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하버드 대학 이야기(조갑제 기자의 하버드 통신)

鶴山 徐 仁 2005. 7. 31. 20:05

게재일   9900 현재위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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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제 기자의 하바드 통신

하버드 대학 이야기

미국 매사추제츠 주의 캠브리지 시에 있는 하버드 대학의 교정엔 이 대학의 창립자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존 하버드의 동상이 있습니다. 이 존 하버드의 동상은 [세 가지 거짓말]로서 유명합니다. 워싱턴에 있는 링컨 기념관의 동상을 만든 조각가 다니엘 체스트 프렌치의 작품인데 [존 하버드, 창립자, 1638년]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이 세 낱말이 다 사실이 아닙니다. 존 하버드는 젊었을 때 죽은 이 지방의 목사였습니다. 죽을 때 유산을 하버드 대학에 기증한 사람이지 창립자가 아닌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은 또 1638년이 아니라 1636년에 주로 청교도 성직자들을 양성할 목적으로 창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존 하버드의 초상화는 남아 있지를 않아 이 동상은 상상력의 소산일 뿐입니다.

그래도 하버드 관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이 이 동상이다. 사람들이 하버드의 구두코를 하도 만져서 도금이 벗겨져 하얗게 드러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하여 동양인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 사진을 찍는(주로 자녀들과 함께) 곳은 와이더너 도서관 계단이다. 미국에서 국회도서관 다음으로 크고 대학도서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이곳 계단에 올라가 앞을 보면 추모교회의 종탑이 창공을 향하여 솟아 있다. 1차세계 대전 때 참전하여 전사한 하버드 동문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지은 건물이다. 매일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도서관과 교회, 이 두 건물이 하버드의 정신을 상징한다. 진리, 청교도 정신, 그리고 국가. 매사추세츠주의 별명은 [미국의 정신](The Spirit of America)이다. 자동차 번호판에 자랑스럽게 새겨 붙이고 다니는 이 [미국 정신]의 심장과 뇌수가 하버드 대학인 것이다.

지난 4월 하버드의 정치 행정 대학원인 케네디 스쿨에 와서 강연을 한 밥 돌은 {캠브리지市(하버드 대학은 찰스 강의 북쪽인 이 古都에 있다)의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1백 명을 뽑아 미국을 다스리도록 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다}라고 농담을 했다. 그는 또 {하버드 출신 덕분에 내가 21세기에 가면 백악관에 주소를 두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청중들을 웃겼다.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아내(미국 적십자사 회장)를 두고 한 말인데 엘리자베스 돌 여사는 하버드 法大출신이다.

하버드는 6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했다. 존 아담즈, 존 퀸시 아담즈, 루더포드 B.헤이즈, 시오도어 루즈벨트, 플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학생신문인 [크림슨]의 기자였다. 하버드의 역대 교수진에서 3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하버드 졸업생 출신 노벨상 수상자도 많은데 통계를 잡지 않고 있다. 시인 T.S.엘리오트, 지휘자 번스타인,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 브레들리, 소설가 업다이크,노먼 메일러, 변호사 랄프 네이더, 배우 재크 레몬도 하버드 출신. 마이크로 소프트社의 빌 게이츠는 학부 중퇴자이다. 개발도상국의 많은 민주투사와 독재자들이 또한 하버드를 거쳐갔다.

미국 엘리트의 産室 하버드 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동시에 가장 부자 대학이다. 돈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큰 재목들이 이 苗木場에서 자랄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한해에 거의 20억 달러씩 시장가치가 불어나고 있는 하버드의 기금은 약1백억 달러이다. 이 기금을 증식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하버드 경영회사(The Harvard Management Company)는 1996년 회계년도에 이 기금의 운용으로 여러 경비를 다 제하고도 26%의 순이익을 남겼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GE(General Electric)의 매출액 대비 순수익률은 같은 기간에 약9%였다. 이 기금 운용책임자의 年俸이 약6백만 달러.

하버드 대학의 작년 예산은 약15억 달러였다. 예산의 수입원을 보면 수업료가 약32%, 기금운용수익금에서 보조받은 것이 24%, 공공단체에서 받은 연구지원금이 22%이다. 지난 학년도의 학부생 수업료는 1인당 연간 약2만9천 달러였다. 약7천 달러의 기숙사비가 포함된 수치이다. 하버드 대학측에선 수업료가 비싸다는 불만에 대해서 [각종 장학금, 시설사용료를 계산하면 학생들은 3만 달러를 내고 4만 달러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 한 사람한테 매년 3천만 원이 넘는 [돈물]을 주고 있으니 人材가 자라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학생수 1만8천 여명(학부생은 6천6백여 명)에 교직원이 1만4천 명(교수는 2천여 명), 이들에 대한 인건비 지출이 전체 예산의 꼭 절반이다.

하버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총장집무실이 들어 있는 매사추세츠 홀이다. 1720년에 지었다. 하버드가 갖고 있는 5백40개 빌딩의 자산가치는 약40억 달러, 연건평은 여의도의 약3분의 2인 약60만 평이다. 용도별로는 기숙사, 강의실, 연구실, 도서관 順이다. 도서관이 90개이다.

