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인위자연, 산속의 오아시스. 전라남도 담양관광호텔

鶴山 徐 仁 2006. 1. 31. 15:32



안 높다. 높을 줄 몰라서 안 높은 것이 아니라 산·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안 높은 것이다. 안 크고 안 작다. 자금성은 중국에 있어야 하고 경복궁은 한국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섬세하고 자상하다. 느닷없이 온천이 터져서 리조트가 되었지만 처음부터 관광 상품이 되겠다고 이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 둥지를 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이던가, 고등학교 시절이던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묘사된 중국의 자금성을 보고 넋을 잃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경복궁을 부끄러워했고 조선인의 피를 거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작고 초라한 경복궁조차도 조선의 물리적·사회적 공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크고 화려한 입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중국인이 되는 것을 내 인생의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어도 ‘미’의 차원에서는 모든 부피와 길이, 넓이, 무게가 ‘질’로 환원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리, 베네치아, 빈 등 오만 가지 현란한 수식으로 점철된 유럽의 그 어느 도시도 서울의 한 개 구, 또는 두 개 구의 규모를 넘지 않았다. 설악산 자락에서 마주친 걸리버 같은 불상을 올려다볼 때는 하품이 나왔지만 손바닥만 한 빌렌도르프 비너스를 내려다볼 때는 경외감이 생기지 않았던가. 스케일에 대한 집착은 심지어 자금성에 대한 감동조차도 왜곡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전라남도 담양군에 위치한 담양관광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이 ‘미와 스케일’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온천이어도 충분할 것 같은 이 외진 곳에 뚱딴지 같게도 리조트 호텔이라니. 그런데 리조트 호텔치고는 또 스케일이 너무 작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체 불명의 온천 휴양지에 대한 작은 실망은 로비를 지나 룸에 들어가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문 그 30여 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더 나아가 감탄과 찬사로 대체되기까지 했다.



건물 안과 밖 어느 곳에서나 추월산, 산성산 등의 크고 작은 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각, 청각, 후각, 심지어 촉각적으로도 이 건물은 주변의 산, 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정원을 만들 때 정원 안을 장식하는 것보다 정원 밖의 경관을 그 정원 안에 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감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호텔은 산을 해치지 않기 위해, 그렇게 건물을 높이지 않기 위해 면적 대비 유지·관리비가 두 배 가까이 드는 ‘넓이’를 선택했다. 또한 로비, 카페, 룸은 물론이고 심지어 복도의 인테리어도 그냥 지나치기에 미안할 정도로 섬세했다. 이것 역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벽, 기둥은 물론 가구, 그림 등 그 어느 구조물·조형물 하나도 아무렇게나 만들어지고 마련된 것이 아니었다.

일례로 온천 내부는 개방된 느낌을 위해 사우나 부스에 단을 만들었으며 천장에는 바리솔 소재(비닐 종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아크릴에 비해 얇고 가볍다)를 사용했다. 욕탕, 노천탕, 탈의실을 서로 통하게 했고 온천을 하면서 외부 경관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탕의 타일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했고, 룸과 로비, 카페에 있는 대부분의 가구는 발리에서 수입했으며, 건물 내부의 바닥과 벽의 소재인 돌은 이스라엘에서 수입했다.

로비의 등이나 작은 정원에는 담양의 상징인 대의 느낌을 주었으며 숙소의 키는 아늑함을 위해 카드 기능을 갖춘 열쇠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외적인 규모는 담양의 물리적·사회적 공간에 맞추었지만 그 질적인 입체는 ‘럭셔리 호텔’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 ‘최고급’으로 구현한 것이다.

주말은 있지만 주말 여행지는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경기도든 강원도든 휴양지는 만원이다. 두 시간만 더 밟으면 된다. 담양이 있고 담양관광호텔이 있다. 가족이 함께 와도 좋고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와도 좋다. 자연과 직접 호흡하며 온천욕을 즐기다 보면, 또한 섬세하고 자상한 호텔 안과 밖의 배려를 직·간접적으로 받다 보면 진정한 휴식, 휴양이 무엇인지를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는 길은, 수도권의 경우 ‘중부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광주 IC → 담양 IC → 24번 국도(10킬로미터) → 담양관광호텔’과 ‘서해안고속도로 → 장성 IC → 24번 국도(32.6킬로미터) → 담양관광호텔’ 두 가지가 있다. 문의 (061) 381-6000

에디터 김형렬 | 사진 김유철


01 디럭스 룸(양실)의 천장은 지붕 모양을 고스란히 살려서 디자인되었다. 창문 너머로 추월산, 금성산성 등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02 담양관광호텔의 100% 천연 온천수는 스트론튬, 게르마늄,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온천욕 외에도 사우나, 찜질, 마사지 등을 즐길 수 있다.

03 이벤트가 있을 때는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04 호텔 내 카페에서는 추월산과 금성산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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