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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대통령의 코드가 안 맞는 점에 대해 접점을 좀 찾았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던 점이 있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형성된 이유에 대해 ‘의사소통 부족’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 수석은 어제 CBS 라디오 방송에서 “최근 부정적 상황이 언론 때문에 초래됐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지도자와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청와대의 홍보 수석이란, 대통령의 ‘진의’를 제대로 알리는데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을 믿고 따르도록 널리 알리고 애써 설득시키는 일이 본래 소임입니다. 따라서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이 안되는 게 문제’라는 홍보수석의 말은 스스로 무능하다는 고백과 같습니다.
국민들과 언론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그 진의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홍보 수석이라는 자리가 필요한 것이죠. 홍보 수석의 기본 자세는 국민을 존중하고,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있는 언론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 모든 종류의 홍보에 임하는 사람의 기본입니다.
어느 기업의 홍보실장도 자신들이 내는 보도자료를 언론이 앵무새처럼 보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언론이 왜곡 보도한 탓에 기업이 내놓은 신상품이 고객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홍보 담당자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청와대 홍보수석만이 대통령을 둘러싼 부정적인 상황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투명하게 양심적으로 하고 다 보여주는데 언론에는 ‘청와대 또 거짓말’ 이렇게 나간다”
“언론이 잘 하면 변압기 역할도 좋아질 거고, 국민들을 100V에서 220V로 업그레이드하는 문화적 쇄신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하면 전기밥솥에 불이 짠 들어오지 않겠느냐”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 조 수석의 이같은 발언들은 홍보 담당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조 수석은 오늘도 SBS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은 21세기형으로 하라고 국민이 뽑았다. 대통령은 꼼수를 안부리고 정공법을 쓰고 있지만 야당은 독재시대처럼 폭로를 하고 언론은 ‘3김(金) 시대’ 때 취재하던 문화가 있어 왜곡보도하는 등 국민들이 독재시대 문화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이 상품 홍보에 실패하면 홍보 담당자가 문책을 받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에 대한 홍보에 실패한 책임은 청와대 홍보 수석이 앞장서서 국민과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조기숙 홍보수석께 홍보 전공 대학생들의 입문서인 ‘홍보(PR)론'의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과거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그를 일컬어 ‘왕(王)홍보수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가 봅니다. 조기숙 수석께서 어제 오늘과 같은 자세로 홍보를 하신다면 아마 이병완 실장께서 사실상 홍보 수석 일까지 겸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조 수석의 말 속에서는 대통령을 우러러보고, 국민을 내려다보는 속마음이 읽힙니다. 그러나 국민은 졸(卒)이 아닙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 말에 맞장구치면서 심기나 살피는 자리는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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