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봄 오는 길, 그곳으로 마중 간다

鶴山 徐 仁 2006. 3. 2. 15:12


[조선일보 월간산, 정정현 기자]

설흘산 기슭 가천 다랭이 마을 에 벌써 봄이 왔다는 소식에 남해로 들어선다.

이른 봄 안개가 ‘몽유도원’을 연출하는 것인가.
삼천포항에서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는 사이 그랬다. 옅은 안개가 깔린 바다 곳곳에 크고 작은 섬들이 솟아올랐다. 다리 오른쪽 가까이 마도와 두응도와 딱섬, 왼쪽 가까이 코섬, 독섬, 장구섬. 신수도 너머로 사량도와 수우도까지도 보였다. ‘이어도’ 같은 그 섬들을 향해 고깃배들이 짙푸른 바다에 흰 꼬리를 흔들며 다가가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은 먼바다로 나가거나 아니면 바닷가에 눌러앉아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고래등 같은 섬들과 고깃배나 실컷 봐야겠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도 쉽지 않았다. 다리를 하나 하나 건너는 동안 흥분이 더욱 고조되고, 조금 더 들어서면 어떤 선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에 멈춰 설 수 없었다.

푸른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에 해안절벽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자아내는 물미 해안도로 를 따르다 금산을 끼고 돌자 앵강만이 펼쳐진다. 이건 바다가 아니라 넓은 호수다. 그 부드럽게 휜 앵자만은 멀리 수평선이 펼쳐지는 가운데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이 살았다는 섬 노도가 오롯이 있다. 나만의 생각일까, 그는 비록 유배 생활일망정 굳이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밖을 내다보면 망망대해요, 등을 돌리면 이렇듯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는 것을-.

남면 해안도로 는 유난히 발목을 붙잡는다. 바닷가 풍광에 넋을 잃다보면 바닷가 갯마을, 산기슭 산촌이 정겹게 다가와 또다시 멈춰서고 만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천 다랭이 마을, 아니 봄이었다.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주름살처럼 겹을 이룬 다랭이 논에는 마늘, 유채가 파릇파릇 봄을 맞고 있었다.

(글=한필석 월간산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pshan.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정정현 기자
rockart@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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