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화
안희선 / 낭송 김숙
그랬나요, 당신
나의 시선(視線)은 갑자기 눈부신 가슴을 발견하고,
눈에 가득히 눈물을 솟아나게 하기에
나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글썽한 그리움 속에
깊은 사랑으로 부활하는 당신을 바라 봅니다
이제, 내가 노래하던 죽음에의 풍미(風味)는 가라앉고
창백한 해가 더위에 풀려가는 이 서글픈 계절에도
오직 당신의 아름다운 기도소리를 듣습니다
비록, 세월의 그늘이 나를 덮어
내 지상(地上)의 날들은 줄어든다 할지라도,
단번에 환희를 얻도록 꿈꾸는 열정으로
내가 또 짧은 순간에 낯선 이방인(異邦人)이 되기 전에,
그대 얼굴이 내가 모르는 세계에 속(屬)하기 전에,
당신의 고요한 이마에 입 맞추렵니다
그랬나요, 당신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 또한 없어지더라도,
당신이 나에게 말한 모든 측은한 뜻과 연민(憐憫)이
피할 수 없는 나의 잿빛 서글픔에 견주어지더라도,
나도 이제, 당신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봅니다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거역할 수 없는
사랑의 이름으로 불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