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1.13. 03:00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해가 바뀌어 2024년이 되었지만 1월에는 여전히 2023년이라고 잘못 적는 버릇이 있다. 올해도 잘못 적은 숫자를 고치다가 친구가 시간이 30대는 시속 30km, 50대는 50km로 빨리 간다던 푸념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가속도가 느껴지는 건 느낌만의 문제일까. 어릴 때는 새로운 정보를 많이 경험하고 학습하기 때문에 어른에 비해 뇌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 처리한 정보량만큼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어른들도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을 더 길게 느낀다. 공항 입국장을 통과하며 느끼는 여행지의 일주일은 익숙한 일상에서 보낸 일주일보다 훨씬 길게 느낀다.
마크 윌리엄스의 책 ‘늙어감의 기술’은 시간 인식에 대한 우리의 변화를 기술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때까지 보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비율로 보면 한 해가 무척 길게 느껴진다. 일례로 6세 때 나는 2세 이후로 4년 동안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년은 내 인생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긴 시간이다. 60세가 넘은 지금 내 기억의 4분의 1이면 15년이 넘는 세월이다. 비율로 따지면 요즘 내가 1년 동안 느끼는 세월의 흐름은 6세 때 3.5주 동안에 느꼈던 시간의 흐름과 비슷하다.”
나이가 들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노화 속도가 각자 다름을 본다. 축적된 생활 습관이 드러나며 50대처럼 보이는 70대도 있고 80대처럼 보이는 60대도 있다. 특히 습관은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정해진 틀대로 움직이므로 미래가 쉽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과거는 길어지고 미래가 짧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을 길게 만드는 비법이 있을까. 낯선 길을 걷다 뜻밖 풍경을 만나면 멈추듯, 습관이라는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여행이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평소 가지 않던 길로 가보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낯선 음식을 먹으며 일상에서도 우리는 빠르게 삭제되는 시간을 붙잡아 느림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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