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스크랩] 언니의 참나리꽃

鶴山 徐 仁 2005. 7. 31. 13:26


 

 

어떤 사물에는 그 어떤 사람이 그냥 녹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 무엇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 이런 생각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이다.


저 참나리 꽃을 보면 나보다 12 살 위인 언니가 생각난다. 지금은 고인이 된지도 10 여년이 되었다. 언니는 집 뒷뜰에 참나리를 심고 정성껏 가꾸어 여름이 되면 우리 가족에게  참나리꽃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나는 참나리가 야생화라는 것을 어른이 되고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집에 잘 가꿔진 나리꽃을 여름마다 보면서 자라서였을까?

 

우리집에서는 참나리꽃을 나리꽃 또는 백합꽃이라 불렀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초등 학교 2학년이라 우리집에 피어 있는 참나리가 백합꽃이라고 알고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니 반이 수선화반, 장미반, 백합반으로 나뉘어졌다. 아이들은 장미는 정열이니, 수선화는 나르시스니 하면서 자기 반  꽃말이 서로 좋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나는 백합반이 되었고 백합꽃 하면 나리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때서야 하얀 백합이 있고 꽃말이 순결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닌 학교는 카톨릭 학교라 청소시간에 성당의 단상에 하얀 백합꽃이 놓인 것을 보는 기회가 많았다. 아무리 보아도 하얀 백합보다 우리집 나리꽃, 내가 알고 있는 백합꽃이 더 예뻐 보였다. 우리 언니가 정성스럽게 키운 나리꽃이,

 

여름에 우리집 찬방 마루에 앉으면 북쪽으로 난 문으로 나리꽃이 보였고, 나리꽃의 수술가루가 폴폴 날리 때면 여름은 더욱 무더워졌다. 바닷가에서 살갗을  빨갛게  여러 번 태우고  보말을 잡아다  삶아 먹는다고 깡통에 넣어 돌 위에 올려놓고는   불을 붙여 푸푸 불다보면 연기와  땀과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고 그러다  집에 오면 집은 텅 비어 있고 아무도 없다. 그런데  뒷뜰에 핀 나리꽃만이 집을 지키고 있다가 나를 반긴다.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오고  뒷뜰 돌담 밑에는 나리꽃이 화려하게 피어 그 긴 목을 비스듬히 숙이고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나리꽃의 꽃대 옆에 줄을 잘 선 아이들 처럼  매달린 작고 윤기 나는 씨앗이 참 좋았다. 어느 날은 그 씨앗을 따서 손꼽장난을 하면서 놀다가 혼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된 알뿌리를 누군가가  캐가 버려 언니가 애지중지 하뎐 나리꽃을  다음해에는 볼수 없어  서운해했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오늘 오름에서 내려오다 이 나리꽃을 만났다. 아니, 나리꽃이라기보다 언니의 꽃을 만난 것이다.

 


 

참나리는  백합과의 다년초다. 한국·일본·중국등지의 산야에 분포해 있다. 높이 1∼2 m로, 흑자색이 돌고 짙은 흑자색 점이 있으며 어릴 때는 흰 털로 덮이고 지름 5~8cm의 비늘줄기는 둥글고 줄기 밑에서 뿌리가 돋는다. 잎은 다닥다닥 어긋나게 달리며 피침형으로 나비 5∼15 mm이고 겨드랑이에 짙은 갈색 구슬모양의 주아(珠芽)가 달리는게 특징이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주황색 바탕에 흑자색 점이 많이 있으며 4~20개정도가 밑을 향하여 달린다. 꽃잎은 여섯 갈래로 갈라지며 끝이 뾰족하고 뒤로 강하게 말립니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은 길게 꽃 밖으로 나오며 꽃밥은 짙은 적갈색이다. 

 

참나리는 꽃빛이 붉고 꽃잎이 뒤로 말렸다하여 `권단`이라고도 하는 데 우리나라 산야에 흔히 자라고 있고 옛날부터 알뿌리(鱗梗)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했으므로 어느 가정에나 한 두 포기는 있을 정도로 친숙한 식물이다. 정원이나 노지의 화단에 군식하거나 큰 화분에 심어 감상하면 좋고 가정에서 재배하여 절화용으로 사용하여도 좋다. 특히 키가 높게 자라므로 다른 자생식물들과 함께 혼식하면 아름다운 입체화단을 조성할 수 있다.


참나리는 식물유전자원으로 보호할 가치가 매우 높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나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남획의 위험성이 많아 자생지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 

 


 

차이콥스키/피아노협주곡 1번


 
가져온 곳: [디카로 보는 세상]  글쓴이: 그대그리고나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