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精神修養 마당

[스크랩]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

鶴山 徐 仁 2006. 1. 18. 15:21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


우리 문화 중에 미풍양속이라 일컬어지는 것으로 예로부터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표면적인 뜻은 스승을 존경하여 스승 대하기를 부모와 같이 하며 스승에게는 늘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생님 모시기를 극진히 하였고 지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볼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승에 대한 믿음과 존경의 문화는 건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풍습과 마음가짐은 우리가 가진 좋은 문화이기 때문에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고 더욱 갈고 닦아서 더 좋은 문화로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해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학교에 다닐 때는 스승께서 가르치는 대로 따르고 익히면서 올바른 길로 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이며, 학교를 마친 후에도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실천하면서 하나 하나 자신의 삶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요, 스승의 참 뜻을 받드는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삶을 살아간다면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다른 어떤 사람보다 뛰어난 사회의 구성원이 될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승의 가르침과 스승의 길을 보면서 배우고 익혀 그 모든 것을 우리의 생활 좌표로 삼으며 스승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소위 靑出於藍이라는 말로 축약 될 수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것들을 개발하여 좀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靑出於藍이라는 말에 걸 맞는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君師父一體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될 수 없으며 그런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인생행로가 가장 빠르고 가장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배우고, 일정한 나이가 되어 험하고 험한 세상의 거센 파도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스승에게서 배우고, 그런 뒤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 속 모든 사람의 보편자인 君에게서 배운다면 그 사람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靑出於藍이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지금도 매우 유용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용할 수밖에 없는 보편성을 가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가지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아야 된다는 말속에 왜 그림자가 강조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왜 하필이면 그림자인가? 그림자 보다 더 적합한 다른 것으로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할 방법은 없었는가? 그렇다면 이 말 속에서 그림자가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승을 존경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말속에서 그림자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의 의문점에 대한 해답은 그림자가 갖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이 말 속에서 그림자가 갖는 이중성은 무엇인가?

 

제자가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제자는 참 스승으로서의 모습만 따라야지 참 스승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것은 따라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스승의 그림자는 스승의 참 모습이 아니라는 의미인 것이다. 스승의 참모습은 스승의 실체인 육체에 있기 때문에 제자는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그림자의 실체인 육체라는 스승의 참모습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말속에서 그림자가 가지는 첫 번째 의미는 스승의 허상이다. 이 말에서 그림자라는 말이 갖는 두 번째 의미는 스승은 제자에게 있어서 그림자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스승은 제자에게 참되고 올바른 모습만을 보여야지 그림자처럼 어둡고 나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스승은 그림자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말속에는 스승에 대한 존경의 뜻을 강조하는 물리적 의미의 그림자를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스승의 올바르지 못한 허상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상징적 의미의 그림자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자가 이처럼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무엇이며, 특히 상징적 의미의 그림자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게 된다.

 

스승을 존경하라는 말속에 그림자가 이중적 의미를 갖는 이유는 스승이라는 존재가 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말할 수 없이 크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스승은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이며, 배우고 난 후에도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스승이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스승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승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있는 실체와 허상이라는 두 가지 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체를 스승의 참모습이라 한다면 허상은 스승의 참모습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지는 한계에서 오는 것으로 스승으로서 보여서는 안되는 어떤 것이 될 것이다. 스승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스승의 육신은 참 스승의 모습이 될 것이요, 스승의 정신이 아닌 세상의 나쁜 것이 깃들어 있는 그림자는 스승의 거짓 모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속에는 존경을 강조하는 물리적인 의미와 함께 나쁜 것을 배우지 말라는 경계의 의미가 함께 들어가게 되고 자연이 그림자라는 말속에 이중적 의미가 포함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道學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가?

 

道學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의미는 허영, 허상, 명예, 권력, 탐욕, 다툼, 물질 등으로 이해된다. 그림자는 실체가 움직이는대로 움직이며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림자는 실체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한다. 실체가 있어야 반드시 존재하며 실체를 따라다니면서 실체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주는 것이 바로 그림자인 것이다. 莊子의 漁父에 나오는 이야기는 道學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그림자로부터 도망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달리기로 했다. 그런데, 자신이 빨리 움직이면 그림자도 빨리 움직여서 도저히 그림자로부터 달아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은 더 빨리 달아나다가 기운이 빠져 그만 죽고 말았다. 이 어리석은 그 사람은 그림자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림자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그림자는 햇빛이 있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그늘에 서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그림자는 정체를 가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 그림자는 정체가 있는 실체에 붙어서만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실체가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밝은 세상에 나가 있는 한은 그림자를 피할 수 없다. 세상이라는 빛 속에 있는 한 우리는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권력, 탐욕, 물질 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림자를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세상의 모든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인격을 닦아서 그늘에 있는 사람처럼 자신의 참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승의 길은 참으로 어렵다. 슬픔이 있어도 그것을 나타낼 수 없으며, 괴로움이 있어도 그것을 제자 앞에서 드러내서도 안되며,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해서도 안되며, 배우는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해야하는 것이 바로 참 스승인 것이다. 스승에게는 타락한 인간의 면모가 보여서도 안되며, 제자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보여서도 안될 것이기 때문에 스승은 고행과 고뇌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야 하는 수행자이며 배우는 사람에게 삶의 등불이 되어야 하는 인격자 중의 인격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스승의 모습이 제자들에게 나타날 때 그 제자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스승을 모시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림자는 자연이 밟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스승은 절대로 제자에게 밟은 수 있는 그림자를 내보여서도 안될 것이다. 그림자를 내보이지 않도록 삶을 살아가는 스승과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는 제자가 함께 하는 교육현장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세상의 교육이 될 것이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말을 통하여 스승에 대한 존경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니 스승은 이미 한 개인이 아니라 배우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 탐욕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다. 스승이 탐욕적인 그림자를 드러내게 되면 제자는 그것을 밟아서 따라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승도 인간인 이상 그림자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볼 때 이번에는 제자에게 그것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고, 존경이라는 의미 속에 그 뜻을 숨겨서 나타낸 말이 바로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말이 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말 중에는 이런 이중성을 가진 것들이 매우 많은데 안타까운 것은 현재의 우리들이 이런 의미들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참된 스승과 참된 제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사료된다.


 
출처 : 블로그 > 우리문화사랑방 | 글쓴이 : 죽계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