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춘천의 섬들

鶴山 徐 仁 2006. 1. 31. 15:30
늦가을과 추억 그 사이엔 늘 춘천의 섬들이 떠있다


△ 춘천시 서면 호반도로인 403번 지방도 현암민속박물관 앞에서 바라본 의암호 중도쪽 풍경.

'짧은 뱃길 뒤의 긴 서정' 중도·남이섬

강나루에서 배를 탄다. 수심 깊은 늦가을 북한강 줄기, 나뭇잎처럼 뜬 섬으로 흘러드는 짧은 뱃길. 뱃길 뒤엔 하염없는 낙엽길이 기다린다. 가을 나무들 정갈하게 몸을 비워 숲길마다 추억들이 두툼하다. 연인들은 그 숲에 들어 자작나무 허리에 자전거를 오래 기대놓고, 바스락거린다. 숲길이 자전거 바퀴를 다시 굴리는 때는 황금빛 강물이 갈대숲을 적실 무렵. 또 한잎 추억이 무르익어 늦가을 섬이 훈훈하다.

남이섬 튤립나무 등 산책로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장소
고슴도치섬 국제마임축제 유명

고슴도치섬·붕어섬·상중도·하중도·남이섬 …. 춘천은 육지 속의 섬나라다. 북한강 줄기에 잇따라 들어선 댐이 물을 막아 강 가운데 여러 섬이 만들어졌다. 낙엽 밟으며 걷기 좋은 춘천의 섬으로 떠난다.

가평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분 달리면 울창한 고목 숲과 낙엽길이 아름다운 남이섬에 닿는다. 가평에서 배를 타지만 섬 자체는 춘천시에 속한다. 둘레 6㎞, 14만평 넓이로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섬을 이뤘다. 수도권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라면 경춘선 기찻길과 함께 이곳에도 추억 한 자락씩 묻어둔 이가 적지 않으리라. 잣나무·은행나무·단풍나무·튤립나무길·메타세쿼이아나무 숲길 등 거닐기 좋은 산책로가 있어 연인·가족 나들이객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영화·드라마가 잇따라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요즘 들어 더욱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섬이다. 70m 가량 이어진 은행나무길은 영화 〈겨울나그네〉를, 하늘 높이 치솟은 메타세쿼이아길은 드라마 〈겨울 연가〉를 촬영한 장소다. 지금 은행나무 잎은 다 떨어져 쌓였고, 단풍나무 등은 아직 붉은 잎들을 달고 서 있다. 추억을 남길 만한 숲길이 곳곳에 있지만, 주말엔 인파가 몰려 번잡한 게 흠이다. 30일까지 섬 안에 있는 안데르센홀에서는 남이섬의 사계절을 찍은 사진전시회가 열린다. 조선 세종 때 여진족을 물리쳤던 남이 장군의 묘가 있다 하여 남이섬으로 불리고 있으나, 실제 남이 장군의 묘는 경기 화성에 있다. 주차료 4000원, 왕복 뱃삯 5000원. 남이섬 관리사무소 (031)582-5118.


△ 남이섬의 잣나무길.

중도(하중도)는 춘천시 삼천동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1968년 의암댐 건설로 생긴 34만평 넓이의 섬이다. 주민이 사는 지역을 뺀 11만평이 관광지로 개발돼 춘천시민들의 휴식처 구실을 한다. 널찍한 잔디밭과 자작나무·단풍나무·소나무숲길이 그윽하고 섬 남쪽지역에 펼쳐진 억새와 갈대숲이 볼만하다. 이곳에서도 〈겨울연가〉와 영화 〈와니와 준하〉를 찍었다. 고인돌과 돌무지무덤(적석총)·움집 등 선사시대 유적지들도 볼거리다. 섬 둘레를 자전거를 타고 둘러봐도 좋지만 천천히 산책하며 즐기는 편이 낫다. 13㎞에 이르는 산책길·자전거길이 조성돼 있다. 남이섬에 비해 나무와 숲의 규모는 작지만, 덜 붐비는 게 장점. 입장료 1300원, 뱃삯 2600원. (033)242-4881.

중도에서 상류 쪽에 자리한 고슴도치섬(위도)도 늦가을 정취가 가득한 섬이다. 춘천시 서면 신매리 신매대교 밑이다. 배를 타고 가기도 하지만, 신매대교가 놓이면서 다리 중간에 육교가 만들어져 섬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다. 해마다 이곳에서 열리는 국제마임축제 장소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섬 둘레에 이어진 단풍나무·은행나무·느티나무길을 따라 강물을 바라보며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널찍한 잔디밭 가운데 늘어선 붉은 단풍나무 행렬도 볼 만하다. 14만평 넓이. 주말에 야유회를 하는 단체객들을 제외하면 남이섬이나 중도에 비해 분위기가 한적하다. 시내에서 신매대교 건너면 왼쪽에 전용 무료 주차장이 있다. 입장료 1500원. (033)254-7650.

