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비교. 통계자료

이종석 통일부장관과 여론조사

鶴山 徐 仁 2006. 2. 14. 01:43
글쓴이 : 신창운 ( scw1309 )  글 올린 시간 : 2006-02-13 오후 6:30
유시민 보건복지 등 5개 부처 신임 장관과 경찰청장이 10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취임식을 가졌습니다. 취임사 중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직원들에게 당부한 내용이 눈에 띄더군요. 여론조사 관련 언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연합뉴스 정준영 기자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그는 먼저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하는 통일정책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자'며 ‘국민 속으로’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그는 '정책 입안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했다는 것만으로는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정책이 태동해 마무리될 때까지 직접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설명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형식에 매달리지 말고 실질적 내용과 효과를 중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장관은 '형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설명자료를 발간하고 여론조사를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고들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정책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간단히 요약하면 두 가지입니다. 여론조사를 형식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국민에게 정책을 충분히 전달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막상 실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론적 언급 때문이기도 하고, 이론적 방법적 측면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 제 생각을 간단히 적어봤습니다.

'내용 있는' 여론조사 위해선 일회성 지양해야

통일정책과 관련된 여론조사는 우선 조사시점 선택과 설문지 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 관련 뉴스의 영향력을 최소화(‘통제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할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해당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반응을 정확히 측정 수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념적 민감성을 고려해 설문지 작성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Social Desirability)’을 묻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여론조사의 형식성을 배제하고 ‘내용 있게’ 실시하기 위해선 일회성(一回性) 조사를 지양해야 합니다. 가령, 통일 방법이나 예상시기, 김정일 체제에 대한 평가,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 6자 회담 성패 예상 및 전망 등은 동일 문항을 사용해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조사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물론 주요 이슈가 돌출될 경우 불가피하게 단발성 조사를 실시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와 관련 작년 1월 초 제 블로그에 게재했던 ‘대북정책 지지도 혼선’을 다시 한 번 언급하고자 합니다. 민주평통과 통일부가 정부의 대북정책 지지도에 대해 거의 동일한 시기에 조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평통 조사는 47%, 통일부 조사는 50%. 그런데 문제는 각 기관의 이전 조사에서 나타난 지지도가 각각 67%(2004년 3월), 34%(2004년 2월)였습니다. 만약 과거 조사와의 비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여졌을까요.

두 기관의 업무 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졌을 경우, 대북정책 지지도가 2명 중 1명 꼴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사이좋게’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기관의 정보 교류가 그렇게 원활한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까.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었지만) 만약 두 기관이 자신들의 과거 및 현재 조사결과에 충실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평통 측은 “김동신 목사 강제 납북 및 북한 공작원 개입 확인과 함께 남북교류 정체에 따른 구체적인 성과 부족의 영향으로 지지도가 하락한 것 같다”고 발표했습니다. 67%에서 47%로 지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죠. 그럼, 34%에서 50%로 지지도가 오른 통일부는 어떻게 분석했을까요.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경협을 추진해 온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신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이 'OK할 때까지' 설명 또 설명해야

국민들에게 통일 관련 정책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전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전공이 아니라 자신 있게 한 마디 하기가 그렇지만, 이와 관련해선 세계적 기업인 GE 전 회장 잭 웰치의 충고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끝없는 도전과 용기’라는 그의 자서전에 나와있는 내용을 옮겨 적었습니다.

'나는 어떤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하고자 할 때 한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 나는 어떤 중요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수년에 걸쳐 온갖 종류의 회의 때마다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나중에는 아예 신물이 날 정도였다.'

소비자와 종업원을 상대하는, 그것도 세계 최고의 기업을 20여년 동안 이끌었던 CEO도 자신의 메시지를 수없이 반복해서 말했다고 했습니다. 일반 국민과 공무원을 상대하는 부처 장관의 경우야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죠.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 이해시킬 수 있고 또 설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OK할 때까지’ 말입니다. 이종석 장관의 취임사를 접한 통일부 직원들이 그만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