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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먹는다
아무도 모르게 밤이면
야금야금 조금씩 먹는다
이미 본래의 맛을 잃은 지는 오래
누구 때문이라면
이 것만 먹고 살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밀물이 밀려간 뒤의
물 빠진 갯 펄같은 가슴에
운명의 닻으로 깊숙이 뿌리를
맨 처음 박던 날
진저리치는 통증으로
목숨 줄을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누구 때문이라면
이것만 있어도 행복이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살아서는 맨 처음으로 받아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도의 선물이었다
그리움을 먹는다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도 안다
내가 나 자신을 받아드리지 못하면서
누가 날 받아드리길 기대하는가
오늘은 이 거리에서
내일은 저 거리로
버려진 바람처럼 흩어진 모습으로
긴 침묵으로 굳게 문을 걸어 잠근
누구의 창문 앞에서
하루라도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리움을 구걸한다
**風子/尹俊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