■ 춘천 소양로 1가 '번개 시장'


△ 춘천 소양로1가 번개시장.

춘천에서 하루 묵는다면 소양로 1가 뒷골목으로 ‘번개시장’ 구경을 가볼 만하다. 매일 새벽 3시부터 시작돼 아침 9시면 파장하는 반짝 재래시장이다. 순식간에 열렸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번개시장으로 불린다.

100m가 채 안 되는 뒷골목과 100평을 넘지 않는 공간에 간판을 해 붙인 붙박이가게들과, 할머니들이 야채·부식거리를 벌여놓고 파는 노점들 40~50곳이 바글거린다.

장의 중심은 시장 사람들이 ‘광장’이라고 부르는 작은 공간이다. 새벽녘에 먼저 와서 차지하는 쪽이 임자다. 하지만 최근엔 터줏대감들이 생겨 자리다툼이 잦다.

새벽 도매장이 끝나고, 노점들이 자리를 잡으면 6시께부터 일반 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여름이면 이때쯤 이미 상인과 물건을 사려는 주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일반 가게보다 20~30% 싸게 반찬거리 따위를 장만할 수 있어 주부들이 자주 찾는다. 애호박에 열무·달래·묵은나물·된장 등 집에서 해온 반찬거리들과 뜨거운 김이 오르는 두부와 팥죽·콩탕, 그리고 오가피열매·칡뿌리까지 거래되는, 옛 시골장 풍경이 살아 있는 곳이다. 보통 20~30년씩 장사를 해온 할머니들이 시장의 ‘얼굴’들이다.

팥죽·콩탕·오가피열매·칡뿌리 새벽 3시~아침 9시 ‘반짝 팔이’

30년째 부식·야채를 팔아온 김삼초(70) 할머니 말로는 “장터는 옛날 연탄공장이 있던 곳으로 시장 자체가 무허가촌”이다. 강 건너 서면이나 부근 화천·양홍천 지역 주민들이 주로 직접 집에서 키운 채소·나물 따위를 소량씩 이고지고 와 팔면서 형성된 재래시장이다.

새벽 추위에 몸이 얼어들어 오면 골목의 500원짜리 커피집이나 2000원짜리 국숫집으로 들어가도 좋지만, 번개시장의 명물인 광장 골목 어귀 어묵 노점을 찾아볼 만하다.

“왜덜 자꾸 싸워 싸우길. 힘이 남으면 국시나 한그릇씩 더 말아먹고 말지.” 흔히 벌어지는 장터 다툼은 사과궤짝을 부숴 피운 불을 쬐며 서서 어묵·국수·김밥을 먹을 수 있는 김옥순(58)씨의 손수레 앞에서 풀어지곤 한다. 넉살좋은 말주변과 웃는 얼굴로 살벌해진 시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어묵국물’ 같은 존재다.


● 가는길 서울 청량리역에서 춘천역까지 무궁화호(1시간35분 걸림) 열차가 하루 9차례, 통일호(1시간50분)가 6차례 운행된다. 남이섬은 가평역에서 내려 남이섬행 시내버스(하루 9차례)를 타거나 택시(4000원 가량)를 이용한다. 서울 상봉터미널과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춘천행 시외버스가 15분 간격으로 있다. 승용차로는 서울에서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청평·가평을 거쳐 춘천으로 간다. 남이섬 가는 선착장은 가평읍내에서 우회전해 10분 거리에 있다.

● 먹을거리 춘천은 막국수·닭갈비 고장. 신북읍 유포2리에 있는 유포리막국수(033-242-5168)는 30년째 막국수를 해온 오래된 집. 공무원들도 자주 찾는 집인데, 찾아가는 길이 좀 까다롭다. 4000원. 주변에 사과밭이 많아 11월 중순까지도 사과를 직접 따 사갈 수 있다. 신북읍 천전리의 샘밭막국수(033-242-1702)도 30년이 넘은 집이다. 허름하지만 국수맛은 좋다. 남이섬·중도·고슴도치섬에는 모두 식당·매점이 있다.

● 묵을곳 남이섬에는 호텔을 비롯해 방갈로·별장 등 숙박시설이 많이 있다. 중도나 고슴도치섬에도 방갈로가 있다. 모두 각 관리사무소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춘천/글·사진 이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