금새 산마루를 넘어선다. 겨울 차밭 최고의 경관으로는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잘 알려진 대한다업의 보성다원이 꼽힌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이어지는 600여m 길이의 아름드리 삼나무 숲길 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난 삼나무 길은 마치 설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를 담아낸다. 연초록 잎이 싱그러운 봄날에 수녀와 비구니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CF를 찍었던 S자 삼나무 오솔길 또한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운치있다. 차밭 능선이 그려낸 기하학적 곡선을 따라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자면 곳곳에 눈꽃을 피운 겨울나무들이 환상적인 동화속 풍경을 연출한다. 동화나라 사람들도 등장한다. 졸업여행차 들렀다는 중학교 3학년 소녀들(경기도 안양여중)의 생기넘치는 웃음소리는 골골이 메아리 되어 울려퍼지고, 눈꽃의 황홀경에 흠뻑 젖어든 연인들은 오솔길을 산책하며 추억의 발자국을 남기기에 여념 없다. 차밭에 마음을 빼앗겨 이리저리 걷다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시음장에선 서로 발개진 볼을 마주보며 따끈한 녹차 한잔(1000원)을 마실 수 있다. 아늑한 분위기의 보성다원과는 달리 보성과 회천을 연결하는 고개, 봇재에서 내려다보는 녹차밭은 마음까지 후련할 정도로 툭트인 공간이다. 서편제 소리꾼들이 넘어 '소리고개'로도 불리는 봇재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녹차밭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이 곳 녹차밭에 높이 150m, 폭 130m의 초대형 트리를 설치 했으며, 차밭길을 따라 아치형 터널을 조성, 매일밤(3월말까지)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성에서는 녹차의 고장 답게 녹차 수제비와 녹차떡국, 녹돈, 녹우 등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 대표적 별미로는 '꼬막'이 최고다. 짭짤 쫄깃한게 감칠맛 있어 예로부터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중 으뜸으로 꼽혔다.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 미네랄이 풍부한 벌교 여자만 일대 뻘밭에서 자생하는 참꼬막은 여느 지방산에 비해 그 맛과 질을 최고로 친다. 장암리와 대포리가 대표적 생산지로, 해질녘 뻘배를 타고 귀환하는 아낙들의 행렬은 밀레의 '만종' 못지 않은 숭고함 마져 느껴진다. 보성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율포해수욕장에 자리한 해수녹차탕. 보성군 직영으로 지하 120m 암반에서 끌어올린 해수탕과 보성 녹차를 원료로 한 해수녹차탕은 피부를 통해 녹차 성분이 흡수돼 피부탄력을 유지하고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뜨끈한 탕안에 앉아 통유리 밖으로 펼쳐진 겨울바다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입욕료는 5000원.
▶그밖의 볼거리=벌교 읍내에는 온통 소설 태백산맥 유적지가 가득하다. 염상구가 담력을 시험했던 철다리, 소화다리, 중도방죽,
남도여관, 현부자집, 김범우집 등이 잘 보존돼 있다. 이밖에도 백제 고찰 대원사, 티베트박물관, 비봉공룡알 화석지, 보성소리 전수관 등이 있다.
보성군 문화관광과 (061)850-5223.
▶먹을거리=꼬막 전문식당으로는 홍도회관(061-857-8088)이 있다. 꼬막정식 1인분에 1만2000원인데 삶은 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양념꼬막, 꼬막된장국 등 각종 꼬막요리를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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