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薄姬)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의 처첩들 가운데 박희의 운명이 가장 기구했다고 볼 수 있다.
박희는 사생아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없었으며, 성장한
후에는 그녀의 어머니 위온(魏 )에 의해 위표궁(魏豹宮)으로 보내졌다. 그 당시 허부(許負)라는 관상장이는 박희의 관상을 보더니 장차 그녀가
천자(天子)를 낳을 것이라고 하였다. 위표는 이 말을 듣고 이는 필시 자신에게 복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때는,
초나라와 한나라가 천하를 다투고 있던 시기였다. 위표는 한왕(漢王) 유방의 편에서 참전하고 있었는데, 위표는 허부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꿔
유방을 배반하였다. 유표는 중립을 선언하였지만, 사실은 초패왕과 연합한 상태였다.
얼마 후, 위표는 한나라 장군 한신에게 패하여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 결과 박희도 유방의 수중에 붙잡혀 직실(織室)의 노예로 보내졌다. 하지만 화(禍)가 복이 되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어느 날, 유방은 직실에 들렀다가 미모가 뛰어난 박희를 발견하고, 곧 그녀를 후궁으로 들게 하였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박희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박희는 1년이 넘도록 시침(侍寢)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였으며, 유방은 거의 그녀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한왕 4년,
기원전 203년, 유방이 하남을 순시하자, 두 명의 미인 관(管)부인과 조자아(趙子兒)이 옆에서 시중을 들게 되었다. 유방은 두 미인들이 말하며
웃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유방이 그 연고를 묻자, 두 미인들은 서로 번갈아 가며 한 마디씩 말을
시작하였다.
본시 관부인과
조자아는 어렸을 적 박희의 친구로서 세 사람은 "훗날 귀하게 되더라도 서로를 잊지 말자"라는 약속을 하였었다. 훗날 관부인과 조자아는 한왕의
희첩(姬妾)이 되어 총애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박희는 처음에 위표에게 몸을 의탁하였다가 지금은 비록 한왕의 후궁으로 들어와 있지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처량한 삶을 살고 있었다.
유방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박희의 신세가 가련하게 생각되었다. 유방은 바로 그날 박희를 불러
시침하게 하였다.
유방은 박희를 보더니 물었다.
"요즘 후궁으로
생활하는 게 어떠한고?"
박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어젯밤 꿈에 한 마리의 용이 천첩(賤妾)의 가슴으로 올라오는 꿈을
꾸었습니다."
유방은 이 말을 듣고 조금은 놀랐지만, 표정을 바꾸어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 정말 귀한 징조로구나. 오늘은 짐이 너의
뜻을 이루어 주도록 하겠노라."
그날 밤, 유방은 박희와 잠자리를 같이 하였다. 그후, 박희는 회임(懷妊)을 하였고, 그해 남자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박희는
아들을 낳았다고 총애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찬밥 신세가 되었다. 다만 아들 유항(劉恒)이 8세가 되어 대왕(代王)에 봉하여진 것에 한 가닥의
희망을 걸고 있을 뿐이었다. 몇 년 후,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이 병으로 죽자, 여후(呂后)는 태자 유영(劉盈)을 황제로 세우고, 사실상의
대권을 자신이 장악하였다. 여후는 평소 유방의 총애를 받던 젊고 아름다운 희첩들에게 한을 품고 있었다. 여후는 척(戚)부인을 잔혹한 형벌로
괴롭히는 것 외에도 다른 처첩들을 냉궁(冷宮)에 유폐하고,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박희는 유방으로부터 총애를 받지 않았던 처지였으므로,
여후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여후는 박희로 하여금 아들인 대왕을 따라 봉국으로 가도록 허락하였다. 박희는 대왕의 어머니로서 대태후(代太后)가
되었으니, 박희의 화(禍)는 다시 복(福)이 된 셈이었다.
14년 후, 여후가 병으로 죽자, 태위(太尉) 주발(周勃)과 승상 진평(陳平) 등은 여씨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황제를 세우고자 대신회의를 열었다. 대신들은 여씨들과 그 일족들의 잔악함을 비난하며, 박씨의 어질고 착한 성품을 칭찬하며 대왕 유항을 황제로 추대하였다. 대왕 유황은 중국 역사상 유명한 한문제(漢文帝)가 되었으며, 박씨 또한 황태후로 추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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