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레프트 "뉴라이트라는데 舊보수와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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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뉴레프트’는 원래 1960년대 구미(歐美) 학생운동과 월남전 반전(反戰) 운동에서 나온 저항적 진보운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미래지향적이고 대안적 진보를 지향하는데, 뉴레프트란 말로 규정하면 이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진보’라고
부른다.
1997년 이후는 보수의 입장에서 잃어버린 10년이다. 뉴라이트는 다시 보수세력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반공(反共)과
지역패권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등을 내걸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자기반성 위에서 새로운 이념과 전략을 모색한다며 나왔는데 실제로는 ‘올드라이트’와 행태상에서 별로 다른 게 없다. 새로운 보수를
제시하기보다 “진보는 좌파정권”이라는 부정적 공격에 머물고 있다.
▲유석춘=올드라이트는 여러 업적이 있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뉴라이트는 선거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수용하고 있다.
오히려 나는 올드레프트와 뉴레프트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지속 가능한 진보’는 말은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할지 뚜렷한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김영호=‘좋은정책포럼’ 창립선언문을 보니 “한국형의 새로운 제3의 길을 모색한다. 새로운 이념과 경제발전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뉴라이트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수·진보의 양 날개로 날아야 하지만 하향(下向) 평준화로 저급하게 날지 말아야
한다.
▲김형기=뉴라이트가 과거 보수의 성찰 위에서 쇄신을 지향하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합리적인 세력이 되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우리의
보수는 서구와는 달리 수구적이었고 진취적 보수가 등장하는 것은 발전적이다. 우리가 지속 가능한 진보를 내세운 것은 이념 자체보다도 실사구시적
입장에서 국민 실생활에 좋은 정책을 통해 진보의 대안이 되겠다는 것이다. 뉴레프트와 뉴라이트가 정책 경쟁을 한다면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뉴라이트는 ‘자유주의’, 뉴레프트는 ‘지속 가능한 진보’를 각각 표방하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또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김영호=과거 한국의 보수는 철학적 이념 없이 권위주의와 반공 일변도, 냉전 편승 사고 등 수동적으로 정체성(identity)을 가져왔는데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능동적 보수주의로 전환시켜 나가려면 자유주의를 재발견하고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 인권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참여민주주의가 포퓰리즘에 빠질 때 나타나는 문제를 경계해야 하며 이는 자유주의의 활성화로
해결할 수 있다.
▲임혁백=‘지속 가능한 진보’란 정치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다. 소극적으로는 권위주의로 돌아가려는 세력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적극적으로는 시민권을 계속 보장하고 정치적 영역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주장한다. 약자와 강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경제와 환경,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 한반도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남·북
문제를 보지 말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김영호=한국형 제3의 길이란 것을 말했는데,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는가
▲김형기=기존 진보 이념으로는 이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를 책임 있게 이끌 수 있어야 하며 그때 중요한 것은
참여·연대·생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갈등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더불어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개인의 창의성을 높이고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생산적 방식으로 해야 한다. 생태를 강조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을 통해
하나의 사회와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공동체’가 수식어로만 존재한다면 신자유주의가 된다. 이 점에서 뉴라이트는 답이
없다. 공공성의 실현, 연대의 실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유석춘=나는 공동체가 빠진 자유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공동체가 대외 선전을 위해 정치적 수식어로 붙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역사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형기 교수가 얘기한 것처럼 수식어로서의 공동체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는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발전모델로 어떤 것을 제시하는가?
▲김형기=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 모델은 한국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그늘이 있었지만 그 기초 위에서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었다는 것을 진보세력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화 세력도 산업화 세력을 견제함으로써 정보화 사회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놓았다. 의도적
협력은 아니지만 역사적 결합으로 여기까지 왔다. IMF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파고가 들어왔다. 신자유주의는 세계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나가게 하고
한국의 경제 주체들을 단련시키는 긍정적 요소가 있다. 그러나 앵글로색슨 모델로는 양극화가 심화된다. 역대 정권 중 가장 분배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에서 오히려 분배가 악화되는 상황이다. 진보적 시각의 대안적 모델은 분권·혁신·통합을 강조한다. 대기업·중소기업·자영업자가 혁신 정신으로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면서도 격차 확대를 공동체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유석춘=말씀 듣고 보니 제가 생각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웃음) 지난날 보수를 수동적·냉전이라고 보는데 사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찬탁·반탁의 치열한 논쟁 끝에 정부를 수립했고, 박정희도 혁명 이후 치열한 논쟁을 거쳤다. 냉전 편승적이라고 손쉽게
말할 수는 없다. 과거 우파가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이 각각 있다. 동아시아 발전 모델을 통해 산업화한 것은 잘했다. 국가의 전략적 개입은 지금도
중요하다. 시장에 완전히 맡기기보다는 국가가 필요한 요충지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남·북한 문제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임혁백=개발독재 모델은 유효성을 상실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신자유주의 모델로 어느 정도 성장했지만 양극화를 초래해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 ‘협치(協治)’의 원리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해결되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도 그렇다. 경제에서 특권 부분을
억누르고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영호=현재 진보가 권력을 잡고 있지만, 박정희 정권 때의 규제가 남아 있다. 민(民) 중심으로 돌리고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으로 국한시켜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은 정부가 세금을 늘려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에 반발한다. 공공 부분을 확대시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안 맞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역할은 여전히 있다. 서비스 국가론이라 할까. 개인의 창의성을 증진시키고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다. 기업이 할 수 없는 것, 즉 교육·주택·환경·교통·복지 등에서 국가의 역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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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평화 체제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민족 공조를 너무 강조하는 접근 때문에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한반도 분단이란 것은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굉장히 국제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결국 ‘민족 공조’와 ‘국제 공조’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북한은 언제나 미국을 상대하려 하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상당히 긴밀한 관계에 있구나!”라고 생각할 때 손을 내민다. 따라서 한국이 진정한
협상 당사자가 되기 위해선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영호=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다. 과거 엄혹했던 현실에서 인권을 강조해 왔던 세력이 집권하고 나서는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고 있다. 북한인권국제대회나 유엔총회처럼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는데 우리 정부만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뉴레프트는 이 문제를 명확히 말해서 우리와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 북한 위폐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형기=사실 북한 인권에 대해 아직 깊이 토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진보’라고 했을 때 보편적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을
공유해야 한다. 진보·보수를 떠나 양심에 따르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중요시 해야 한다. 그러나 인권 탄압만 얘기할 게 아니라 진정한 민족
공조와 남북 협력을 통해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유석춘=남북한 평화체제 유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만약 그것에 매달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존엄성이 훼손된다면 그래도 계속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가? 할 말을 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다니기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싸울 필요가 있으면 싸워야 할 때도 있다.
