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TV 보기 겁난다

鶴山 徐 仁 2005. 8. 1. 11:45

2572

TV 보기 겁난다

2005/08/01

온 가족 모여 TV 보기 겁난다
[중앙]

며느리가 시어머니 때리더니 … 생방송 '알몸 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TV 보기가 겁난다. 공영방송이 연이어 '사고'를 내는 탓이다. 성기가 드러나는 '알몸 노출' 화면이 생방송되는 한국 방송 사상 초유의 사고가 지난달 30일 빚어졌다. 이에 앞서 27일 KBS-2 TV의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물의를 빚은 지 사흘 만이다.

'알몸' 사고는 오후 4시15분쯤 일어났다. MBC '생방송 음악 캠프'(연출 박현호)에 출연한 펑크 그룹 '럭스'의 공연 도중 함께 무대에 오른 퍼포먼스팀 '카우치' 멤버 신모(27)씨 등 2명이 갑자기 바지를 벗어 내리고 춤을 춘 것. 성기가 노출된 화면이 6초가량 방송됐다. MBC는 사건 직후 진행자들이 사과하고,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 방송을 내보내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항의가 빗발쳤다. MBC 시청자 게시판엔 "주말 오후 온 가족이 보는 시간에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방청객과 시청자 대부분이 10대인데 이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등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MBC는 31일 오전 최문순 사장 주재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생방송 음악 캠프'를 방송 중단시키고, 제작진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알몸을 드러낸 신모씨 등 2명을 공연음란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 계획적인 행동?=신씨 등이 '성기 노출'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왜 저질렀느냐에 대해선 여러 의문점이 생긴다. 사건 직후 이들은 경찰에서 "분위기를 띄워 달라는 '럭스'의 부탁에 따라 평소 홍대 앞 공연에서 하던 대로 했다"고 말했다. 평상시 인디 밴드의 공연이 매우 선정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대중음악 평론가 박준흠씨는 "10년간 홍대 일대의 클럽에서 공연을 봤지만 웃통을 벗는 정도지 성기를 노출하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사전에 미리 계획된 행동이었는가도 논란이다. 신씨는 경찰에서 "생방송인 줄 몰랐다"며 우발적 행동이라는 뜻을 비췄다. 그러나 MBC 김영희 예능국장은 "신씨 등이 속옷을 안 입은 채 지퍼 하나로 옷을 벗을 수 있는 의상을 입었고, 얼굴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진한 분장을 한 점 등으로 보아 100% 사전 계획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신씨 등이 환각 상태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본인 동의하에 머리카락을 채취,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마약 복용 및 음주 여부를 가리기 위해 30일 실시한 소변검사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실정법상 처벌 수위가 높지 않으나 사상 초유의 방송 사고인 만큼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방송사의 책임은=비록 생방송 도중 일어난 돌발사태였다 할지라도 알몸 화면을 6초에 걸쳐 내보낸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었음에도 즉각 화면을 바꾸지 못한 MBC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비난했다. '생방송 음악 캠프'의 박현호 PD는 "8대의 카메라가 몽땅 출연진을 향해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라 정신이 없었다.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출연진에 대한 사전 검증이 없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음악 캠프는 대중 음악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유망한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매주 한 팀씩 소개해 왔다. 제작진은 '럭스'와 사전 협의했을 뿐 무대에 함께 오른 20여 명에 대해선 전혀 모른 채 생방송에 임했다. 박PD는 "공연을 흥겹게 하기 위해선 여러 명이 출연하는 게 좋겠다는 '럭스' 측의 말만 듣고 생방송을 한 것은 불찰이다. 그러나 가수 보아가 출연한다고 해서 그의 백댄서들이 어떤 사람인지 검증하진 않지 않느냐"라고 항변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1일 연예오락심의위원회를 긴급히 열어 '생방송 음악 캠프'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최민우.이경희.박수련 기자

*** 외국에선

CBS '가슴 2초간 노출' 방송에 55만 달러 벌금

외국에서도 방송 중 외설스러운 행동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알몸 노출' 사고는 지난해 2월 1일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보울 하프 타임 공연. 팝 가수 재닛 잭슨(37)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함께 무대에 오른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잭슨의 상의를 잡아당겨 유두가 2초간 노출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한 CBS에 대해 55만 달러(약 5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역대 FCC 벌금 중 최고 액수였다. 당시 FCC 측은 "미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지만 시청자를 소름 끼치게 하는 행위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올 초에도 미국 프로풋볼 경기 도중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선수 랜디 모스가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뒤 상대편 응원단을 향해 엉덩이를 드러내는 저속한 행위로 수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지난달 초엔 팝가수 마돈나가 공연 도중 욕설을 하는 등 물의를 일으켜 이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영국 BBC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005.07.31 19:34 입력 / 2005.08.01 07:0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