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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韓, ‘아시아의 스위스’ 될 것…건물 덜 짓고, 낮게 지어야”

鶴山 徐 仁 2025. 2. 20. 13:04

[Interview] 팜 위드메르 팀 ‘초이 위드메르 아키텍츠’ 공동 대표

“안전한 韓, ‘아시아의 스위스’ 될 것…건물 덜 짓고, 낮게 지어야”

정미하 조선비즈 기자

 

575호 2025.02.10 11:00


 

팜 위드메르 팀 - 초이 위드메르 아키텍츠 공동 대표로잔 연방공과대(EPEL) 건축학, 취리히 연방공과대(ETHZ) 건축학 석사 /정미하 기자

“내가 한국에 있는 유일한 이유는 아내다.” 스위스 출신 건축가 팜 위드메르 팀(Pham widmer Tim·34·이하 팀)은 최근 서울 중구에서 만난 기자가 한국에 살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팀은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EPEL)에서 건축학 학사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ETHZ)에서 건축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러던 중 스위스에서 유학 중이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스위스에서 도시계획 학위를 받은 아내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팀은 병역의무(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복무를 택할 경우 450일 동안 노인을 돌보고 아이를 돌보는 업무를 함)를 마친 뒤, 2018년 한국에 왔다. 그리고 7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이제 한국에는 아내와 딸(2023년생)이 있고, 두 명의 직원을 둔 회사도 있다.

“건축 업계에선 아직 많이 어리다”는 팀이 한국에 오자마자 한 일은 도시계획가인 아내를 돕는 것이었다. 아내는 정부에서 공공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회사를 운영한다. 팀은 “본래 2년 동안 한국에 머무를 계획이었다”며 “아내 회사가 점점 커졌고, 아내는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고 했다. 그렇게 아내를 도와 4년을 보내고 팀은 1년 6개월 전에 최춘웅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 교수와 함께 초이 위드메르 아키텍츠(Choi Widmer Architects)라는 건축 사무소를 설립했다. 건축 사무소 이름에 ‘초이(Choi·최의 영문 표기)’가 들어간 이유다. 팀은 “건축가 목록을 만들고 수많은 웹사이트를 방문한 다음 같이 일하고 싶다며 포트폴리오를 보냈다”며 최 교수와 동업자가 된 과정을 설명했다.

팀의 삶은 부모와 닮았다. 아버지는 건축가로 프랑스 베르사유 국립 건축학교(Na-tional School of Architecture of Versailles)의 건축학과 교수다. 어머니는 아내와 같은 도시계획가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일한다. 팀은 “평생 건축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며 “친한 친구가 건축을 하자고 해서 건축학과에 갔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친한 친구는 건축가가 아닌 조경 전문가가 됐고 팀은 건축가가 됐다. 그리고 석사과정을 마치고 영국에서 경력을 쌓으려던 팀은 한국에 정착했다.

건축사무소 ‘초이 위드메르 아키텍츠’가 조성 중인 서울 강서구 사무실. /초이 위드메르 아키텍츠

“사람이 행복해지는 커뮤니티 만들고 싶어”

건축 업계에서 고객을 만나기 위해선 포트폴리오를 쌓는 게 중요하다. 기존 결과물을 보고 건축가를 찾는 고객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팀은 “대부분 건축가의 첫 번째 고객은 친구나 가족”이라며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모두 건축 업계 종사자라 필요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나에게 맡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팀은 한국에서 기회를 얻었다. 장인이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부지에 주택건설을 맡긴 것. 팀은 “응암동 주택의 인테리어 디자인만 맡았다”며 겸손해했지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은 한국에서 각종 공모전에 응모해 경력도 쌓았다. 팀은 아내 회사와 함께 공모전에서 세 차례 입상했다. 2021년 LH K하우징, 충남 예산 마을 정비형 사업에서 3위를, 2022년에는 서울 불광천 수변 감성 도시 조성 사업에서 2위를 했다. 올해는 GH 매입 임대주택 지동 228-8 사업에서 1위를 했다. 팀은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거나 고객이 나를 찾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며 “고객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고객이 나를 찾는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팀은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과 한국의 건축 문화가 다르다고 했다. 우선 스위스에서는 건축가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맡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축가는 설계만 맡고, 시공은 전문 회사에 맡긴다. 여기다 한국에서 설계를 하려면 온돌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팀의 전공 분야가 ‘주택(housing)’이기 때문에 더욱더 필요한 부분이다. 팀은 “유럽에서는 집을 따뜻하게 할 때 가스히터를 사용하지만, 한국은 다르다”며 “나라마다 설계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팀은 또한 한국과 스위스의 건축 방향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의 경우 건물을 비슷비슷하게 짓되 조금 다르게 건설하고 싶어 한다면, 한국 건축 업계에서는 모두가 다른 건물을 짓길 바라면서도 비슷한 재료를 쓴다고 설명했다.

팀의 전공 분야는 ‘주택’이다. 앞으로 팀은 하나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집을 설계하는 꿈을 꾸고 있다. 팀은 “한국은 건축에 있어 기회가 많아 정말 좋은 나라”라면서도 “주로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은 이웃이랑 인사할 기회가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만나 친구가 되고, 서로를 도울 수 있고, 필요한 것을 빌릴 수 있는, 적어도 같은 층에 사는 사람끼리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팀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응암동 주택은 팀의 꿈이 일부 반영된 공간이다. 1층에는 아내 회사가 있고, 2층에는 장인 사무실이, 3층에는 가족 네 명이 사는 주거 공간이 있다. 4층에는 팀의 가족이, 5층에는 아내의 부모가 산다. 팀은 “우리와 함께 사는 이들은 오가면서 미소 짓고 인사를 나눈다”며 “스위스의 이웃을 알고 싶어 하는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곳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내 일” 이라고 했다.

스위스의 자연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각종 조사에서 스위스는 ‘살고 싶은 나라 1위’ 를 차지한다. 하지만 팀은 “스위스는 아름답지만, 지루하기도 하다”며 “로잔에서 평생 호수만 보며 살았다면 슬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래에 ‘아시아의 스위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팀은 “한국은 음식도 맛있고 아이들이 자라기에도 좋은 나라”라며 “무엇보다 세상 사람이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때 한국은 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지도 않고, 강도도 없는 안전한 나라”라고 했다. ‘스위스도 안전하지 않냐’고 되묻자 “밤에 취하면 서로를 공격하기도 한다”며 “한국만큼 여성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나라는 드물다”고 했다. 또한 한국을 뒤흔든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고는 “한국은 안전한 것은 물론 민주주의가 강한 나라”라며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전쟁과 부패인데, 한국에서 부패 문제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팀은 한국의 경쟁 문화를 비판했다. 팀은 “한국인은 정직하게 일하고 성실하지만,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너무 자기비판적이고 경쟁적”이라며 “일 년에 일주일만이라도 서울 밖으로 휴가를 떠나고, 여유를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팀은 현재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지을 사무실을 설계 중이다. 앞으로 목표는 한국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다. 팀은 “내 꿈은 더 평화롭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은 너무 건물을 높이, 많이 짓는다. 조금 덜 짓고 낮게 짓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