―한·미 관계는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가?
▲임혁백=한미관계에 최근 균열의 징후가 보이는 건 발전적인 동맹을 위한 진통이다. 냉전 시대의 비(非)대칭적인 관계에서 좀더 대칭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 하지만 결과로서의 자주(自主)를 추구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군사력이 부족한 우리가
미국에게서 떨어져 나간다면 어떻게 자주가 되겠나. 미국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김영호=20세기 전반 동북아 지역에서 큰 전쟁이 여섯 번 일어났다. 그런데 6·25 이후엔 전쟁이 없었다. 그 초석은 역시 한미동맹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번영을 이룩했다.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온 한미동맹을 21세기에도 새 모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난 3년의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앞으로 남은 2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유석춘=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벌이며 너무 균형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
참여, 복지정책 다 좋지만 세금을 얼마나 걷고 얼마나 써야 하는지, 수도 이전 같은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약속만 잔뜩 해 놓고 대책이 없는 모습이다.
▲김형기=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의 정치 분야 개혁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비전의 추구라는 점에선 미흡했다.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이 따로 노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 이념에 집착한 탓에 정책의 유연함이 부족했다.
▲김영호=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정책 집행 능력이 떨어진다. 국민이 보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참모들이 인터넷에 글 올리기 바쁘지
않은가? (웃음) 국정을 챙기는 데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사람들이…. 국민들은 “그런 일 그만 하고 정권이 얼마 안 남은 동안에라도 집중하고
실행력을 높여 나가라”는 심정일 것이다.
▲임혁백=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뉴라이트’는 노무현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치적 자유와 탈(脫)권위주의가 이 정부에서
급격히 신장한 것은 평가해야 한다. 또 하나는 긍정적인 부분은 분권(分權) 국가의 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동성애(同性愛)나 종교적 병역 거부 처럼 최근 들어 젊은층이 크게 관심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유석춘=동성애 문제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문제지 권장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병역 거부 문제의 해법은 대체복무의 강화다.
군대 가는 것만큼, 또는 그 이상의 대체복무를 개발하면 단순히 군대를 안 가려는 사람은 군대를 가지 않겠나?
▲임혁백=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이다.(웃음) 동성애는 서구에선 중요한 진보의 아젠다다. 생물학적인 동성애자가 있고 후천적이고 사회적인
동성애자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에 차별하고 억압한다고 해결이 되겠는가. 병역 문제는 개인의 자유 차원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많은 이슈다. 병역 회피의 악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면 양심적 병역 거부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김형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외국인 근로자 문제나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처럼 두 가지 사안보다 더 주목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혹시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하고 있나?
▲임혁백=돈이 없어서… 있으면 하겠는데. (웃음)
▲유석춘=주식을 1000만원어치 세 번 투자했다가 두 번 깡통이 됐다. 세 번째의 절반은 회사가 망해 휴지조각이 됐고, 나머지 500만원은
반 토막이 났다가 아직 회복을 못했다. 이제 다시는 안 할 거다.
▲김형기=세금 혜택 때문에 보유한 적이 있는데… 아마 판 것 같다.
▲김영호=대형 우량주 조금 가지고 있는데 오르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고 뭐 그렇다.
―‘뉴 라이트’와 ‘뉴 레프트’의 출현은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형성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임혁백=진보는 정치적 다수를 형성했지만 아직 사회적인 다수는 아니다. 앞으로 진보가 할 일은 ‘정책’이다. 정권을 잡았을 때 통치할 수
있는, 진보의 대안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김영호=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생각할 시점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미 완성됐다. 어차피 정치권력은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맡을 수밖에
없다. 어떤 세력이 집권하든 그 정권이 이룩한 성공과 실패의 부담을 다음 정권이 질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의 틀이 깨지지 않고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논의의 장에 대해 ‘뉴라이트’와 ‘지속 가능한 진보’가 논의해 나갔으면 한다.
▲김형기=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 국가 발전의 큰 흐름이 강화돼서 소득 2만달러, 3만달러로 계속 가야 한다. 남북한
통일이라는 큰 문제도 있고, 동북아 정세 역시 만만치 않다. 보수든 진보든 누가 집권해도 이런 흐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 이제는 소모적 이념 정쟁을 배척해야 한다. 딱지를 붙여서 구분하기보다는 지식인으로서 생산적인 정책 결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유석춘=우파에 속하긴 하지만, 좌파와 진보가 박멸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로 경쟁하고 공존해야 한다. 함께 등장해서
정책 경쟁과 대안 개발을 하다 보면 수렴되는 부분도,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을 거쳐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겠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정권의 상호 교체라는 길로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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