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우리나라 畵壇

[스크랩] 최석운님의 그림들 -5-

鶴山 徐 仁 2005. 11. 20. 15:08

기다리는 남자



기다림



기억이라는 것은 별로 믿을 게 못된다.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기다렸던 것이 사랑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줍잖은 젊음이 흔히 그렇듯 세포분열의 미열을 줏어 갈 시베리아행
대륙횡단열차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기다리던 것은
그저 심심함을 끝장내어 줄 아무거나 일지도 모른다.

열차가 밤에 올 것이라 생각한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대륙으로 가는 횡단열차는 매미 울음 요란한 여름 한낮에 지나버렸다.
 

떠나는 것마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떠나는 그녀를 왜 잡지 않았는지는 시끄러운 매미 울음 탓에 잊어버렸다.

시뻘거진 눈이 여름 한낮의 현기증에 지쳐 잠 들었다 깨어나고
단정해서 창백한 편지지와 미안해요의 낯설음이 혼자를 깨우치고 있었다.

여름은 지루했다.
매미가 울지만 않았어도 나는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충혈은 가슴팍까지 번지고 할 일 없어진 나는
여름 내내 매미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서성거렸다.




곰인형을 가진 남자
 



전화를 기다리는 남자


날마다 내기를 한다.
돌아온다를 택하지만 번번이 돌아오지 않는다가 이긴다.

그녀가 떠난 이유는 지적도보다 빽빽하게 일기장을 메워 가지만
그녀도, 떠난 이유도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만큼 안개 속이다.
눈 덮힌 시베리아로 떠나간 횡단열차는 다시는 남하하지 못한다.

도망은 계획으로만 유효하다.
하늘이 잿빛만 아니었다 해도 빨간 경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낡은 라디오는 계절도 없이 매미 울음을 흘려 보낸다.
 

파란 하늘을 알리는 일기예보를 놓치지 않으려 두 눈에 핏빛은 짙어만 간다.
이 지겨운 침묵의 도시를 탈출하고야 말리라.




병속의 남자

기억이라는 것은 별로 믿을 게 못된다.
사랑하였다 하지 않았다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사랑은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 어디서나 할인중이다.

가쁘지 않은 심장은 뜨거움도 식었다.
세월에 묶인 늑골 신경줄만 종소리마다 흔들릴 뿐이다.


 
출처 : 블로그 > .. | 글쓴이 : 너와집나그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