하버드의 자산은 기금과 건물을 합쳐서 약1백50억 달러인데 도서관의 자료나 박물관의 소장품 가격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북한의 GNP에 육박하는 하버드의 이 자산은 학부 신입생들의 머리와 결합되므로써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하버드 학부 신입생들은 고교졸업생 5백 만 명중 최상층부에 속한 1천8백 명으로 보면 된다. 2000년 졸업생이라 하여 관심을 끌었던 지난 해 신입생의 경우 약 1만8천2백 명이 입학 신청을 하여 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신청자 중 1백64명은 미국판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이었다. 1987년 이후 [USA 투데이]가 매년 선정한 최우수 교교졸업생 1백99명 중 1백1명이 하버드에 입학했다. 대학의 명성을 상징하는 로드 장학생 선발수에 있어서도 하버드는 5년 연속 전국 제일등을 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한국교포 학생이 명단에 들어 있었다.

하버드 교정에서 한국인들이 기가 죽지 않는 이유는 신입생들의 민족구성통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신입생들의 19%가 아시아인들이다. 그들 중 3분의 2가 동양4개국(중국, 대만, 일본, 한국)이다. 학부, 대학원생을 다 포함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학생수는 캐나다, 일본, 중국, 대만, 영국 다음의 제6위이다. 인구비율로 치면 대만 다음으로 2위가 된다. 1류 지향의 한국인들이 국내를 벗어나 세계데 도전하다가 이런 성적을 남기게 된 것 같다. 하버드 관광객 중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다니는 한국인 부모들이 유달리 많다. 이들이 아들 딸들에게 어떤 압력을 넣고 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 것이었다.

나는 지난 봄학기에 케네디 스쿨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 과제]라는 강의를 들었다. 90분 수업시간이 1주에 두번. 2월부터 4월말까지 석 달 동안 읽도록 한 교재가 약 5천 페이지, 매주 한 번씩 쓴 보고서가 11회에 2백자 원고지로 환산하여 약 2백50장, 4명이 1조가 되어 하는 사례연구발표회도 두번 치렀다. 그러고도 두 번의 시험. 한 서울 대학교수는 하버드式 수업을 도입해 보았더니 수강생이 적어 폐강위기에 몰리게 되더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학생보다 하버드학생들은 3배를 더 공부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돈 많고 머리 좋고 열심히 하고... 그 결과는 설명이 필요 없다.

기자에게 있어서 하버드는 [고급스럽게 정제된 정보의 보고]이다. 세상과 절연된 상아탑이 아니라 이 세상과 밀착된 한 가운데서의 動中靜, 즉 태풍의 눈처럼 세상의 소용돌이를 照할 수 있는 전략적인 지형 속에 이 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이 하버드에 특파원이 상주해도 웬만한 나라에서보다 더 많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知的인 한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3백61년간 축적된 정보, 명성과 돈의 자력에 끌려 몰려드는 인재와 지식, 그리고 이 요소들을 활용하고 융합시키는 맹렬한 의욕과 야심. 호기심 많은 기자들을 흥분상태에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닌 하버드 속에 있으면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물론 워싱턴이나 서울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다소 느린 動畵像이지만.

오늘의 미국은 기원 前後의 로마, 서기 7세기의 唐, 12세기의 몽골제국, 19세기의 영국과 비견될 만한 당대의 패권(覇權)국가이다. 凡지구적인 규모에서 이런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는 몽골세계제국의 예가 있을 뿐이다. 이런 패권국가들의 공통점이 있다. 우선 너그럽다. 종교와 민족차별을 적게 한다. 약소국에게 자율권을 많이 준다. 시장까지 내어주어 그들을 먹여살린다. 마샬 플랜에서 보듯이 전범국가를 원조하여 경제적으로 키워놓고는 무역적자를 감수한다.

이런 관용의 표정을 벗기면 무엇이 나타나는가. 강철이다. 주먹이다. 패권에 도전한는 세력에 대한 단호함이다. 지난 가을 학기에 수강한 [국익의 추구](Pursuing the National Interest)라는 과목은 미국의 國益을 어떻게 외교정책으로 구현할 것인가를 다루는 시간이었다. 외울 정도로 자주 등장한 미국의 외교목표 제1호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적대적인 패권국가의 등장을 예방한다](Preventing the emergence of a hostile hegemon in Eurasia heartland)였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본정책은 유라시아에서 또 다른 골치덩어리를 만들어놓지 않겠다는 집념을 보여준다. 중국보다 훨씬 심한 사우디 아라비아나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으면서 중국의 향상되고 있는 인권문제를 가지고 사사건건 시비를 하고 있는 미국 사람들 때문에 나는 니만재단의 세미나에서 단골 중국변호인이 되었다. 진정한 세계제국의 행세를 하려면 힘을 먼 데까지 뻗칠 수 있는 기마군단, 해군력, 공군력을 갖추어야 한다. 중국은 이런 凡지구적인 전략능력을 가져본 적이 없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런 중국을 놓고 지금부터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미국의 엘리트를 보면서 나는 [미국은 패권에 대한 도전을 허용하면 더 이상 패권국가가 아니라는 강박관념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 대학의 올해 졸업식 기념연설은 마샬 플랜 발표 50주년(마샬 국무장관이 하버드 졸업식 축사에서 발표)을 기념하여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했다. 이 영광스러운 역대 졸업식 축사자중에서 이상한 인물이 한 사람 끼여 있다. 1989년의 연설자는 베나질 부토 당시 파키스탄 수상이었다. 민주투사라는 간판에 속은 것인지, 아니면 이 여자가 하버드 출신이라서 그렇게 한 것인지 모르지만 최근 선거에서 파키스탄 국민들에 의해서 처절하게 외면 당한 부패하고 무능한 봉건적 정치인에게 그런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하여 지금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 미국의 정신이자 가장 강력한 외교무기인 이 상품을 사 가지고 가는 고객은 일단 환영이라는 생각-하버드의 또 다른 얼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