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사와 현대문학사에서 커다른 산처럼 우뚝 높이 솟아있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그분이 노신(魯迅)입니다. 혁명이란 파란만장한 시대배경속에 하나둘씩 사라지는 혁명동지를 보면서 그 역시 1936년 9월5일에 "죽음"이란 문장으로 자신의 유서를 대신했다고 합니다.
(이하 "죽음"의 인용문)
만약 내가 재산많은 귀족이라면 자식이나 양자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오래 전 부터 유언장을 쓰라고 종용했겠지만, 아무도 여태껏 나에게 유언장이라는 것을 쓰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쯤은 남길생각이다. 가족들에 대해 몇가지 생각했던 것을 여기에 적는다.
1. 장례 때 옛 친구들 말고는 아무한테도 돈을 받지마라.
2. 모든일을 빨리 해치워라. 나를 묻어버리고 끝내라.
3.추도식 따위는 하지마라
4. 나를 잊어버리고 너희 자신의 일이나 잘 살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어리석다.
5. 아이들이 커서 그들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살아갈수 있도록 조그마한 일자리를 찾아 주어라.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허울좋은 소설가나 예술가가 되도록하지마라.
6.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7.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지는 사람하고는 가까이 하지말고, 복수를 반대하고 인내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여라.
그리고 노신은 1936년 10월 19일 상해에서 마지막 임종할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을 때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를 구하는 의식이 있는 걸로 기억한다. 지금 나에게는 많은 적이 있다. 서양물을 먹은 사람이 그러한 의식에 대한 내 생각을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좀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하겠지만, 적들이여 나를 계속 미워하라. 나도 결코 적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임종의식도 없고 나는 단지 이렇게 말없이 누워 때때로 고통스러운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이게 죽음이라면 죽음은 결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비록 최후의 진통이 이렇게 평온한 것이 아니라 해도 내 생애에 꼭 한번 일어나고야 말 일이라면 나는 죽음을 받아 들일수 있다."
오늘 갑자기 "죽음"을 이야기하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죽음"보다는 이를 준비하는 "유언장"에 대하여 말하고 싶군요. 유언장은 사람의 인생이나 의지를 더욱 견고하고, 삶을 겸손하게 살도록 하는 것은 아니지.. "유언장을 쓰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묘지명을 쓰는 마음으로 산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하군요.
*노신선생은 파란만장한 현대사와 혁명의
질곡 속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그의 명성만큼
그렇게 평탄한 삶과 죽음을 맞이하지 못했다.
'文學산책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초상이 있는 시 - 새벽강에서(박노해) (0) | 2005.08.06 |
---|---|
[스크랩] 초상이 있는 시 - 세사람의 가족(박인환) (0) | 2005.08.06 |
[스크랩] 임을 만나거든 (0) | 2005.07.29 |
[스크랩] 낮술에 취해 울던 날도.....[이외수 글,그림] (0) | 2005.07.29 |
[스크랩] 산은 옛 산이로되... (0) | 200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