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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엉뚱한 논란에 발도 못 떼는 노동 개혁

鶴山 徐 仁 2022. 10. 19. 19:36

[사설] 엉뚱한 논란에 발도 못 떼는 노동 개혁

 

조선일보


입력 2022.10.19 03:24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문 전 대통령을 종북 주사파라고 생각하느냐’는 민주당 의원 물음에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가 신영복 선생이라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다”라고 답했다. 국회 모욕죄는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때’에 성립한다. 김 위원장 발언이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몰라도 어떻게 국회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주사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민주당 의원이 먼저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많았다. ‘민주노총은 김정은 기쁨조’ ‘쌍용차노조는 자살 특공대’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런 식의 발언은 민주노총의 불법 폭력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시킨다. 김 위원장은 국감 다음 날에도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 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공직자라면 소신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해야 한다.

 

경사노위는 정부와 기업, 노동계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으라면 노동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우리 노동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경직적인 고용 시스템,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불균형, 연공서열 임금 구조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법·제도가 한둘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산업 경쟁력을 깎아 먹는 불합리한 노동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은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김 위원장은 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엉뚱한 논란으로 노동 개혁은 첫발도 못 떼고 있다.