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정당, 한 사람이 국가 선거제도 결정, 군사정권과 뭐 다른가
조선일보
입력 2024.02.06. 03:1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시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24.2.5/뉴스1
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결정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또 한번 큰 오점을 남긴 심각한 사태다. 선거제도는 국민의 대표를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근간이 되는 제도이고, 나라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준다.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라면 여야가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고,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도 대부분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일을 한 정당이 마음대로 결정했다. 축구 경기의 규칙을 어느 한 팀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것도 어느 한 사람이 결정했다. 군사독재와 본질적으로 다른 게 뭔가.
이재명 대표는 5일 4월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범야권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갈팡질팡하다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는데, 이 대표가 현행 유지를 택한 것이다. 준연동형 운운하는 말들을 국민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난수표 같은 제도를 국민 앞에 들이밀며 ‘제대로 알 필요가 없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반발했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총선도 여야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고, 기호 앞 번호를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하는 등 꼼수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다.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이 낸 후보인데 민주당 소속은 아니다. 대국민 공개 사기극이나 다를 바 없다. 이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함세웅·이부영 등 야권 원로와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군소 정당이 한목소리로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들이 의석 몇 개라도 건진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4일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같은 주문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 밖 범야권에 국회 의석 몇 개를 주는 대가로 자신에 대한 대선 지지를 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을 만든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지금의 누더기 선거법이 탄생한 것도, 4년이 지나도 고치지 못하고 다시 똑같은 선거를 해야 하는 것도, 이런 과정을 이 대표 단 한 사람이 결정하게 한 것도 모두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4년 전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사건을 비롯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이 하나둘 드러나자 검찰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려고 했다. 이게 여의치 않자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을 표결에 끌어들여야 했고, 그들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멀쩡한 선거법을 뜯어고쳐 준연동형을 도입했다. 그 결과 21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써 준 최강욱 전 의원,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윤미향 의원,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퍼트린 김의겸 의원 등이 모두 민주당의 위성정당 출신들이다.
여야는 모두 지난 총선의 위성정당을 반성하고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도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표는 이 공약도 어겼다. 이 대표는 평소 정의로운 말을 하다가도 막상 자기 일로 닥치면 바뀐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 번이나 약속했지만, 자신이 구속당할 처지가 되자 뒤집었다. 이 대표는 위성정당도 경기지사 때는 반대했지만 당대표가 되자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4년 전 이 대표는 “상대의 위성정당 꼼수에 대응해 같은 꼼수를 쓴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지금의 자신에게 한 것이었다.
'政治.社會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원책TV 망명방송] 시즌3 - 삼성, 명예를 찾았다 이재명, 왜 연동제로 갔나? (0) | 2024.02.06 |
---|---|
[🔴LIVE] 11시 김광일쇼 24.2.6 - 이재명 '준연동형 선언'에 국민·언론 일제히 맹비난..."누더기" "야바위판" "독재" (0) | 2024.02.06 |
[전원책TV 망명방송] 시즌3 -96화 민주당 '부패 근절'엔 이재명이 없다 (0) | 2024.02.05 |
[사설] 李 대표 한 사람이 대한민국 선거제 결정한다니 (1) | 2024.02.05 |
[🔴LIVE] 11시 김광일쇼 24.2.5 - 이재명 '선거제' 긴급 기자회견? "긴급도 아니고 새로울 것도 없었다" | 與 지지율 3% 오를 때 野 0.3%올랐다 (0) | 2024.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