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詩 /송연주(낭송)
오렌지 향기 바람에 날리던 날
첫 키스의 순간처럼 가슴이 뛰어
눈 감은 채 당신을 보았어요
당신에게서 뿜어지는 빛으로
눈부셔, 가슴으로 당신을 맞았어요
당신은 출렁이는 바다가 되었고
나를 바라보던 당신 눈빛은
하늘 되어 거기 펼쳐져 있었어요
바람이 일렁이는 언덕엔
가득한 들꽃..사랑하는 이의 마음 같아
한 아름 꺾어 다 꽃아 두고 싶었지만
그것으로 당신 마음 다 할까 두려웠어요
구름에 실 달아 이정표 삼아
기쁜 날 당신 모습 하얀 구름 되고
슬픈 날 당신 모습 먹장구름 되어
혼자서 쓸쓸히 옷을 말려야 했어요
흙 냄새 낯익은 작은 찻집에 앉아
성큼 걸음으로 오던 당신 그리며
목젖을 넘지 못 하는 말의 파도에
뜨거운 커피 한 모금 씹어 삼켰어요
볼이 발갛게 익어가는 벽난로에
혼자 두고 언덕을 내려가던
당신 그림자를 조금씩 조금씩 잘라
불쏘시게로 써도, 변함없는 당신 그림자
실비 내려 이리저리 흩날리는 날
바람 언덕에 가면
빈 가슴으로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지평선 너머 어둠이 깔리는 어느 날
그림자 떼어 두고 가서
오렌지 향 베어나는 사랑을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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