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Hello NK` 임소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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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기간 북한 공개처형 동영상 방영, 북한실상 폭로서적 팔아 행사자금 마련 |
신세대로 꽉 찬
이화여대. 이곳의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은 정말 바쁘고 빠르게 움직인다. 군데군데 자리 잡은 캠퍼스 외곽 벤치에는 아무런 걱정 없이 앉아 웃고
떠드는 여학생들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텅 비어 있다. 초점이 잡혀 있는 학생들의 표정은 사회의 중심에 서기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청 앞 출근길의 사회인들을 무색케 한다. 대학 본관. 처음 가는 방문객이 찾기 쉽지 않은데, 학생들에게 물으니 본관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몰랐다. 학교 안에 그럴듯하게 자리잡은 ‘포스코관’과 ‘신세계경영관’등 최신 건물들의 현대성과 화려함에 본관건물 같이 역사적 기억을 가진 조촐한 건물들은 학생들의 인지영역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버렸나보다. 바로 무관심의 영역이다. 북한인권 문제 역시 대학의 이런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외면되고 침묵되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를 본관으로 오라고 한 신세대 임소정 씨는 이 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 03학번이다. 쉽게 경계심을 풀고 인터뷰에 응해준 낙천적인 성격이 고마웠다. 임소정 씨와 그의 친구들은 대학 내에서 북한인권, 북한자유화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있어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이들은 이화여대,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학생운동의 역사 속에 기록될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3월 임소정 씨는 선배들과 이야기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세계가 떠들고 있는데 학생운동이라면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한국 대학생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4월부터 행동에 나섰다. 기존 북한인권단체들과 접촉하고 이벤트를 기획하였다. 특히 축제 기간인 5월 18일부터 20일에 이들이 기획한 ‘북한인권 알리기’ 이벤트는 대박을 쳤다. 아예 ‘김정일 옷과 마스크’를 만들어 입고 북한인권참상에 대해 ‘내가 이랬어!’하면서 캠퍼스를 활보하고 다녔다. 북한인권의 ‘김정일 책임론’을 당당히 공개 장소로 이끌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기존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공개총살의 동영상을 구해 비디오를 방영하여 ‘조용한 다수’의 경악을 자아냈다. 그 조용한 다수에게 정의라는 이름의 돌을 던진 것이고 그들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단체 이름도 만들었다. ‘Hello NK’가 그 이름이다. 이 그룹에서는 10여 명의 친구들과 선배가 함께 하고 있다. 자신들의 숫자가 절대 적지 않다고 한다. ‘항상 소수의 큰 목소리가 중요한 것이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에게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 힘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뿌리 깊은 좌익세력의 ‘딴지’와 방해 공작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견제는 두렵지 않다. 임소정 씨가 말하는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그 위험은 바로 ‘무관심’에서 나온다. “학생들은 정말 바빠요. 게다가 정말 자기중심적이지요. 1학년 때부터 하는 것이 경력 쌓기라고 보면 돼요. 제 친구는 같은 학과인데 꿈이 대기업 비서가 되는 것입니다. 학교공부를 비롯한 모든 것이 그것을 위한 이력서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기적이 되는 것에는 사회도 책임이 있어요. 모두가 실용주의적이고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만 살아가야 한다는 분위기인 걸요. 인턴이다, 사회봉사다 하는 것이 모두 자기 이력서의 한 부분을 위해서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좀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다른 애들처럼 경력을 쌓는 일은 아니거든요. ” 다른 학생들과의 ‘이력서 만들기 경쟁’에서 도태되고 자신들이 하는 일이 실리적인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되는 상황이 바로 그 ‘위험’이다. 하지만 임소정 씨의 생각은 단호하다. “우리는 사명이 있어요. 저는 저번 학기에 ‘북한정치론’이라는 과목을 들었어요. 교수님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현실 감각이 없는 교과목이었어요. 북한과 한국의 정치구조를 이론적으로 비교하는 정도였는데 저 뿐 아니라 그 과목을 공부한 누구도 북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없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한국정부의 움직임이 명료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실질적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참 이상하지요. 북한 핵문제에 대해 학교에서 가르치기를 회피하고 언론도 별로 다루지 않은 것을 보면요.” 학생들의 무관심만이 적은 아니다. 이들이 학교 규정에 따라 이벤트 자금 마련을 위해 총학생회를 찾아갔을 때 자금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자치단위’ 5개 단체는 이들에게 겨우 9만 원을 주었다. 자치단위제도란 좌파가 주도권을 잡고 있던 당시의 총학생회가 만든 규정으로서 좌파적 학생 단체에 파격적 권한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임소정 씨는 민노당 학생들로부터 ‘너희 배후가 누구냐? 너희의 정체가 뭐냐? ’ 등 심문 반 야유 반을 받았다. “9만 원으로 뭘 하겠어요. 자기들은 수백만 원을 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요. 그래서 북한관련서적을 지원받아 팔아서 자금을 만들었어요. 5,000원 짜리를 40권 정도 팔았어요. <황장엽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 등이 잘 나가더군요. 1,000원 짜리 핫도그 200개 판 것보다 나았지요.” 이들이 이벤트를 하자 민노당 소속 학생들은 즉각 그 장소에 대자보를 붙였다. ‘보수와 미국은 북한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라는 문구였다. 그 대자보는 아직까지 붙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 한마디 대응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 이벤트의 호응도로 볼 때 학생들이 ‘Hello NK 팀’ 에 확정적 승리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민노당 소속학생들은 민노당의 지시를 받지만 우리는 우리 힘으로 만들어 냅니다. 다른 단체를 따라갈까 생각도 있었지만 우리가 독립적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단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는 임소정 씨와 그를 도와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보람(중문학과 2), 이재영(정치외교학과 2) 씨.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중심에 서 있는 듯하다. 강인구 기자 ikktrue@ | ||
미래한국 2005-06-02 오전 11:0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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